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석유시장을 뒤돌아본다면

2003년은 연초 미국-이라크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그 영향으로 국내 석유시장이 불안했던 한 해였다. 국내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의 수입부과금 인하조치와 정유업계의 유가 인상분 자체 흡수·가격인하 등으로 큰 혼란 없이 위기를 잘 넘겼다고 본다. 금년은 또한 최대 석유수입사인 페타코의 부도와 경영진 잠적으로 석유유통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그 외에 필수공익사업체인 정유회사가 파업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었으나 원만한 노사간 타협으로 석유공급중단 사태를 막게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정유업계는 업계 임직원의 노력으로 오랜 숙원이던 원유관세 인하가 시행돼 석유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를 거둔 한 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산자부의 원유 수입부과금 인하 등 정부의 석유 관련 정책에 큰 변화가 있던 해이기도 하다. 또한 세녹스를 비롯한 유사휘발유의 1심 무죄판결로 지난해 말 석유유통시장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 최근 세녹스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세녹스 등의 유사휘발유 제조업자가 유사석유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이유는 소비자가격의 70%에 육박하는 휘발유 세금 때문이다. 이들은 고율의 세금정책을 악용해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제조사와 판매상이 나눠 갖는 식으로 막대한 탈세를 하고 있다.

현재 유사휘발유 유통량이 전체 휘발유 소비의 8%로 추산되고 있다. 휘발유 세금이 1년에 약 8조2,000억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매년 약 6∼7,000억원의 막대한 세금이 탈루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탈세를 일삼는 유사휘발유가 기승을 부릴 경우 정부의 세수 부족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돼 결국 대다수 국민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만일 상급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54조원 이르는 석유시장은 일시에 붕괴된다. 그렇게 되면 국방비 규모인 연간 18조원의 석유 세수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되고 국가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 올해의 국내 석유시장을 전망한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8%로 전망했다. 이는 상당부분 수출 호조에 따른 것으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부문은 금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내년에도 석유시장은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동지역 불안이 상존하고 있어 소요원유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석유시장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석유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 올해의 석유협회의 계획은

여러 크고 작은 현안이 있지만, 그 가운데 중점 추진사항으로 원유관세·수입부과금 인하를 들 수 있다. 원유관세의 경우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할당관세 형식이긴 하나 3%가 적용된다. 그러나, 협회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업계 최대 숙원 사업인 원유무관세 법제화를 최우선 사업계획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작년에 시행됐던 산자부의 원유 수입부과금 인하 조치가 금년에도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예정이다.

또한 유사휘발유의 실상과 범람에 따른 폐해에 대해 국민과 언론에 적극 홍보해 나갈 것이다.

△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첫째, 원유관세·원유수입부과금 인하다. 세계 주요 석유 소비국들은 석유자원 확보를 21세기 국가 최우선과제로 삼고 소비지정제주의를 근간으로 한 원유 무관세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계적으로 원유 무관세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작년 정부의 원유관세·원유수입부과금 인하로 소비자가격이 즉시 인하됐듯이 2004년에도 국민에게 혜택이 미칠 수 있도록 원유 수입부과금도 인하, 적용되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둘째, 유사휘발유에 대해 강력한 법적·행정적 대응이 필요하다. 유사휘발유로 탈루되는 세금이 1년에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이들로 인한 세수 결손으로 선량한 대다수 국민이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검찰·경찰·지자체는 강력한 단속으로 탈루를 차단하고 국가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셋째, 2006년부터 자동차연료 기준이 유럽 기준으로 크게 강화된다. 정유업계도 이러한 환경부의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차원에서 정부 정책에 적합한 연료 공급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 추산 기준으로 약 1조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이에 대한 정부의 세제·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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