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한 케이엠씨 이사.
[투데이에너지] 지난달 22일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기동)는 ‘매몰용접형 가스용 볼밸브 관련 시험성적서 위조의혹 조사 결과’를 공사 출입 전문지 기자단에게 이메일로 임의 배포하였다. 담당부서는 시험검사처 안전기기부였다. 에너지관련 신문에 위조 의혹으로 기사가 기재가 된 후 43일이 지나서였다. 

공사가 배포한 자료에는 시험성적서 위조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화성(대표 장원규) 서정대 전무는 시험성적서 위조 의혹이 재기된 다음날 또 다른 에너지관련 신문 인터넷 보도에 긴급히 독자투고를 빌어 ‘밸브 시험성적서 위조 ‘의혹’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의혹의 당사자인 ㈜화성 역시 사안이 매우 위급하고 회사의 존폐를 다루는 중대사임을 직감한 것으로 사료된다.

양사의 의혹 해명을 두고 ‘以掌蔽天(이장폐천)’이란 한자성어 생각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뜻으로 흔히 탄로 날 잘못을 억지로 숨기려고 하는 상황에 많이 비유하여 쓰이는 말이다.

㈜화성의 서정대 전무의 독자투고와 가스안전공사의 조사 결과가 이를 두고 이르는 말 인 것 같다.

서 전무의 독자투고 내용에 따르면 “모 도시가스에 납품한 화성 밸브의 시험성적서가 경쟁사의 손으로 넘어갔고, 열배관공사용 밸브도 동일한 내용으로 경쟁사에서 의혹을 제기하였다”고 기재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 전무가 언급한 열배관공사용 밸브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성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정황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SK E&S에 납품 예정된 이중보온밸브 600A가 그것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화성은 SK E&S의 시공사 정호이앤씨로부터 선 발주 받은 이중보온밸브 600A 4기(PIV- 226, 228, 229, 230)의 시험성적서(방사선투과검사보고서 포함)를 3월25일 제출 완료했다. 문제는 4기에 해당되는 72장의 필름에 대한 판독(세명검사기술주식회사) 결과 모두 1급으로 기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두 1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현실상 쉽지 않다. 이는 충분히 시험성적서의 위조가 의심되는 상황으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원청사인 SK E&S 역시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것은 당연하다. 이에 SK E&S는 자체적으로 4월15일 ㈜화성 경산공장에서 정호이앤씨의 입회하에 H사의 열배관공사용 밸브 현장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용접부 불량에 대하여 SK E&S의 검수자가 휴대폰으로 불량부위를 촬영하고 화성담당자에게 요청하여 해당 600A 밸브를 촬영한 비파괴(RT) 필름을 받았다. 이어 비파괴업체 삼영검사엔지니어링은 SK E&S의 요청으로 본인의 근무지 RT룸으로 이동하여 그 필름을 재판독했다.

그 결과 4월21일 SK E&S는 ㈜화성의 열배관공사용 밸브가 부적합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SK E&S에 따르면 방사선투과검사의 판정기준 및 허용등급을 KS B 0845에 따르고 있고 당사 방침에 따라 1급 이상 제품만 적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재촬영 후 재판독한 결과 ㈜화성의 제품에서 2급이 7매, 9매 확인된 것이다. 애당초 모두 1급 판정됐다는 ㈜화성의 주장과 다르게 나온 것이다. 이는 3월25일 이미 ㈜화성이 SK E&S에게 제출한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가스안전공사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화성의 시험성적서는 위조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SK E&S가 자체 규정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번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다. 오히려 가스안전공사는 앞서 밝힌 의혹을 정확히 풀어줄 明明白白(명명백백)한 논거로 입장을 밝혀야할 것이다.

시험성적서가 의심 대는 대목은 또 있다. 삼천리가 ㈜화성으로부터 발주한 매몰용접형 가스용 볼밸브다.

그러나 가스안전공사는 삼천리의 매몰용접형 가스용 볼밸브 10기에 대하여 삼천리의 확인으로 2차례 검증결과 모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SK E&S와 마찬가지로 삼천리도 시험성적서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가스안전공사가 자의적 판단으로 내려버린 것이다.  

도대체 가스안전공사에서 무엇을 조사하였는지? 의문이다.

