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두환 기자] 국내 연구진이 2차원 반도체물질 포스포린의 전류흐름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절하기에 따라 그래핀에 맞먹는 전하이동도를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전류흐름을 완전히 통제할 수도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 김근수 교수팀은 연세대학교 최형준, 이연진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포스포린의 밴드갭(Band-Gap, 띠 간격)을 변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14일 밝혔다.

포스포린은 흑린(black phosphorus)의 표면 몇 개 층을 떼어낸 2차원 물질을 가리킨다. 변형이 어려운 그래핀과 달리 규칙적인 주름이 잡혀있어 물성제어가 쉬운 것이 장점이다.

연구진은 포스포린의 표면에 칼륨원자를 흡착시켜 수직방향으로 전기장을 만들었다. 이 전기장은 포스포린의 전자배치에 영향을 줘 밴드갭값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연구진은 이를 통해 밴드갭 값을 0에서 0.6까지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포스포린의 밴드갭값이 0이 될 때 그래핀처럼 준도체상태가 되면서 전도성이 그래핀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밝혀냈다.

밴드갭은 전자가 채워진 부분과 채워지지 않은 부분 사이에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간극을 가리킨다. 밴드갭값이 0에 가까우면 전류가 쉽게 흘러 도체가 되며 밴드갭값이 클수록 전류가 쉽게 흐르지 않아 절연체가 된다. 밴드갭값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도체에서 부도체까지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물질의 밴드갭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동안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던 그래핀은 뛰어난 물성을 자랑하지만 밴드갭이 없어 전류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는 그래핀을 차세대 반도체소자로 활용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포스포린 밴드갭 제어기술은 원자 한 겹 두께의 고성능·초소형 반도체소자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실제 포스포린 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 공기 중에서 포스포린의 산화를 방지하는 기술개발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수 교수는 그래핀 상용화의 고질적 문제점인 밴드갭을 해결하고 그래핀의 장점만을 취한 것으로 2차원 반도체물질연구의 중심이 그래핀에서 포스포린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4일 세계최고권위를 가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IF 33.611)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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