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지금까지 ‘원전센터’ 건설 근거를 의도적으로 저준위핵폐기물의 처분을 위한 것처럼 홍보해 왔다. 그러다보니 일부 정부 관료들도 ‘도대체 장갑, 방호복 같은 것을 묻는데 왜 부안 주민들이 그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같은 망발을 할 정도로 왜곡된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의 핵심은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의 99%가 함유된 사용후핵연료의 저장문제며, 저준위폐기물은 그 저장정책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다.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은 플루토늄 등 맹독성 핵종들을 1만년이상 외부환경과 완전히 차단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보다 20년 앞서 핵발전을 시작한 선진국들 역시 영구 핵폐기물처분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래에 적절한 처분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핵발전소별로 보관하고 있거나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만을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핵재처리는 핵무기 확산문제, 안전성, 경제성 문제로 일본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처리 없이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하는 대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영구처분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이의 불필요한 이동이나 처리를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은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전무하며 세계 각 국이 영구 처분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나 향후 20∼30년 이내에 영구처분기술이 상용화될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재 부시 행정부와 네바다 주정부간 법정공방에 휩싸인 미국 유카산 영구핵폐기장 추진계획은 네바다주의 광활한 사막지대, 과거 핵실험경력 등 지리적 특수성에 기반한 정책으로 영구처분의 기술이 상용화돼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전센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저장시설의 가동수명이 지난 후에는 다시 별도의 장소로 이동돼야 한다.

만약 한수원의 계획대로 전북 부안과 같은 곳에 원전센터를 조성할 경우 각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매년 10여차례 이상 원전부지에서 원전센터로 수송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저준위 폐기물과는 비교가 안되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수송선박과 항만시설, 인건비 등 막대한 비용지출이 동반된다. 지난 1월 경희대, 서울대 등이 공동 연구한 ‘사용후연료 중장기 저장관리방안’은 원전부지별 저장이 원전센터 저장보다 40%이상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일본 전기사업연합회가 발표한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비용 산정에서도 증명된다. 또한 가장 최근 국제적 수준의 핵폐기물 경제성평가를 시행한 미국 하버드대 ‘Project on Managing the Atom’ 그룹의 연구결과 역시 사용후핵연료의 바람직한 중간저장방식으로 원전부지별 건식저장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이 원전부지에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방식으로 적용해온 습식저장은 원전개발 초기단계에 개발된 낡은 기술로 장기간 운영시 이차적인 방사성폐기물 등 또다른 비용과 안전문제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 등 10여개국은 지난 1990년대부터 상용화된 건식저장을 선호하고 있으며 특히 건식 캐스크저장의 경우 50년이상 안전한 저장이 가능하다.

한수원은 문제의 사용후핵연료를 지금껏 원전별로 냉각수조에 저장하는 이른바 습식저장방식을 채택해왔고 위도에 계획하고 있는 핵폐기장 역시 습식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습식으로 장기간 보관할 경우 사용후핵연료에서 세슘-137 등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외부유출, 이차 방사성물질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건식캐스크 저장은 강철로 제작된 이중 용기 안에 불활성 기체를 채워 넣은 후 사용후핵연료 다발을 넣고 봉하는 방식으로 많은 면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각원전 부지별 저장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이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건식캐스크 사용 한도기간은 50년 정도이나 기술적인 수명은 약 10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민간 사업자들은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약 1,000톤의 핵폐기물을 원전 부지별로 건식저장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다수의 원전사업자들이 이미 채택하고 있는 건식저장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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