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한국가스석유기기협회 기술부장
국내 가스연소기기 시장이 정체되어 있다. 각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과거 빠르게 신장하던 추세는 한 풀 꺾인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초에 도입된 가스보일러 시장은 1985년도의 2만대 미만에서 1990년의 40만여대, 2002년 110만 여대 규모로 증가했으나 2003년은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스보일러 생산의 감소 주 요인은 각종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과 다른 연소기 품목(예, 가스레인지)과 같이 가구당 높은 보급률도 하나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또한 타 에너지원과의 경쟁 등으로 향후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가스보일러 산업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하여 최근 입수된 유럽의 난방기(특히 보일러) 보급현황(1995∼2000년)을 통해 유럽의 대응책을 살펴보고 국내 보일러 시장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유럽난방구조와 시장 특성

이번 자료는 EU회원 15개국가중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 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9개국의 난방에너지소비량은 EU 15개국의 90% 수준을 소비한다. 난방에너지 사용량은 1.5∼1.7PWh/년 (1995-2000년간 5년 기준)이며, 이 중 독일은 전체 9개국의 30%, 프랑스 22%, 영국 16%를 차지하고 있다.

난방용 에너지소비량은 조사국가 9개국 중 3개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이 국가 전체 가정용에너지소비량의 거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앙난방에 의한 온수 또는 기타 난방시스템이 포함된 것이다.

1975년부터 1995년 동안, 총 난방에너지소비량은 덴마크에서 25%, 스웨덴에서 11% 감소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독일은 17%의 증가를 기록하였지만 이것은 통일전후의 통계적인 방법 차이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난방시스템은 9개 조사국 전체 85%의 가정이 개별난방, 단지난방, 지역중앙난방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겨울의 혹한성 기간은 일반가정에서 난방시스템의 투자수준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면, 추위와 긴 겨울 때문에 스웨덴의 중앙난방시스템 보급율이 가장 높다(100%)거나 온화한 지중해 기온을 즐기는 유럽남부와 해안지역을 가진 이탈리아는 가장 낮다(70%)는 것이다.

난방의 주 수단인 실내난로의 경우 아일랜드(25%),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18%)에서는 아직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조사된 국가들 중에서 독특하게 이탈리아는 11%의 가정에서는 난방의 형태가 없었다.

1970년 이후 중앙난방시스템의 보급율은 급격히 증가해 영국은 30%에서 80%로 증가했으며 이와 유사한 비율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증가했다. 보급율은 현재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요인이 에너지소비 안정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개별중앙난방은 모든 조사국가들 중 특히 영국(가정의 87%), 네덜란드(76%), 아일랜드(73%)에서 많이 보급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단지(BLOCK)난방은 1970년의 31%에서, 1998년의 24%로 지난 30년간 감소추세다.

조사 대상국의 에너지원으로 가스, 기름, 전기가 개별난방과 단지난방시스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스연료는 네덜란드(84%), 영국(71%), 이탈리아(48%), 독일(37%), 프랑스(30%)가, 기름연료는 덴마크(23%), 아일랜드(28%), 전기는 핀란드(21%), 스웨덴(19%)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목재, 재생에너지원은 핀란드(4%), 프랑스(2%), 스웨덴(최소한 2%)이며, 바이오디젤이 이탈리아 시장에서 비록 적은 양이지만 판매되고 있다.

30년 동안 가스의 증가량은 조사국의 가스배관망 확대에서 알 수 있다. 가스배관망은 네덜란드 99%, 독일 93%, 이탈리아 87%, 영국 82%, 프랑스 72% 수준으로 가정에 보급되어 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가스배관이 연결되지 못한 많은 가정은 아직도 난방연료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은 가정의 1.2%가 가스배관망이 연결되어 있으며 더 이상의 확장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전기사용 비율이 1970년에서 1990년 현격히 증가했다. 전기는 고립된 가정 난방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다. 핀란드는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1997년 24.7%에 이른다.

■ 난방기기 열효율과 판매

조사된 국가에서 기름과 가스난방기의 평균열효율은 87%(진발열량기준)로 추정된다. 그러나 난방기의 주기적인 스위칭(on-off)과 정지손실열은 표시열효율의 약 15%를 감소시킨다. 이미 설치된 가스난방기의 계절열효율(seasonal efficiencies)은 약 72% 그리고 기름용은 약간 더 낮은 71%이다. 30년 동안 가스와 기름난방기기 기술의 진전은 20~25%의 표시효율 개선을 유도했다.

네덜란드는 설치된 가스시스템의 36%, 난방기기 시장의 60% 수준으로 유럽 콘덴싱보일러의 최대시장이다. 네덜란드에서 콘덴싱보일러는 1970년대에 처음 도입됐으며, 초기에 콘덴싱보일러는 조절하기 어려워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80년대와 90년대의 보조프로그램과 설치자 교육으로 상황이 개선됐다.

난방기판매는 최근 30년간 기름에서 가스로 연료의 이동을 고려할 때 가스난방기는 기름난방기보다 평균 3년에서 9년 더 최신 제품이다. 가스난방기의 평균 사용기간은 10∼14년으로 기름난방기의 13∼23년과 비교된다. 덴마크에서 기름난방기의 평균사용기간은 21년이고 스웨덴은 23년이다. 특히 덴마크에서 기름난방기의 60%는 20년 이상이고 30%는 30년 이상이다. 스웨덴에서의 기름난방기의 거의 50%는 30년 이상 사용된다.

난방시스템을 위한 연간 난방기 판매는 총 세대수의 3∼7% 범위로 9개국의 세대수를 1억2,000세대로 가정하면 연간 판매량은 360만∼720만대 수준이다.

