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연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최근 유가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에너지기업들은 투자액 감축 및 비용절감 외에도 장기적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가스가 핵심기업인 기업의 상당수는 가스산업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 등 신흥지역 내 하류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EIA(IEO 2016,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비OECD 지역 주도로 전세계 가스소비량은 2012~2040년 동안 연평균 1.9%씩 증가할 전망이다.

2012~2014년 동안 연평균 가스소비량 증가율이 OECD지역은 1.1%에 그친 반면 비OECD지역은 세계 가스소비량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2.5%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특히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의 동기간 연평균 가스소비량 증가율은 각각 4.4%, 2.5%, 3.3%에 달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신흥지역에서 가스발전 및 판매와 파이프라인, LNG 인수기지 건설 등 하류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더욱이 2020년대 초까지 LNG 초과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LNG공급기업은 신규 LNG 수요 창출을 위해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가스 하류사업 투자 확대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Shell, Total 및 Woodside 뿐 아니라 Cheniere도 가스 하류사업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례로 최근 Cheniere는 칠레의 가스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60만톤/년의 LNG를 20년간 공급하는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신흥지역 중 LNG 수요의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동남아시아지역이다. Woodmackenzie 보고서(‘LNG growth and opportunities: Why SE Asia fits the bill’ 2016년 9월)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지역의 LNG 수요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주도로 2015년 9mmpta에서 2035년에 70mmpta로 무려 7.8배 증가하면서 세계 LNG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5%에서 2035년에 21%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지역의 LNG 수요 증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관련 인프라(가스 발전소: 30GW, 육상 LNG 인수기지: 7개, FSRU: 4개, 3,500km 가스파이프라인: 3,500km) 필요 투자액이 4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 유틸리티기업들 앞 다퉈 하류사업 진출

신흥국의 가스 하류시장 성장 전망은 상류사업 보다 상대적으로 하류사업에 역량이 높은 유틸리티기업에게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자국 내 가스산업 성장이 정체된 국가들의 유틸리티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하류사업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 사례로 프랑스의 ENGIE, 영국의 Centrica, 일본의 Tokyo Gas를 살펴보면 중점지역이 다소 상이하지만 해외 하류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프랑스 정부가 지분(2015년 말 32.8%)을 보유하고 있는 멀티유틸리티기업(전력 및 가스 판매)인 ENGIE가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지역을 중심으로 가장 활발하게 해외 하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NGIE는 2015년 기준 유럽에서 가스 공급은 3위, 전력공급은 7위 기업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영국 IPR(International Power PLC)을 인수함으로써 세계 1위의 독립발전기업이 됐으며 LNG부문에서는 유럽 제1위의 LNG수입기업이자 세계 5위의 포트폴리오기업이다.

가스 및 전력 판매, LNG 하류사업 등을 하는 ENGIE의 해외사업(Energy International)은 유럽 외 26개국에 가스 및 전력을 판매하고 있으며 2015년 기준 발전량에서 유럽을 제외한 해외비중이 약 70%에 달하고 있다.

또한 해외사업(Energy International)이 총 EBITDA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6.6%에서 2015년에는 32%까지 확대되는 등 해외사업은 ENGIE의 핵심 사업이 됐다.

올해 발표한 포트폴리오 전략 방향(2016~2018년)에 따르면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상류사업의 위험 증가로 향후 인프라 및 하류사업에 보다 중점하기로 했다.

가스발전사업은 주로 중동에서 추진하고 LNG 부문은 성장이 빠른 지역 진입을 위해 FSRU 건설 및 저장 및 저장설비사업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신흥지역의 하류사업을 상류사업과 연계시켜 추진하고자 한다.

올해 투자액을 감축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ENGIE는 아프리카, 아시아 및 중동지역에 대한 가스밸류체인 개발 투자액(2015~2020년)을 최대 50억유로로 책정했다.

유틸리티기업임에도 상대적으로 상류사업 중요도가 컸던 Centrica(영국 최대 가스 공급기업)도 유가급락으로 지난해 전략검토(Strategy Review)를 한 결과 향후 상류사업 규모는 축소하고 전력 및 가스 공급에 중점하기로 했다.

Centrica는 유가급락 이전인 2012년~2014년 동안 전체 투자액의 64%를 상류사업에 투자했고 E&P사업(영국 발전사업 포함)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인 Centrica Energy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에 49%까지 달했다.

그러나 유가급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15년에는 그 비중이 17%로 급락한 반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하류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인 Direct Energy의 비중은 22%로 Centrica Energy 비중을 상회할 뿐 아니라 2011년대비 10%나 확대되며 핵심자회사가 됐다.

단 Centrica는 라틴아메리카 및 아시아 등 신흥지역 보다는 미국 북동지역 등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및 가스 소매사업에 중점하면서 궁극적으로 동 지역에 지속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Tokyo Gas, 가스 소매시장 자유화대비 해외 사업 비중 확대

Tokyo Gas는 일본 내 제2위의 LNG수입기업이며 제1위의 가스 판매기업으로 국내 가스판매가 통상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Tokyo Gas는 2017년에 시행되는 가스 소매시장 전면자유화로 향후 가스시장 점유율이 약 20~30% 정도 감소되고 자국 내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Tokyo Gas는 2011년에 발표한 ‘Challenge Vision 2020’을 기반으로 북미 및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Challenge Vision 2020’에 따르면 Tokyo gas는 FY2012~FY2020 동안 총 투자액의 16%(3,200억엔)를 해외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하류사업은 인구성장과 경제발전이 일본과 유사할 것이라는 판단을 기초로 향후 동남아시아(인니, 태국, 베트남 중심)를 중점 지역으로 삼고 동 지역에 LNG 벨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Tokyo Gas는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구조에서 해외사업 비중을 FY2009~FY2011 동안 평균 10%에서 FY2020년에는 25%로 확대해 가스 내수판매 의존도를 낮추고자 한다.

또한 Tokyo Gas는 해외 하류시장 진입 및 확대를 위해 현지기업을 활용하고 있다. Tokyo Gas는 지난해 LNG사업과 관련해 인니 국영사인 Pertamina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그 첫 단계로 인니 자바섬 남부의 Bojanegara에 최초 LNG수입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Tokyo Gas는 향후 기지 운영을 기반으로 해 인니 LNG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가스소매시장 진출의 일환으로 2014년 12월에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산업용 및 가정·상업용 LNG 기반의 전력 및 열공급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사인 Petrovietnam 산하의 Petrovietnam Gas와는 에너지 솔루션사업 추진에 관한 각서도 체결하는 한편 베트남, 인니, 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우리의 전략, 현지기업 적극 활용방안 필요

최근 정부는 ‘천연가스산업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기업 동반으로 해외 하류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흥지역은 낮은 국가 신용도에 하류시장을 개발해야 하는 위험이 있어 국내기업 동반 진출 뿐 아니라 신흥지역에서의 사업리스크를 낮추면서 동지역의 하류시장에 좀 더 용이하게 진입하기 위해 타 유틸리티기업처럼 현지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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