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가스정책연구 본부장
[투데이에너지] 이달에 사우디 연구기관 사람들이 울산 우리 연구소를 방문해 워크숍을 가졌다. 당연히 국제유가 전망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향후 유가가 어찌될지에 대해 누구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유가가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잘 알다시피 2014년 하반기에 유가가 폭락한 것도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본격화되면서이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한 석유수요 증가세 둔화와 맞물렸기에 이런 폭락세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더 이상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는 당분간 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 됐다.

그 이유는 현재 40달러대인 유가가 회복되게 되면 현재 감소세를 보이는 셰일오일의 생산이 다시 활발해져 추가적인 국제유가 상승을 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 바 셰일오일 업체의 손익분기점이 향후 국제유가의 천장(ceiling)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에 일정기간 유가가 셰일오일 생산업체의 한계생산비용 이하에서 머물면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생산을 줄이게 되고 그러면 유가는 바닥(floor)을 치게 된다. 일시적 이탈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상당기간을 놓고 보면 국제유가에는 천장과 바닥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경제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유가전망을 하는 사람들이나 유가변동성 때문에 혼난 이들에게는 축복처럼 들릴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주장을 사우디측 전문가가 제시했다.

논지는 천장이나 바닥이 고정돼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천장이나 바닥의 높이가 가변적이어서 향후 유가의 상·하한치를 가늠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였다. 이 말이 맞는 것이 셰일오일의 생산비나 손익분기점이라는 것이 기술발전, 금융시장 상황, 토지임대조건, 매장량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동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시장상황에서 확인된 바 있다.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대다수의 셰일 생산업체는 도산할 것으로 예측됐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유가가 40달러 선을 하회해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그리 크게 감소하지 않는 상황을 보고 많은 전문가들이 의아해했다.

유가하락을 단기적으로 감수하고도 시장점유율 고수 정책을 구사한 사우디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사우디 연구소의 영국인 전문가의 입에서 천장이나 바닥이 움직이기 때문에 향후 유가상승이나 하락의 저지선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고 나아가 앞으로도 유가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견해는 매우 흥미 있게 들렸다.

위의 견해의 진위여부는 향후 시장에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최근 나이지리아, 캐나다 등 국지적 공급차질로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유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더욱 반등한다면 과연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예상대로 늘어나 유가 상승세를 저지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실제 셰일오일 생산하락세가 멈추는 유가수준은 어디일까? 21년 만에 석유장관을 교체하고 석유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체질을 바꾸겠다는 사우디의 원유가격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도 관심사이다.

이런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우린 어떤 대응책을 준비해 둬야 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유가 변동성이 비록 그 정도는 줄어들겠지만 앞으로도 여전할 예상이라면 국가차원에서는 에너지원의 다변화에 계속 노력해야 한다.

비화석에너지의 확대도 장기적으로 중요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화석에너지간의 다변화, 더 나아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원 내에서 수입원의 다변화에도 힘써야 한다.

기업차원에서는 유가 변동성에 따른 매출과 이익의 변동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 국내 에너지산업의 수익변동성을 보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너무 부족하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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