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유가를 비롯한 자원가격의 하락으로 2014년 이후로 국내 자원공기업이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져서 구조조정 중이지만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10년 넘게 지속된 고유가시기에 자원 보유국가의 자원민족주의가 팽배하고 에너지소비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인도를 위시한 신흥개발 국가 간의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에서 96%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대부분의 유가 예측기관이 지속적인 고유가 시대를 예상했고 중국, 인도, 일본 등이 우리보다 더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맞는 정책 방향이었다고 판단된다.

자원개발은 고 위험성, 긴 회수기간, 자원가격의 불확실성 등 자원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반영한 장기적이면서 치밀한 계획과 실행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정해진 자원개발율 목표를 달성하고 임기 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생산광구를 지나친 차입에 의존한 자금조달로 매입하면서 일부 자산에 대한 부실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저유가에 들어서면서 매입광구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차입에 의한 이자를 지급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류부문의 자원개발만 담당하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는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다. 자원가격이 낮은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하지만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원공기업은 얼마나 답답할까. 갈 길이 먼 공기업은  당장의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일본과 중국은 저유가를 투자 기회로 인식하고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으나 한국은 그나마 민간기업에 지원해 오던 해외자원개발 성공불 융자를 ‘도덕적 해이와 눈먼 돈’이라는 굴레를 씌워 올해 융자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다행스럽게도 내년 예산에는 해외자원개발 특별 융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해 1,400억원이 책정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성공불 융자는 눈먼 돈이었을까. 성공불 융자는 자원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안정적인 자원확보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성공률이 낮은 탐사사업을 지원해 주는 자금지원제도이다. 물론 탐사단계에서 성공하면 이자와 특별부담금을 징수하고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감면해 주는 융자제도이기 때문에 ‘성공불 융자’라고도 불렸다.

성공불 융자는 탐사사업에 필요한 전체 사업비 중 30% 정도만 융자를 해주기 때문에 70%의 사업비는 민간기업의 자체 자금으로 한다. 그래서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도덕적 해이와 눈먼 돈이라는 것은 단지 오해일 뿐이다. 누가 자기 돈을 버려가면서 정부의 돈을 쓰기 위해 사업을 엉망으로 추진할 사람이 있겠는가.   

정부의 자원개발공기업 추진체계개편에도 언급됐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이 없는 부실사업은 정리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실사업 정리와 역량강화는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성에 기반해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의 본래 취지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의 목적은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에 있는 것이지 단기간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인력양성도 자원개발 특성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소요되고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고유가시 사업 추진을 위한 인력이 부족한 것은 그 이전에 인력양성이 소홀했기 때문이다. 저유가시 인력양성에 소홀하면 다가올 고유가시 또 다시 인력부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유가 시기가 사업 투자의 적기인 것처럼 인력양성의 적기이기도 하다.

또한 꾸준하게 준비하는 실력자만이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실력을 갖춘 준비된 회사만이 찾아오는 기회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며 더 무서운 사실은 아무것도 안하고 손 놓고 있으면 해외자원개발의 본질인 에너지자원 확보도 점점 멀어진다는 점이다. 멀리 보고 방향을 정한 후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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