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배럴당 140달러를 육박했던 고유가 상황이 전세계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현상으로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다시 반등을 시작해 40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2008년 12월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올해 1월 들어 29.9달러까지 떨어지더니 산유량 동결 등 OPEC의 공조 분위기에 힘입어 오르기 시작해 4월 4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이같은 유가 흐름에 따라 정제마진 하락과 재고손실을 경험했던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저유가에 따른 수요 증가와 정제마진 개선, 재고손실이 재고평가이익으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사상 두 번째로 좋은 실적을 거두게 됐다. 

유가 하락기에 정유사는 높은 가격에 구입한 원유 등에 대한 재고평가 손실이 불가피했었지만 유가가 반등하면서 재고평가 이익은 물론 정제마진, 수요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도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액에서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에서의 이익이 아니라 윤활유와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마진 스프레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비지 정제주의로 정유산업을 태동시키고 성장시켜 왔던  정유산업이 자체 정제 및 저장시설 구축으로 수출 기회는 축소되고 내수를 기반으로 한 성장 비중에 포커스를 점차 높여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짊어지게 됐다.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 셰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출형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생존 위기에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원유 도입선 및 수출국 다변화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내수를 기반으로 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주유소 등 국내 석유 유통시장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석유 유통시장 점유율 유지와 확대는 정유사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토대일 수밖에 없어 지속적인 거래관계 유지는 물론 주요 대리점 등 대형 거래처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 마진의 지속적인 하락과 카드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유소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도입한 알뜰주유소 증가율이 주춤한 가운데 이에 대항한 셀프주유소의 비약적인 증가 현상은 정유사 또는 주요 대리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대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탈출구가 되고 있다.

도심의 통행량이 많은 곳, 고속도로 또는 신설 국도 등을 중심으로 서로 좋은 길목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신설 주유소와 기존 주유소와의 판매물량 유치 경쟁은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결국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를 되풀이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석유수급은 원유수입과 제품수요, 공급 모두 크게 증가현상을 보였다. 재고 손실이 확대되면서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사들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저유가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 정제마진 개선, 원유시장 경쟁 심하에 따른 산유국의 원유 판매가격 인하 등으로 국내 정유산업에 유리한 영업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2014년 배럴당 4달러를 약간 웃도는 정제마진을 누렸던 정유사는 지난해 6달러를 넘어서는 마진을 향유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마진을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질유분해시설 증설을 통한 생산효율성 증대와 석유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등 사업다각화 및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쟁력 구축에 나서 2000년대 중반 아시아 역내 수급구조 불균형에 따라 수출물량이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평균 수출비중이 약 60.2%를 차지했다.

글로벌 유가 변동성, 역내 수급구조, 정제마진의 변화 방향성과 변동 폭에 따라 수익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유산업은 수출에 따라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사업구조로 변모해 왔다.

특히 수출은 이익규모 확대에 긍정적이지만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수출비중 확대는 정유사들이 사업부문별 변동성을 완충하고 이익규모를 확대하는 기반이 됐지만 유가 변동, 글로벌 경기, 역내 수급구조에 따른 정제마진 등 정유사가 통제할 수 없는 거시경제 요인들에 민감한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실적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2000년대 이전 시기와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수급구조와 이에 대한 대응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유사는 최근 5년간 중국, 싱가폴,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등 주요 6개 국가로 전체 수출물량의 약 73.3%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일본, 호주의 경우 일부 정제시설 폐쇄계획에 의해 수입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정유사에게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중국, 인도네시아의 경우 정제시설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와 최근 석유제품 수요 성장세 둔화는 국내 정유사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주요 정유사의 최근 투자가 중국 등 아시아 수요 확대를 감안한 석유화학 투자와 글로벌 수요 충족을 위한 윤활유 사업으로 집중된 것을 고려할 때 수출 관련 리스크는 국내 정유사의 향후 실적 향배에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수출 실적 변동에 따른 현금흐름과 차입금 부담에 대한 재무적 대응력이 정유사의 신용도 평가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 경영환경 악화되는 주유소

