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된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래라고 할만큼 뚜렷한 시장이 조성되지 않고 있어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할당대상기업들은 대부분 유상할당이 시작되는 차기계획년도(2018~2020)를 위해 할당량을 비축,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유상할당이 시작되면 톤당 배출권가격이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호재를 누리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할당량을 과다하게 이월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시장이 활성화뿐만 아니라 과다감축이 요구됐던 일부 업종에서는 남는 배출권을 추가할당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바뀐 배출권거래제도를 보다 면밀히 살펴봤다. /편집자 주

정부가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혁에 나섰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기업들이 내다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배출권에 대해 이월제한조치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탄소배출권 여유분을 기준치 이상으로 보유할 경우 앞으로는 새로 할당되는 배출권량이 감축된다.

배출권거래제는 파리협정 등 세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동참하기 위해 산업별로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량이 부족한 기업은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서 쓸 수 있도록 도입한 시장제도다.

매년 정산을 통해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들은 부족한 배출권 수량에 10만원 한도 내에서 시장 가격의 3배의 과징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배출권시장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대비해 배출권이 남아도 팔지 않아 공급부족의 악순환이 반복, 탄소배출권 가격을 급등시켜 사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2015년 톤당 11,774원이었던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616,737, 20171월에는 2751원이었으며 2월에 들어서는 24,300원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정부의 이월제한 조치는 시장안정화를 위한 강경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열린 배출권거래제공청회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밝혔다. 이후 업계 내에서는 거래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44일 기준 배출권의 시장가격은 약 26,000원으로 1차 계획기간 마지막해인 올해 예상됐던 급등세는 조금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거래 활성화 나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 ‘배출권거래 시장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종합적인 안정화 방안을 발표,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배출권 시장공급 확대로 대응하고 2차 계획기간에는 수요분산과 시장활성화 조치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1차 계획기간(2015~2017)의 배출권 여유분을 2차 계획기간으로 과다 이월할 경우 2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시 불이익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일정기준을 초과해 이월할 경우 초과 이월량만큼 2차계획기간 할당량에서 차감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배출량 변동폭과 시장의 수급 불균형 정도를 감안해 향후 시장 수급, 업계 의견 등을 반영, 오는 6월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무엇이 바뀌나

정부는 남은 1차 계획기간동안에는 배출권 여유분의 매도를 유도하고 필요시 정부 예비분을 공급하는 등 수급안정에 집중하고 2차 계획기간에는 차입한도 조정 및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 물량 국내 배출권 인정, 스왑거래방식 다양화 지원 등 시장활성화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배출량 변동량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연평균 10% 이내 이월이 가능한 만큼 변동폭을 10%로 보고 있다.

또한 배출권 여유기업의 50%135개 기업이 2만톤 이하를 이월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월량이 2만톤 이하인 기업은 이월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다. 기재부는 이들 기업의 이월물량을 다 합쳐도 270만톤 미만으로 연간 할당량의 0.5%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할당량 차감을 2차 계획기간으로의 이월량이 확정되는 시점인 20187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2차 계획기간 배출권이 할당되는 오는 7월 할당량의 일부만 우선 할당하고 20187월에 나머지에서 초과 이월량을 차감 후 할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장수급(4~5) 상황을 보면서 필요시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인 1,430만톤을 공급해 부족분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2016년 할당량의 약 2.6% 수준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6,800만톤의 배출권을 추가 할당함에 따라 추후 기업의 배출권 여유분이 의도한대로 시장에 공급되면 수급 불균형은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는 2차 계획기간 수급안정 대책도 함께 내놨다.

기재부는 2차 계획기간의 차입한도를 15%로 조정하되 첫해인 2018년에는 차입량의 50%를 다음해인 2019년 차입한도에서 차감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

현행 규정상 차입한도가 내년부터는 20%에서 10%로 축소될 예정이다. 이는 차입한도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배출권 부족기업의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행된다. 2018년 배출권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차입한도를 조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8년 차입량이 많을수록 2019년에 차입한도가 많이 줄어들도록 해 차입물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차입한도가 10%에서 15%로 조정되더라도 계획기간 후반에 배출권 매입 수요가 증가하는 수급 불균형은 현재보다 완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배출권거래제도가 계획기간별로 감축목표와 배출권 할당을 정해 운영하고 있음을 감안해 다음 계획기간으로부터 차입 금지EU 등과 동일하게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던 해외감축분에 대해서도 인정해주는 기준도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감축 물량을 국내에서도 배출권으로 인정해주는 기준을 마련, 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정부는 국내 기업 등이 직접 시행하는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에서 발생한 해외배출권을 2018년부터 국내 배출권으로 인정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배출권 거래와 관련해 신고내용, 신고서식 등 절차적 애로사항을 검토해 이 또한 지침을 개정한다. 특히 지난 1월 작성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 제시된 배출권 경매와 관련해서도 차질없이 추진, 2018년부터 배출권의 일부를 경매 등의 방법으로 유상할당하도록 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향후 계획

앞으로 정부는 오는 6월까지 배출권 여유분의 매도를 유도할 수 있도록 2차 할당계획 수립 시행령을 개정하고 필요시 정부예비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요분산을 위한 차입제도 개선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후 시장활성화 기반구축을 위해 연내 법과 지침을 전반적으로 손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 전에 남는 보유분은 빨리 내다팔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출권 공급이 지나치게 제한되면 정부가 보유한 시장안정화 조치인 예비분(1,430만톤)도 확보, 이를 시장에 풀어 부족분을 해소하기로 했다.

배출권거래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급이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거래 기한을 두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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