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기 한국내진안전기술원 전문위원.
[투데이에너지 김보겸 기자] “소방내진 관계자 및 전문가 회의를 통해 올바른 소방내진설계가 이뤄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소방정책이 정립되길 바랍니다”

현재 소방시설 내진설계는 문제점이 많다. 이형기 한국내진안전기술원 전문위원은 지금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안전처고시 제2015-138호에 따라 2016년 1월25일부터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에서 정하는 규정에 적합하도록 모든 소방시설에 대한 내진설계가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초기에는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족 및 내진산업의 준비 부족으로 일부 혼란이 있었지만 지난해 9월에 발생한 지진규모 5.1, 5.8의 경주지진을 겪으면서 내진설계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형기 전문위원은 “국민안전처에서 소방내진설계기준해설서 및 운영지침으로 일선소방서의 행정업무를 지도하고 있으나 내진교육 및 전문기술력 부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내진설계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화용수를 저장하고 있는 수조의 내진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해설서 및 운영지침에 따르면 일반 수조에 방파판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수조의 내진성능이 확보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다”라며 “수조자체가 수평지진력에 견딜 수 있도록 수조에 대해서도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파판을 설치한 일반 수조는 지진 발생시 수평지진력에 의해 파손돼 전체 소방방재기능의 유실을 초래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 전문위원은 “2016년 12월 업그레이드된 해설서에는 ‘수조 벽체 및 천장에 대한 안정성 검토’가 명기돼 있어 수조의 내진성능 확보를 유도하고 있으나 일선 소방서에 운영지침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 수조의 내진성능미비로 인한 소방방재기능 유실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소방시설 내진설계기준이 이원화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법 시행 초기의 내진설계기준은 각 설비 가동중량에 지진계수 0.5를 곱한 크기의 수평지진력을 적용하는 일관된 내진성능기준을 적용했다”라며 “수정된 해설서에서는 배관은 지진계수 0.5를 적용하는 간편해석법을 따르고 있고 배관을 제외한 설비에서는 등가정적해석법에 따르는 수평지진력을 산출해 적용토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등가정적해석법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경우에 지진계수 0.5를 적용한 수평지진력보다 낮은 값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내진성능기준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지진규모 6.0에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한 내진설계기준이 지진규모 5.0 수준의 내진설계기준으로 1단계 낮아진 결과이다.

법 시행 1년도 되지 않았고 본격적인 내진시공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내진설계기준의 후퇴는 그만큼의 안전장치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방파판을 수조 안에 설치하라고 법을 규정했지만 방파판으로는 수조의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한다.

수조가 내진성능을 갖기 위해서 가장 우선되는 조치사항은 수조가 수평지진력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이는 슬로싱(물의 출렁거림)으로 인한 부가적인 힘(충격)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함을 포함한다.

이 전문위원은 “일반적인 저수조(내진설계되지 않은)의 구조설계는 물높이에 따라 변화하는 정수압만을 고려해 벽체 등을 설계해 왔다”라며 “하지만 지진 발생시 지진가속도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수평지진력에는 쉽게 파손될 수 있는 구조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조의 내진설계는 반드시 수평지진력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안전성이 확보된 내진탱크를 적용해야 하고 내진탱크가 이동 및 전도되지 않도록 내진앵커로 고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때 앵커설계도 균열콘크리트 조건에서 수조의 인발력 및 전단력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앵커볼트내진강도 계산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진설계된 수조가 설치된 조건에서는 지진동에 의한 슬로싱이 수조의 벽체 및 천장을 충격하는 부가적인 힘이 발생하게 된다.

이 전문위원은 “‘소방내진의 설계계 기준’에는 슬로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방파판 설치를 강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설서에서는 수조 중앙바닥을 중심으로 3축방향으로 1/2길이로 방파판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방파판은 설치 부위 및 구조형상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특정한 방법을 강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며 “따라서 소방설계기술 발전과 성능개선을 위해 방파판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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