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광식 교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안전학교
[투데이에너지] 사용후 핵연료공론화 추진위원회가 지난 6월 말 민간차원의 권고안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 공론화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오랜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의견을 공개적으로 다양하게 수렴하면서 노력한 결과가 드디어 나온 것이다.

원전현장에서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조에서 차 올라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사용핵연료 공론화를 통한 실효성 있는 방안 도출의 착수는 보다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할 조치였다. 

방사선피폭위험이 거의 없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도 경주지역으로 확정돼 인허가 취득에 이르기까지 20여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맹독성의 플루토늄 등 방사성핵종이 새로 생성돼 잔열을 방출하는 사용후 핵연료의 경우 문제해결의 길에 이르는 공론화 과정은 지난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권고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각 원전 등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저장 용량 초과 혹은 운영허가 기간 만료 전에 안정적 저장시설을 마련해 옮길 것, 205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해 운영 할 것, 또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URL) 부지를 선정해 2030년부터는 실증적 사용후핵연료 연구를 시작할 것 등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과 URL이 들어서는 지역에는 주민 참여형 환경감시센터(가칭)를 설치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2020년부터는 URL 부지에 ‘처분전 보관시설’을 건설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각 원전 안에 단기 저장시설을 설치할 것도 권고했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 설립과 관련 특별법 제정 그리고 범정부 의사결정 기구인 ‘사용후핵연료 정책 기획회의(가칭)’와 실무추진단인 ‘사용후핵연료 정책기획단(가칭)’을 정부조직 안에 구성할 것 등도 권고했다. 

여기서 사용후핵연료의 실증적 연구에 대해서는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사용후핵연료를 폐기물로 볼 것인지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일반인과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과학자들은 핵분열현상을 일으키면서 다시 핵분열성 물질이 나오는 신기한 물리적 현상에 심취, 이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 잘 활용하면 소듐냉각로를 만들어 여기서 태워서 다시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사용후핵연료의 미래를 과학적 판단과 기술에 맡겨달라고 주장한다.

한편 현실주의자들은 그렇게 하려면 실제 고속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점,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 추진했던 고속로가 사건 사고들로 실패를 거듭한 점을 지적하고 미국 등에서는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을 통한 에너지 확보계획이 없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가망 없는 꿈 정도로 치부한다.  

핵연료의 우라늄이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그 과정에서 다시 핵분열성 물질인 플루토늄이 만들어지는 참으로 신기한 반응에 착안한 과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를 다시 에너지로 활용하자고 재활용을 시도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시인 한용운은 그의 시에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라고 노래했다. 과연 사용후핵연료가 ‘연구실의 밤’을 지키면서 인류의 미래 에너지를 연구하는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신묘한 물질로 활용될 수 있을지, 아니면 프랑스와 일본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인지를 여러 사람들은 복잡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정책당국과 연구자들은 유념하고 업무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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