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소녀가장 효선(연서중3), 미선(수색초6) 자매가 찾은 곳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울서부지사 사무실. 그동안 여러번 방문을 한터라 다정하고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직원들은 바쁜 일손을 접어 둔채 환한 웃음과 흐뭇한 마음으로 두 어린이를 맞이했다. 서울서부지사(지사장 홍경석)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하루 앞선 이날 소녀가장돕기 모임을 갖고자 두 자매를 사무실로 초청한 것이다.

이곳 직원들은 효선 자매와 지난 97년, 관내 영세민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스안전점검 행사에서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효선양이 중학교 1학년일 때부터 해마다 새학기, 어린이날, 추석, 성탄절이 되면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날도 직원들은 월급 우수리로 모은 후원금과 정성어린 선물을 준비했다.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은 효선, 미선 자매는 현재 고모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고모집 또한 생활이 어려워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있는 형편이다. 지금은 영세민을 위한 영구 임대아파트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언니들과 에버랜드에 놀러 갔을 때가 참 재밌었어요. 바이킹이며 청룡열차며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효선양은 지나간 추억을 얘기하며 살며시 웃었지만 요즘 같은 날 느낄 수 밖에 없는 서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발랄하고 붙임성있다던 미선양 또한 이날 만큼은 조용했다. “효선이가 처음 저희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많이 타 묻는 말에만 겨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답니다.

이제 한결 친숙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면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효선 자매를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하는 이은정 과장은 이렇듯 속마음을 밝혔다.

여직원들로부터 처음 시작된 작은 도움의 손길이 이젠 모든 직원이 한 마음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커져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서울서부지사 직원들은 조금씩 소녀다운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두 자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고 한다.

<심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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