한국풍력에너지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이달에 필자의 관심을 끄는 두가지의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 온난화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행동에 즉각 나서자고 촉구한 것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석탄 화력발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신재생발전 비율을 20%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10년 부안~영광을 기점으로 서해안에 2.5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굴지의 제작사가 참여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풍력산업이 전세계적으로 호기를 맞고 있고 해상풍력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태동해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단시일 내에 좁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대형 중공업사가 이미 지닌 해상플랜트기술 등을 볼 때 해상풍력으로의 산업진출을 유망하게 생각했다.

심지어는 해상풍력의 3대 강국이 되고자 하는 꿈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다시 말해 해상풍력에 대해 제조, 건설 그리고 운영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조속한 서해안 2.5GW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통해 우리 풍력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조사와 운영사의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일이였다는 얘기이다.

이 분야의 선진국인 영국과 중국의 해상풍력 진출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진입시 운영사를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초기에 검증된 외국산 풍력기기를 도입해 건설 및 운영 경험을 축적했고 이를 기반으로 자국의 시장규모를 점점 늘려나갔다.

중국의 경우 안정된 자국의 시장규모에 고무된 제작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해 단기에 세계수준의 해상풍력터빈이 제작, 건설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자국의 제작사는 없지만 국가소유 해역에 단계적으로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해 청정 녹색에너지 전력생산 및 운영, 유지보수와 관련된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반대로 해외수출을 최우선시해 제작사를 키우는데 주력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 이렇다할 초기시장과 운영사의 부재로 세계적 리더로 도약하기엔 역부족이였으며 많은 제작사가 사업을 접고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몇개 업체만이 겨우 숨이 남아 있는 참담한 결과를 낳고 있다. 

정부는 풍력발전 운영사로서 초기에 발전 6사를 생각하고 있었으며 RPS제도만으로도 그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풍력발전사업 이외 단지개발, 민원해소, 기술개발 등 고유 업무와는 전혀 별개인 일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각 발전사에 할당된 RPS를 채우지 못해 과징금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대형 운영사를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함은 자명하다.

다시 말해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외공신력 등의 막강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의 축인 풍력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한전의 발전소 및 송변전설비에 대한 기술개발 및 운영 경험은 경제성을 아직은 확보하지 못한 해상풍력에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한전이 공익을 위해 연안 및 해안단지를 포함한 육상풍력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래야만 현재 침체돼 있는 풍력산업의 시장이 확대될 것이며 국내시장이 조금씩이라도 확대돼야 지난 한 해 52GW의 신규 용량설치와 지난 15년간 매년 20%의 성장을 보인 세계풍력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우리의 풍력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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