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영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대한설비공학회는 1972년 건축설비와 산업설비의 기계, 에너지, 환경 및 자동제어분야에 관한 학문 연구와 기술발전 및 기술자의 지위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복지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설비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에는 설비공학회 회원들의 수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설비공학회의 수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는 정시영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나 설비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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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공학회를 이끄는 소감과 포부는

설비공학회는 전임 회장님들을 비롯한 모든 회원님들의 노력으로 큰 발전을 이뤘고 높은 위상을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어수선한 국정현황 등 올해 학회 운영에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 예상된다.

지난해 차기 회장을 수행하면서 강조해왔던 설비산업과 설비인의 위상 강화 학술·기술의 수월성 추구 국제적 위상과 역할 제고 후속세대 양성 강화 전체 설비분야의 화합과 협력 등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국가 산업에서 설비분야가 기여하는 역할이 대단히 크고 국가에너지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설비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설비분야가 건축분야에 하나의 분야로 인식되고 있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건축에서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설비도 이제는 당당히 독립된 분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기관과 산·학·연이 함께 하는 설비포럼 등을 통해 설비산업의 중요성과 당면문제를 널리 알리고 설비산업의 발전을 위한 요구사항들이 국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다.

학회의 수월성과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서는 우리 학회의 영문 논문집 IJACRSCI 등재를 추진하고 ASHRAEJSRAE를 비롯한 외국의 학회 협회와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국제협력의 한 방안으로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동계학술대회에는 ASHRAE의 차기회장인 Olesen 교수를 초청해 강연과 토론의 자리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올해도 미국 ASHRAE와 일본 JSRAE에 참석해 계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 또한 우리 학회의 하계학술대회에서 실시하는 International session에 일본, 대만 등에서 논문 발표를 독려해 학회 활동의 국제화에 앞장서겠다.

우리 설비분야에서 우수한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것은 학계, 연구계, 산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이 과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다. 우리는 HVAC 경진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수한 인재가 우리 분야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또 학회의 소속된 많은 교수님들이 설비산업 현장에서 젊은 인재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토대(지식)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학회를 포함한 전체 설비분야의 화합과 협력이다. 설비분야는 전공과 업역이 다양해 일부 세부적인 사항에서 이해가 상충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설비분야의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구성원 간의 이견이 있다면 이를 조정하고 화합과 협력을 통해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 학회의 취지이며 저의 목표이기도 하다.

불거진 국내 에너지 문제점과 복안은

누진세, 신기후체제 등 에너지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소비 감소 및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국내의 에너지정책을 보면 에너지수급에 관한 계획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수렴이 부족하고 최대 전력이 발생할 때 요금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것처럼 근시안적이고 즉흥적인 정책 수립과정이 개선돼야 한다.

정책 수립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경제학은 물론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에 관련이 있는 전기, 기계, 원자력, 화공, 건축 등의 전문가가 정책수립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에너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함께 해야 한다. 에너지 관련 기술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과학/기술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이 수립되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가 에너지소비에서 건물에너지(가정/상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5%로 산업부문(60%)에 비해 1/4 정도이나 에너지소비 절감의 가능성은 산업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설비공학은 건물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축물의 냉난방, 조명설비 등의 합리적인 운전과 고효율화를 통해 국가 에너지소비 감축 및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신기후체제, 에너지의 변화에 대한 준비는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난화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국제적인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경제 위상을 자랑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 위상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규제를 주도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예로 기후온난화 등 문제로 세계적으로 냉매 규제 또는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에너지 생산만큼 중요한 것은 에너지절약과 고효율화 기기의 기술개발이다. 이를 위해 학회 회원들이 기술개발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에 지금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향후에는 에너지 발전 비중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성 측면으로 봤을 때는 원자력 발전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사회적 전체로 봤을 때는 문제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일본의 원전사고 등으로 우리는 충분히 그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다. 이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인센티브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기반을 조성해 확대·보급에 나서야 한다.

2017년 새해, 하고 싶은 말은

새해에도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될 전망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나 에너지산업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좋은 결실이 있는 한해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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