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새로운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통상, 투자, 조세, 이민,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미국인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 팔고 미국인 고용을 더 확대함으로써 미국 중산층 기반을 복원시키겠다는 것이 신정부의 정책 비전이다.  

미국 신정부의 에너지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을 더 확대하고 수입은 줄여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그에 따라 미국인 고용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이 확대되면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고 이는 미국 근로자들의 에너지 부담을 줄여 결국 실질 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저렴한 에너지 가격은 물류비 및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져 농업, 제조업 등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가격 인하를 통해 고용창출과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이전 오바마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회복을 가져올 수 있었던 데는 2010년대 이후 저렴한 셰일가스 개발과 그에 따른 제조업 활성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신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점은 신재생에너지보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개발에 더 많은 정책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셰일 자원 개발을 가로막는 개발지역 제한 규정이나 환경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 사양산업화하고 있는 석탄 산업도 청정 석탄 개발 기술을 통해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 이행에 따라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셰일 개발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나 신정부의 정책 효과가 배가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미국의 에너지정책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산 원유 및 가스 수입을 늘려야 한다. 여기에는 국내 수요와 물류비용 등이 감안돼야 하겠지만 중동 산유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동 산유국은 대미 수출이 줄어들게 되면 동아시아 시장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중동 산유국과의 가격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 내 에너지 개발을 위한 상류 부문에 국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셰일 자원은 현재 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 중남미 등 여타 지역으로 개발이 확대될 것이다.

국내 기업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미국에서 셰일자원 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선진기술을 배워나가야 한다. 이와 같이 셰일자원 개발에 참여하면서 그 생산의 일부를 국내에 도입할 수 있다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석유화학 또는 가스화학 부문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경쟁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합작기업을 만들고 저렴한 원료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에너지 관련 인프라 건설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석유화학 플랜트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및 청정석탄을 활용한 발전플랜트 건설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중동 산유국에서의 플랜트 건설 수주가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안 시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셰일 자원 개발도 정부의 지원 하에 전문 중소기업 위주의 종합적인 산업으로 발전했다. 또한 자원 개발 및 플랜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금조달 역량이 요구되는데 이에 대해 정책금융을 통한 공적 지원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 전문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도 중소기업 차원에서는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자원 개발 경험 및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에너지사업 진출 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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