조사를 하였다면 공개적으로 사건의 당사자를 불러 확인하는 것이 맞다. 시험성적서 위조 의혹을 제기한 KMC,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화성, 해당밸브를 매몰 시공한 삼천리와 총괄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가스안전공사가 모두 모여 공개적으로 조사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는 자체 조사만으로 이번 의혹을 종결시키고 있다. 도시가스 밸브는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으로 가스누출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확실히 의혹을 풀지 않고 넘어간다면 만약에 벌어질 대형 사고에 책임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건지 가스안전공사에 묻고 싶다.

그러기에 더욱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하는 것이다. 덧붙여 가스안전공사는 이윤을 쫓아가는 민간기업이 아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공기업의 기본적인 업무를 상기하길 바란다. 

때문에 공사는 해당 밸브의 비파괴(RT) 필름을 재 판독하고 해당 밸브를 굴착하여 성적서 위조 의혹을 검증한 이후 그 결과를 언론중재위원회나 경기도 여주경찰서에 제출해야하는 것이 온당하다.

한편 본 건과 관련하여 글쓴이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가스안전공사 확인’ 내용이다. 

시험성적서 위조의혹의 기사가 보도된 5월11일 가스안전공사 시험검사처 방효중 부장과 원승연 차장의 요청에 의해 KMC 기술상무와 품질보증팀장이 가스안전공사 본사로 내방했다.

우리가 입수(2015년 도시가스사 연간 납품 계약 진행시 SK E&S를 시작으로 ㈜화성에서 전년대비 30~52% 인하된 견적가를 제출하고 계약을 체결하여 경쟁사의 제조원가를 파악 할 의도임)한 ㈜화성의 밸브를 이미 파손시켜 공개 검증은 불가하였지만, 공사 및 제3자 검사기관의 RT필름 판독 결과 적합하였다고 가스안전공사는 기재하였다.

위 밸브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추가설명으로 해당 밸브의 절개 사실을 알려주었다.

가스안전공사의 방문은 계속됐다. 5월13일 가스안전공사 시험검사처 품질검사부 김대식 부장, 감사실 김두홍 부장, 경기동부지사 김유호 부장 외 총 7명이 KMC에 내방하여 특별점검 및 수집검사 진행시 해당 밸브의 절개 상태를 육안 확인하였다.

가스안전공사 담당자가 직접 밸브를 육안으로 검사하는 등 의혹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5월15일 15시47분 가스안전공사 사장 직인이 날인된 “~ 귀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H사 밸브(제조번호: L2L5063)에 대하여 공개검증이 필요하오니 원형상태로 보존하여 주시고, ~” 가스안전공사는 위 내용이 첨부된 공문서를 별도의 연락도 없이 KMC 팩스로 송부한 것이다.

이후 언론중재위원회를 비롯한 국회 및 ㈜화성의 고발장[2015년 05월 15일 경기도 여주경찰서 접수] 증빙 서류로 “KMC가 의혹을 제기한 밸브(제조번호: L2L5063)의 원형을 보존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KMC에서 밸브를 절단․ 파손 시켜 의혹을 제기한 밸브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게 됨.” 이라고 작성하여 배포했다. 당시 가스안전공사는 몇 차례 방문 검사에서 ㈜화성의 밸브 절개사실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원형상태가 아니라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공사의 어이없는 업무 처리라고 본다.

가스안전공사 시험검사처 방효중 부장에게 이를 반문하여 질의하니 “법원에서 증언하겠다”라는 방 부장의 언행은 甲의 입장을 표명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밝혀져야 할 부분임은 확실하다.

의혹에 대한 정확한 해명 없이 덮으려는 공공기관과 ㈜화성에 대해 생각나는 실화가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면서 시행한 ‘쥐 잡는 날!’이다. 당시 집쥐는 가스관을 갉아서 가스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전기코드를 갉아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한 페스트 · 발진티푸스 등의 전염병을 전파시키기도 했다. 밭쥐나 대륙 밭쥐는 산림이나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줬다.

이런 이유로 결국 정부기관은 국민의 안전과 결부시켜 쥐를 박멸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쥐’보다 ‘죄’를 잡아야 할 때이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전을 외면하는 조건으로 기업의 이윤과 공기업의 자리지킴을 연연하는 사람이라면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이 혹시 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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