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석유공사가 개발하고 있는 미국 멕시코만 광구.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올해 해외자원개발 융자가 부활되기는 했지만 자원개발 공기업의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자원개발 투자 위축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부실을 걷어 내고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국가 전체의 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한 반면 저유가 상황을 기회로 삼아 내실을 다지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원개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자원 빈국이다. 1970년대 중동 발 오일쇼크를 겪은 이후 우리나라도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해 양적인 측면에서는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뤘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원개발사업인 인도네시아 서마두라(1981년, 석유·가스), 파라과이 산안토니오 우라늄 사업(1977년, 광물)을 시작으로 석유·가스 자원개발 물량은 2008년 15만5,000b/d(5.1%)에서 2015년 55만7,000b/d(15.5%)로 확대됐다.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3사(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에서 탐사 37개, 개발·생산 54개 총 91개의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앞세워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이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외형 확대에만 치중한 나머지 경제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대규모 차입금으로 무리하게 자원개발 투자를 진행한데다가 자원가격 하락으로 인해 보유 자산의 가치와 수익이 급감하면서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원개발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성공불융자금은 ‘도덕적 해이,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또 리스크관리 능력제고, 기술력 및 전문성 확보, 전문인력 양성 등의 질적 성장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부채비율(2007년→2015년)을 보면 석유공사는 64%에서 453%, 가스공사는 228%에서 321%, 광물자원공사는 103%에서 6,905%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정 의원이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따른 이자비용이 석유공사는 3조2,000억원, 광물자원공사는 6,700억원, 가스공사는 1조3,600억원 총 5조2,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현재 이들 3사가 해외자원개발에 25조4,000억원을 투자해 5조6,000억원을 회수, 결국 회수금액 대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자원개발 부실 정리에만 몰두

▲ 한국석유공사의 베트남 15-1 원유생산시설.
이처럼 자원개발에 따른 부실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 대책을 수립하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공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해 왔다. 자원개발 공기업 3사는 2017년까지 6조원 이상의 해외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밖에 조직축소, 인원 감축 등 내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예산도 줄어드는 추세다. 해외자원개발 지원예산은 2015년 3,588억원에서 2016년 95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성공불융자로 사용되는 해외자원개발융자 예산은 2014년 2,006억원에서 2015년 1,438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는 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3~4년간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위축돼 해외자원개발 신규사업 건수와 투자액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전경련이 지난해 초 발간한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한 해외자원개발 신규 사업 수는 2011년 71개에서 2014년 17개로 76% 이상 감소했다. 투자액도 2011년 117억1,600만 달러에서 2014년에는 67억9,300만 달러로 약 42%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29일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도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실을 정리하고 추가적인 부실을 예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정부와 공기업이 뒤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했다는 것이 큰 변화다.  

주요 내용을 보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핵심자산은 투자유치 및 경영 관리를 강화해 수익성과 가치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또 비축·도입 연계사업에 집중하고 신규투자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대륙붕, 민간지원 등 정책적 필요성이 큰 경우에만 인정한다.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민간 지원기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광물자원공사는 광물비축 및 광물산업 지원기능을 유관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공기업들의 상시적인 자산 구조조정과 지속적인 관리 강화로 추가적인 부실을 예방키로 했다.

또한 정부·공기업 동반지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민간 자원개발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공기업의 기술과 인력, 신용도를 활용해 민간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공기업 해외자산을 테스트베드로 활용, 민간기업의 기술·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 개요.
산업부는 이번 개선방안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국가 자원개발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자원개발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민간 기업들의 참여 확대로 이를 보완해나가겠다는 것이 산업부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국가 전체의 자원개발 규모가 2017년까지는 소폭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2018년 이후부터는 다시 증가할 것으로 산업부는 예상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및 업계를 조사한 결과 자원개발이 유가하락 이후 위축된 모습에서 벗어나 석유·가스 총생산량이 2015년 55만7,000b/d에서 오는 2020년 69만b/d로 약 24% 증가하는 한편 민간기업 생산량이 공기업을 상회해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선방안이 장기적 관점의 일관성 있는 대책이 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기존에 추진해온 공기업의 부실 자산 정리 및 추가 부실 예방에 집중돼 있고 공기업 기능 축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민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 한다고 하지만 보다 획기적인 실행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기술력 및 전문성 확보, 전문인력 양성 등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0원이었던 해외자원개발 ‘성공불융자’를 ‘특별융자’로 다시 부활시켜 2017년 특별융자금 1,500억원을 편성했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심의에서 500억원이 삭감된 1,000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번 융자금 확보는 침체돼 있는 자원개발을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1,000억원의 융자금으로는 기업들의 자원개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가 민간기업 중심으로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한 ‘특별융자금 제도’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만큼 앞으로 이 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한다면 융자금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이전의 성공불융자처럼 눈먼 돈으로 다시 낙인찍힌다면 특별융자금 확보는 물론 그 제도 자체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에너지 안보라는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이 중요한 만큼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자원개발 정책은 지속 추진돼 왔지만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때마다 자원개발정책이 수시로 바뀐다면 자원개발은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권이 교체돼도 단기적인 성과를 떠나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자원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대선 이후 새로운 정권에선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 수익성 악화에도 자원개발 확대
   