카드수수료와 판매마진 축소, 업계간 경쟁 격화 등으로 경영 환경의 악화로 인해 전국에 운영 중인 주유소 숫자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SK에너지를 비롯해 GS칼텍스, S-OIL 등 정유사와 대리점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보다 개인사업을 하는 자영주유소들의 감소세가 더 뚜렷해 석유유통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거리제한 폐지 등으로 숫자가 급증했던 주유소가 지난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후 5년동안 826곳 감소해 지난해 말에는 1만2,180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숫자가 늘면서 업체간 경쟁은 심화된 반면 정부의 기름값 인하 정책 등에 따른 영향으로 주유소의 경영적자가 누적되면서 현업에서 손을 놓게 된 주유소가 늘어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계자에 따르면 “주유소 운영 지역과 판매량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 평균 700드럼 안팎은 팔아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다”라며 “약 4,000개 넘는 주유소가 700드럼 이하의 기름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즉 리터당 50~150원 안팎의 마진을 누린다고 볼 때 평균 100원도 되지 않는 판매마진을 보고 영업하는 주유소가 한 두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유소업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유사 또는 대리점에서 운영하는 주유소가 각각 659개, 615개로 총 1,274곳이지만 자영, 즉 개인 주유소가 1만904곳으로 자금 여력과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간 경쟁에 매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도 신규 설립 주유소가 없지 않지만 지난 2010년 444개였던 휴폐업 주유소는 2011년 613개, 2012년 643개, 2013년 703개, 2014년 693개, 2015년 693개로 둔화되기는 했지만 휴폐업 주유소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정유사의 폴사인별 주유소는 직영과 자영을 포함해 SK에너지가 3,034개로 31%, GS칼텍스가 2,343개로 21%, 현대오일뱅크가 2,006개로 18%, S-OIL 1,993개로 17%, 무상표 1,549개로 13%의 석유유통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알뜰주유소 부정적 시각 확대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업계는 변화된 석유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셀프주유소를 통해 원가 절감, 다양한 유외 사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에 비해 혜택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정부가 석유공사를 앞세워 특정 사업자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는 특혜 논란과 함께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의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11년부터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민간 주도가 아닌 석유공사를 통한 정부 주도하에 추진되면서 알뜰주유소 전환 시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 등 정부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일반 주유소업자에게는 자기부담인 비용을 특정사업자(알뜰주유소)에 국한해 국가재정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간 공정한 경쟁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특히 알뜰주유소를 통한 석유공사의 석유시장 참여를 중단하고 재정 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공기업의 본연의 경쟁중립성 원칙 준수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알뜰주유소 운영을 지원하는 정부가 일반 주유소와 경쟁하며 알뜰주유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알뜰주유소 자립화방안을 지난해 상반기까지 마련해 석유공사의 시장 참여를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농협, 도로공사, 자영 등 알뜰주유소 운영주체의 자율적인 활동을 사실상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낮아지면서 알뜰주유소마저 석유공사의 50% 물량 공급을 외면 내지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적인 정유사 공급가격은 석유공사의 단가 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 사실이지만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리터당 5~20원 저렴하기 때문에 주변 주유소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물 구입을 선호하는 현상마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뜰주유소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인하되는데 긍정적 영향을 일부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주유소에 비해 비싸게 판매하는 곳도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에도 알뜰주유소 지원 예산을 12억원, 안심주유소를 위해 28억원을 예산 지원을 하고 있어 알뜰주유소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셀프주유소 언제까지 늘어나나

지난 4월 현재 상표별 셀프주유소는 석유유통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SK에너지가 762개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GS칼텍스가 455개, S-OIL 375개, 현대오일뱅크 356개, 알뜰주유소가 189개, NH-OIL이 51개, 농협의 자회사인 남해화학 클린오일을 비롯한 기타 셀프주유소가 29곳으로 총 2,217곳에 달한다.

전국 4,600여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SK에너지는 대리점인 SK네트웍스와 함께 셀프주유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7년만 하더라도 9개였던 셀프주유소는 2008년 38개, 2009년 73개, 2010년 말 143개로 점차 증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GS칼텍스를 비롯해 S-OIL,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주유소가 단순히 기름을 주유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운전고객을 위한 서비스 공간으로 인식해 세차 및 정비, 자동차판매 알선, 패스트푸드점 입점 등 다양한 고객 편익모델을 선보여 나가고 있다. 

셀프는 물론 정비, 보험, 중고차 및 신차 판매 정보제공 등과 같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부가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인 셈이다.

만족도 높은 고객서비스 방안의 일환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관리비를 줄여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석유 유통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활성화 될 것인가의 문제를 비롯해 전체적인 유통망의 운영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셀프주유소의 설치 및 운영 확대는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 수순이 될 것이 유력하다.

노령화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인건비 지출에 비해 셀프주유기 등 설비 투자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 정유 및 주유소 산업의 나갈 방향

SK에너지를 비롯해 GS칼텍스 등은 글로벌 메이저기업과 같이 석유개발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신기후변화체계에 따라 미래에너지에 대한 개발과 관심을 높여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그린카 배터리,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인 그린폴, 청정 석탄에너지 등의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회수 및 저장에 그치지 않고 촉매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머로 전환해 친환경 신소재로 상업화에 나서 원료인 나프타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GS칼텍스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주유소 캐노피나 건물 옥상에 태양전지 모듈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바이오연료인 바이오부탄올 생산 및 개발, 2차 전지인 박막전지 개발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와 실험장비, 시험용 생산시설 등의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석유유통 채널인 주유소의 설비 개선에도 힘을 쏟아 나가고 있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도입과 자영주유소와 직영주유소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 거점지역에 셀프주유소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통행량이 많고 도심 주요 지역에 주로 위치하고 있는 주유소가 1만2,0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주유소별 석유제품 판매량과 수익은 점차 감소되고 있기 때문에 인력과 관리비 등 각종 비용 절감을 셀프주유소 운영을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이다.

풀 서비스 주유기에 비해 셀프주유기가 비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는 거래 주유소에 대한 지원 또는 자체 상표 주유소의 정량, 정품, 저렴한 가격에 대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운전자를 유치하는데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

국내 첫 셀프주유소는 2005년 11월 GS칼텍스가 처음 운영했지만 인식부족 등으로 풀 서비스 주유소에 비해 자리를 잡아가는데 약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값싼 기름을 넣기 위한 국민들의 의식 개선 등으로 점차 셀프주유소가 자리를 잡아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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