■ 난방시스템 제어장치

대부분의 난방시스템은 실내 온도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가정의 95% , 영국의 73%가 사용한다. 실외 온도감지기를 사용하는 국가는 단지난방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주로 이용한다. 독일의 30∼40%, 이탈리아의 20∼30%의 가정이 실외 온도감지기를 사용한다. 균일한 온도를 모든 공간에 공급하기 위해 정확한 교정과 난방기의 적합한 용량이 필요하다.

■ 난방기 수요와 공급

1995년의 보급량과 판매 자료를 참고해 난방기(소형난로, 중앙보일러, 지역난방등)에 대한 2005년 판매량을 수립했다.(관련 자료는 각 가정에서 사용 중인 것을 기준)

1995년 EU에서는 약1억2,000만대의 난방시스템이 설치됐다. 이중 약510만대가 중앙집중난방시스템이고 주택의 평균 5.1%의 열을 공급한다. 공동주택과 개별주택의 중앙난방은 1995년 물량의 61%이며 전체적으로 난방기는 1억4,000만 세대에 공급됐다.

1995년 1,110만 가구 중 730만 가구가 새로운 난방시스템(개별, 공동, 지역난방을 포함하여)을 갖췄다. 제품수명은 평균 16년이고 난방시스템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수는 약 880만대다. 130만의 가정이 전기(60만대), 기름난로(10만대), 고체(30만대), 실내가스난로(25만대)의 난방시스템에서 가스중앙난방(120만대)과 유류중앙과 지역난방(각 5만대)으로 전환됐다. 교체와 신규판매이외에도 공동주택에서 개별중앙난방시스템에 따른 전환에 따른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에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난방시스템에 의해 공급되던 주택 수는 약 410만 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는 난방시스템의 판매단위이며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는 아니다.

1995~2005년 동안 판매경향을 살펴보면 EU 국가의 주택시장 감소에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국가별 통계청의 인구 예상을 근거로 1995년 신규 주택 약200만 가구에서 2005년 신규주택은 74만 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판매예상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은 정부정책과 시장이 이러한 감소를 어떻게 받아들여 운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감소경향은 기술혁신, 정책의 변화(입법수단)으로 역전될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면, 독일에서 난방기는 1995~2000년에 감소했지만 2001~2006년에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일러 교체시 에너지절약법규(EnEv)와 같은 규정의 채택에 따른 것이다.

■ 국내시장 활성화방안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유럽시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조사된 9개국에서 대부분 가스중앙난방시스템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현재 이러한 보급율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술개발과 제도보완으로 시장을 개선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 가스보일러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열효율 개선과 라벨링 △내구성 개선 △안전사고의 예방철저 △제품인증시스템 보완 △시험·연구 공동기반 구축 등이 필요하다.

유럽 보일러업계에서 타 난방기기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문제점 해결 방안으로 ‘기술혁신’을 이뤄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역난방, 중앙집중난방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열효율개선에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가스기기의 효율개선은 과거 제품에 비해 약 20∼25%정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최근 유럽보일러 시장에서는 효율과 관련해 라벨링 도입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노력을 통해 ‘연간효율(BOLISM)’ ‘계절별효율(SEDBUK)’ 등의 적용(일부 국가 이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품효율표시와는 많이 다르다. 제품이 실제 건물에 설치될 경우 연료비용과 보일러 교체효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향후 유럽보일러시장 진출과 국내 효율제도의 개선을 위해 이에 대한 자료 수집과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조사된 9개국의 제품수명은 평균 10∼14년으로 길다. 가스보일러의 경우 겨울철 난방 사용이 주 목적으로 잦은 고장과 수리비용 부담은 고객불만의 최대 요인이다. 또 제품특성상 한번 설치하면 쉽게 바꿀 수 없고 가스, 물,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제품인 것을 고려하면 제품의 내구성 향상과 주변기기(배기통, 온수배기관등) 개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가스제품은 안전확보가 필수다. 현재 국내 가스보일러의 경우 안전성에 관련한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제품 설치 이후 사후관리는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제품의 노령화에 따른 보수, 유지가 필수적인 면을 고려하면 과거 부적합하게 설치된 보일러 등이 아직도 많은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의 형식적인 보일러 점검과 달리 독일의 경우 법규(규정)에서 난방시스템의 열효율 시험을 요구한다.

난방시스템의 용량이 50kW이상일 경우 자격있는 자에 의해 연소효율을 포함해 일년에 두 번 점검되고 있다. 이외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설치된 보일러의 제어시스템의 정확한 성능, 공급시스템과 연소 상태 등의 검증을 법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유럽시장에서 가스보일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면과 시스템적인면(CE 마킹절차등)을 만족해야 한다. 값싼 제품과 기술력 없이는 시장진입이 어려운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국내 일부 기업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시장의 보일러제품관리 표준모델은 선진유럽형이 될 것으로 본다. 결국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유럽의 시스템을 배워야 할 것이다.

향후 중국의 저가 가스보일러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이미 부품(조정기, 밸브등)을 보면 쉽게 예측된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국내 가스보일러 생산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기술개발을 위한 환경은 미약하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가정용보일러에 적용하는 EMC 시험항목은 시험할 시설(가스기기 전문시설)이 국내에 없다. 또 열효율 등과 같은 측정방법과 시험환경(환경관련)도 열악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시설과 환경에 대한 투자는 하나의 기업이 구축하기에는 비용과 시간, 관리적인 면도 쉽지 않다. 유럽의 EN규격의 적용(국제규격 부합화)과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도 최소한 그들이 운영하는 시스템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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