▲ 중국 국영석유기업 3사의 최근 해외자원개발 현황.
2011년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하던 국제유가는 2014년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월21일 22.83달러(두바이 가격)로 ‘최저’를 보이다가 상승 추세로 전환해 50달러대로 한해를 마감했다.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들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용절감 및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축소 등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저유가로 자산가치가 하락한 자산매입이나 인수합병과 같은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수원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원의 ‘저유가 해외자원개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CNPC, Sinopec, CNOOC 등 3대 국영석유기업이 자원개발을 주도하는 중국은 2015년 저유가 여파로 3사의 매출액 및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지만 자원보유량 확대 기조는 유지돼 왔다.

수익성이 낮거나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축소함에 따라 전체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2년 연속 감소해 2015년 269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저유가 상황에도 신규투자는 증가하는 추세로 2015년 계약액은 386억달러 수준이다.

2015년 부동산개발업체 ‘Yantai Xinchao Industry’가 미국 텍사스주 Permian분지 내 약 13억 달러의 셰일자산을 인수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한 민간회사들이 저유가 기회를 활용해 북미지역 석유·가스 자산 매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 일본 INPEX사의 최근 해외자원개발 투자현황.
민간 주도로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일본의 경우 민영화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INPEX사가 지난 10년간(2004~2013년) 탐사부문에 약 38억달러를 투자했고, 2014년 탐사비는 전년대비 50%나 증가했다.

또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각사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원개발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미쓰이는 2015년 11월 호주 가스전 지분 35%를 3억8,000만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12월에는 브라질 심해 4개 탐사광구 지분 10%를 매입했다.

일본의 전체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2010년 4조3,000억 엔에서 2014년 11조4,000억 엔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 예산도 2015년 561억엔에서 2016년 632.5억엔으로 확대됐다.

이수원 KDB산업은행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미 발견된 광구를 인수해 생산량을 늘리거나 개발단계 사업에 참여하는 등 자본회수가 빠른 자산 인수로 수익률을 제고하고 유가하락으로 재무상황은 열위에 있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해 E&P 관련 기술 확보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또 “기술력 및 전문성 등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한국형 메이저 기업을 육성해 대형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코지마 요시히로 JOGMEG(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 조사과장은 지난해 12월 ‘한·중·일 자원전문가 초청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일본 자원개발 지원정책은 컨트롤타워인 JOGMEG가 총괄한다”라며 “특히 일본 민간기업과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세계 18개국에서 26개 탐사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19개 프로젝트에 직접투자, 융자, 신용보증 등의 방식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뚜완 샤오푸 CNIA(중국 유색금속공업협회) 부주임은 “중국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광산 인수합병과 지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며 “지난 2014년 우광그룹이 인수해 2015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페루 라스밤바스 동광산과 콩고민주공화국 동·코발트 광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JOGMEG와 같이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투·융자지원, 인력양성, 기술개발, 정보제공, 국제협력 등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지원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자원개발은 그간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해 국가차원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부재했고 우리나라 자원개발 기업들이 수 십 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메이저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규모면에서나 역량 면에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개발의 선순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전문성(전문인력 양성, 전문 경영체제,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독립) △대형화(지속적인 정부지원 확대로 민간부문 활성화) △공기업 활용(공기업을 통한 최소한의 에너지자원 확보) △포트폴리오(고위험, 불확실성, 장기간이라는 자원개발 특성 고려) △운영권사업 확보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자원개발의 선순환·지속발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저유가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잘 알고 있지만 내실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온도차가 역력하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해석된다. 

지난해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내놓을 때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저유가 시기인 지금이 오히려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적기라는 의견도 많이 있다”라며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일단 내실을 다지면서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사업 융자예산을 부활시키는 등 대내외 여건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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