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지난 20년간 풀지 못한 숙제가 원전수거물 처분장 입지선정이었고 지금도 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국민적 합의는 대화와 설득의 장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부안 군민과 이 나라 국민들 사이에 대화와 설득을 통한 타협으로 위도를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최상의 방안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부와 주민사이에 중립적인 중재자 개입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제3자의 중재자 역은 중립적 환경단체, 원자력학회, 폐기물학회, 환경정책학회, 언론인 단체가 맡을 수 있다. 환경단체의 지도자들만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 그들과 위의 학회 지도자들, 언론단체의 지도자들과 연합한 연합체로 구성될 수 있다.

환경단체 속에는 원전을 거부하는 반핵주의자로부터 원전에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이도 있다. 1970년대부터 이 나라 전기 공급을 담당해온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제3자의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담당할 수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 환경주의자들, 지금까지 나온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을 영구적으로 처분해야 할 처분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 환경주의자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제3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그런 환경단체, 환경주의자들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끝없이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나갈 수 없다.

정부가 그런 환경단체·환경주의자를 제3의 중재자로 거부한다면 국민적 합의도출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가 중·저준위 원전수거물 처분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잠정적 저장고에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원전건설을 유보하는 것이 차선의 제안이 될 수 있다.

원전 건설이 10년 이상 걸린다면 적어도 현재 건설중인 원전 이상은 미래계획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한다면 중립적인 환경단체들이 제3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부계획의 변화는 필요하다. 에너지원이 곤궁한 아시아권의 나라들이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유럽의 나라들은 더 이상의 원전 건설에 회의적이다.

제3자적 중재자는 정부의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 건설과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고를 분리해서, 전자는 위도에 후자는 현존하는 원전 부근에 건설하는 2분법의 정책을 제안한다면 부안 군민들이 긍정적 반응을 얻어 낼 수 있다고 또한 전망한다. 미국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 폐기물은 원전 근처 임시 저장고에 들어 있고 포화상태에 이르고 영구 처분장이 20년 후 네바다주 유카 산맥 화산석 속에 건설되면 그 곳으로 운반될 것이다.

우리 나라 국민들 다수가 아직도 방사성 폐기물을 1945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탄으로 생각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폭탄은 아니지만 1,000년 가도 사라지지 않는 위험한 방사능 물질을 가지고 있으며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은 50년, 100년 반감기 후에 방사능이 약해지고, 결국 일반 쓰레기로 변한다는 사실과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 폐기물의 영구 처분장은 아직 세계의 어느 나라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별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은 중·저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3자적 중재자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과학·기술, 인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과학지식과 시민들 사이의 관계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도 멀다. 현대사회가 과학·기술 문명의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원자력과 거기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의 관계를 모르고 산다. 무지가 국민적 합의도출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 제3자는 정부와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여야 한다. 정부의 권위나 주민들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이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도출은 지성과 용기와 비전을 갖춘 제3자의 영입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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