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명 가스기술기준위원장 세명대 교수
[투데이에너지] 우리나라에 도시가스 보급은 1970년대 초반 동부이촌동, 영등포 및 마포지역에서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2016년 현재 도시가스는 전체 가구의 약 77%인 1,600만가구에서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취사와 난방의 에너지원이 됐다.

도시가스는 주원료인 천연가스는 전량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배관을 거쳐 각 사용처로 공급되고 있다.

가스배관은 1MPa 이상인 고압가스 배관이 약 4,200km, 1MPa 미만인 중저압 배관은 전국에 약 4만km가 설치돼 있다. 이들 가스배관 중 대부분은 지하에 매설돼 있으므로 배관 상태와 안전성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어 항상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하에 매설된 가스배관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형사고로 이어져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1994년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로 12명의 사망자와 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995년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101명의 사망자와 201명의 부상자를 낸 바 있다.

최근까지 국내에서는 지하매설배관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2014년 대만의 가오슝에서 지하매설배관 가스사고로 26명의 사망자와 28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국내 도시가스 가스안전관리제도는 아현동과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를 계기로 많이 강화됐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는 가스배관 설치 단계에서는 시공감리를 실시하고 있고 운영 단계에서는 사업자가 배관 15km 마다 배관안전점검원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치해 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하수관 등을 부설하다가 가스배관을 손상시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굴착공사의 사고예방을 위해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EOCC)를 2008년부터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장기 사용배관이 증가함에 따라 중압배관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토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관리해야 할 매설된 가스배관이 크게 증가했고 점차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지금까지와 같이 정부주도 하에 시행돼온 검사나 진단제도만으로는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도시가스 매설배관을 효율적인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배관의 수명평가 및 교체주기 결정 등에 선진화된 안전관리 기법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등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가스공급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안전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정부에서는 지도·감독만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배관건전성관리프로그램(IMP: Integrity Management Program)제도가 있다. IMP는 사업자가 배관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첨단검사장비 등을 이용해 배관 건전성을 관리하는 기법이다.

이 제도에서 정부는 사업자가 자율적인 안전관리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확인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10여년 이상 경과된 고압배관을 대상으로 한 배관건전성관리제도 도입을 2010년부터 정부의 안전관리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준비해왔다. 지난해 12월에 이 제도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으로 반영됐다.

이러한 선진화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안전관리 의식과 기술적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정부와 안전관리기관은 사업자의 자율안전관리제도가 차질 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화된 안전제도와 기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사고뿐만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사업자 그리고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전문화’를 정착해야만 각종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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