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진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원 방사선소송대응팀 차장.
[투데이에너지] 격동기인 1980년대의 대학가에서 외치는 구호 중의 하나는 ‘반전반핵’이었다.

그 당시 반핵의 의미는 핵무기와 관련한 것이었다. 그 이후 1990년대 초에는 굴업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이라는 또 하나의 큰 이슈가 있었다. 대학 재학시절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던 필자는 핵물리학 토의시간에 얄팍한 지식으로 굴업도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에 무조건 반대하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였던 것으로 회고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입사해 줄곧 방사선과 관련된 업무를 20여 년간 수행해 온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주장이었다.

원전 주변에서는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전 가동중단이라는 목적을 가진 환경단체는 원전 주변주민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았다는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주민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원전 때문에 질병이 발생했다는 고리원전 주변주민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는 원전에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정의와 진실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진실하지 않으면서 정의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에서는 원전 가동으로 주민들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도록 적법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주관하고 있는 환경단체 측에서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원전 방사선으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수원과 일반 국민들을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러한 의혹을 제시하면서 원전 방사선 때문에 갑상선암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와 동시에 원전 방사선이 과연 갑상선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원전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없다는 몇 가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국내 갑상선암 발생률은 세계 최고이며 국내 지역 간에도 15배의 차이가 발생한다.

환경단체에서는 원전 주변의 여성 갑상선 암 발생률이 2.5배 높았다는 서울대 역학조사의 일부 결과를 이용해 원전 방사선이 갑상선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 암 등록본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의 지역 간 발생률은 무려 15배까지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대 역학조사에서 원전 주변주민의 암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모든 암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비교지역보다 2.5배 높게 나타났으나 이에 대한 서울대 역학조사의 최종결론은 ‘원전 방사선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도간에 인과적인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원전 주변지역의 환경 및 주민 방사선량은 국내 다른 지역 또는 일반인의 선량과 차이가 없었다는 점, 두번째 갑상선 암을 제외한 다른 방사선 관련 암은 증가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세 번째 갑상선 암의 발병위험도 경향은 남녀 간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 네 번째 거주기간이 길수록 방사선 관련 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은 남녀 모두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대 역학조사는 원전 방사선과 암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조사하는 것인데 위와 같이 여성 갑상선암의 원인이 원전 방사선인지는 확인된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원전 방사선이 여성 갑상선암의 원인인 것처럼 왜곡돼 이용되고 있는 것이 원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두 번째, 원전 주변주민의 건강검진 기회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역학조사에서 원전 주변주민의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이 2.5배 높았던 원인은 한수원의 의료봉사활동과 함께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원사업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병원과의 협약에 근거해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거나 대폭 할인된 비용으로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2000년부터는 암 검진사업이 국가적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기 시작하면서 갑상선암 발생률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국내 갑상선암 환자가 2000년대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원전 주변지역에서만 특별하게 발생된 현상이 아니며 국내 전체에서 발생된 일반적인 현상으로 많은 의학자들은 이를 초음파 검진기술의 발전과 과잉진단을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역학조사를 재해석한 보고서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부정하고자 한수원의 의료봉사가 원전 주변이 아닌 원전 근거리 대조지역(원전에서 5~30km 이내)에서 더 많이 수행됐다는 분석을 하며 검진에 의한 효과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근거리 대조지역에서의 과잉진단에 따른 갑상선암 진단자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어 검진기회가 많을수록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원리에 대해서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2012년도 제 48차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서울대 역학조사의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과 2016년도에 중앙 암 등록본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비교해 보겠다.

1999년 이후의 원전 주변주민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전국 발생률 보다는 높으나 최고 발생률보다 현저하게 낮다. 그 반면에 국내 갑상선암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오히려 전국 발생률보다도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암 검진사업이 착수되는 초기(1999년부터 2003년)에는 원전 주변주민의 검진기회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2004년부터는 오히려 원전 주변지역보다 다른 지역에서 검진기회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원전 주변을 포함해 전국 갑상선암 발생률의 차이는 방사선이 아닌 검진률의 차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야한다. 

또한 서울대 역학조사에서 원전 주변지역과 비교지역이었던 충주, 함양, 양평의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은 중앙 암 등록본부의 전국 평균 발생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원전 주변의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았던 것이 아니고 지역 간 상대적인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세 번째, 인공방사선과 자연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   

환경단체에서 초청한 영국의 크리스 버스비는 법정 증언에서 인공방사선이 자연방사선보다 인체에 더 위험하다고 서슴없이 발언했다. 이는 한국의 학계를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건강상의 영향은 자연이냐, 인공이냐가 아니라 전달받은 에너지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사실이다. 인공방사선이라고 해서 특별히 자연방사선보다 위험하다고 할 수 없고 자연방사선이라 해도 인체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크면 인체에 해로움을 미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연간 평균 3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핀란드의 경우 연간 약 8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는 자연방사선이라서 괜찮은 것이 아니고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매우 적은 방사선량 수준이기 때문에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부산 지역 간에도 연간 1.2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지역 간 차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전 주변 방사선량인 연간 0.02밀리시버트로 인해 암이 발생했다는 논리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

위에서 국민 여러분과 원전 주변주민들의 방사선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어드릴 수 있을까 해 원전 방사선은 갑상선암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과학적 근거를 몇 가지 소개했다.

고리 인근 주민이 원전에서 배출하는 방사성물질로 인해 암 등의 질병이 발생됐다는 손해배상 청구1심 판결에서 일부 승소함에 따라 환경단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현재 개인소송 2차 변론이 지난 9월 부산고등법원에서, 집단소송은 지난 3월 부산지법동부지원에서 각각 개최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은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했을 뿐,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오인한 판결이다.

이에 갑상선암의 위험요인은 다양하며 원전 방사선과 갑상선암 발생은 무관하다는 충분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해 변론이 진행 중인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부의 판결 결과를 기다려야지 언론이나 미디어 매체 등에 과학적 근거도 아닌 의혹을 제기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이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전달되는 갑상선암에 관한 많은 부분들이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이기 때문에 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특히 원전 주변 갑상선암 소송은 반 원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과학적 근거도 없고 진실이 결여된 소송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사실은 진실하지 않으면서 정의로울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정의로워 보일 수 있는 원전주변주민의 갑상선암 소송에 대해서도 이러한 이치는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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