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공학박사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
[투데이에너지] 21세기 에너지산업에 있어 셰일가스 만큼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을 것이다. 2011년 6월 IEA가 ‘가스황금기(Golden Age of Gas)’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래 최근 5년 동안 셰일가스는 비전과 우려가 공존하면서 많은 변혁을 거듭했다.

특히 사우디가 미국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한 치킨게임은 국제유가를 30달러/mmbtu 이하까지 끌어 내렸다. 국제유가가 60달러 이하 수준이면 셰일생산자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2015년부터 셰일가스 생산업체의 파산이 시작됐으며 연내 많은 기업이 도산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셰일거품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일부 구조조정을 겪는 셰일가스업계가 ‘제2의 셰일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기술혁신과 비용절감으로 “5년 전보다 셰일 생산에 드는 굴착 시간은 50% 단축, 한 번에 팔 수 있는 굴착 거리는 2배 이상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천연가스시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IEA의 전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천연가스 소비가 2040년까지 연평균 1.4% 성장이 예상, Outlook에서 제시하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세계 가스매장량 2위인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80%나 증가, 260bcm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새로운 시장선도자로 부상할 것이다. 아울러 2016년 하반기 예정인 파나마운하의 개통은 미국 셰일가스의 수송을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할 것이다. 여기에 현재와 같은 절정의 구매자우위시장(buyer’s market)을 잘 활용한다면 천연가스마켓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이미 올해 2월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의 LNG 수출에 대한 대응책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가격을 인하, 천연가스산업에도 치킨게임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천연가스산업도 획기적인 산업멘탈의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와 같은 천연가스 가격 수준으로는 천연가스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것이다.

도입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멘탈은 우리나라가 중심이 되는 동북아 가스허브(hub)의 창설로 본다.

가스허브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현물이나 선물 가스거래가 이뤄지는 장(market)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Zeebrugge hub는  영국과 벨기에 간 Intercon nect(해저배관)을 통해 수급 및 가격에 따라 영국과 대륙의 가스가 쌍방향으로 거래된다.

또한 리비아 등의 LNG와 러시아의 PNG가 연결돼 거대시장을 이루고 있다. 한편 가스 수출국 입장에서 볼 때 동북아시장은 국제 LNG 교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다.

반면에 수입국은 아시안프리미엄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LNG를 사용하고 있다. 2014년 4달러/mmbtu 대의 미국 Henry hub 천연가스 가격은 2015년에 2.63달러로 낮아졌다.

그러나 장기계약이 많고 유가와 환율에 연동되는 우리나라의 도입가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따라서 세계 최대 LNG수입국이 집중돼 있는 동북아의 천연가스허브를 창설해 도입가 인하는 물론 천연가스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 환상망 구축과 4개의 터미널 및 67기의 저장탱크를 확보하고 있다. 지역배관망은 4만km가 넘었으며 발전용과 민수용의 균형, 세계 2위의 LNG소비국으로 발전했다.

아울러 러시아 PNG,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과 파나마 운하의 확장 개통, 호주와 중동의 LNG, 일본과 Interconnect 건설 가능성 및 일본·중국·대만과 인접한 세계 최대 LNG 소비시장 등 허브 건설에 필요한 인프라와 지정학적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싱가폴 등 타국에 비해 불리한 점도 많다. 북한 정세로 인한 PNG 건설 지연, 시장개방의 문제, 금융제도의 한계, 허브 운영경험 부재 등 다양한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천연가스사에 길이 빛나는 소중한 경험과 능력을 갖고 있다.

사업개시 30년만에 전국 환상망과 보급률 80% 달성으로 1,700만 수요가 시장으로 성장한 저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천연가스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천연가스허브를 창설해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제2의 도약과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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