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
[투데이에너지] 작년에 우리 사회의 화두로 나섰던 규제완화(deregulation) 내지 규제개혁(regulatory reform)의 행보는 세월호의 아픔 속에 다소 주춤했으나 다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관련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개선과제의 발굴 및 규제정비가 이뤄지길 희망하며 에너지분야의 대표적 규제인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지역지정제로 태동했고 지역지정제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했으며 여전히 지역지정제를 고집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은 일정 규모 이상만 되면 무조건 집단에너지공급타당성을 협의하고 지역지정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

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상의 지정기준은 해마다 확대됐다. 수도권에서 독립된 열원의 규모는 최대열부하 100Gcal/h, 열사용량이 18만Gcal/y 이상이면 가능하고 인근지역 가용열원의 범위도 과거 5km에서 10km로 확대했다. 여기에 연계가 가능한 2개 이상의 택지개발지역이 있는 경우에는 각 지역의 열수요를 합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개 조건이 미달되더라도 다른 조건이 월등히 뛰어날 경우 타당성을 별도 검토할 수 있다. 이 뿐인가? 지역지정된 곳은 타열원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규제완화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우후죽순으로 지역지정제가 남발됐으며 같은 법 제5조 제1항의 규정으로 지정 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휴면상태 지역도 상당 수 발생했다.

수도권지역만 총 120곳 4억61,52만7,000㎡의 광활한 지역이 집단에너지 지역지정지구로 묶여 있다.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던 사업성과다.  

그렇다면 해외사례는 어떨까?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역지정제가 없다. 정부의 간섭없이 기업이 시장에서 자유로운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소비자도 연료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시장형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지정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으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첫째 지역지정제는 열시장의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시장왜곡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 에너지시장과 경쟁여건은 급변하고 있으나 여전히 보급확대 위주의 규제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는 여건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제도 운영 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소비자의 연료선택권 확대 측면에서도 개선이 시급하다. 난방시설 설치가 30년에 근접하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열공급시설의 노후화로 동절기 난방비 폭탄이 종종 회자된다.

사용자시설의 노후화로 열손실율이 26.7%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지역지정을 해제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연료 선택권 행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셋째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타열원의 사용을 금지하므로 독과점의 폐해 발생은 물론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 집단에너지는 경쟁에너지시장에 대한 공급 제한이 없는 반면 집단에너지 공급권역은 성역처럼 보호받고 있다.

한난의 시장지배력은 60%에 근접하지만 도시가스사 최대 공급사인 삼천리의 점유율은 16%에 불과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가장 폐쇄적인 타열원 사용금지제도는 규제유지의 합당성을 찾아볼 수 없다.

지구온난화로 열수요는 줄고 인구 감소로 택지개발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역지정제를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하면서 특정 에너지원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시대는 변했다. 변한 시대상에 맞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정책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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