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투데이에너지] 현재 우리 정부는 녹색선진국가 구현이라는 비전을 마련하고 녹색건축물 활성화를 통해 건물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저탄소녹색성장 실현 및 국민의 복리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국가 간 탄소 거래시장이 본격화 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은 탄소 구매비용을 원가에 반영해야 하므로 가격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에너지사용을 줄이고자 강도 높은 건물에너지 정책을 시행을 통해 관련 산업계의 기술 개발을 촉진시켜 탄소 발생을 억제시킬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의 세계 경쟁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달성되기 위에서는 제도적 보완이 선결돼야 한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제91조(품질 시험 및 품질검사) 제2항 1호는 ‘국립·공립 시험기관 또는 건설기술용역업자의 시험성적서가 제출되는 재료의 경우 발주자 또는 건설사업관리용역업자의 封印(봉인) 또는 확인을 거쳐 시험한 것으로 한정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으로는 성능 미달의 창문이 시중에 유통되고 설치돼도 이를 검증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행 창호 등급 관련 절차 및 제도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현행 등급 관련 절차는 업체가 창호를 샘플을 제작해 공인기관에 시험을 의뢰하고 시험기관은 KS 시험방법에 따라 시험하고 성능시험서를 업체에 발급한다.

업체는 이를 한국에너지공단에 제출하면 정부로부터 시험 결과에 맞는 창호 등급을 부여 받아 시장을 통해 판매 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는 시장에서 창호를 구매, 설치하고 실질적 공사를 감독하는 건설사업관리자로부터 서류상 설계에 규정된 등급과 동일한 지를 확인받은 후 감독기관에 제출함으로서 건물사용허가 또는 녹색건축물에 따른 등급을 부여받게 된다. 상기 내용을 보면 현행 등급 관련 제도는 공인기관의 시험 결과를 100% 신뢰한 가운데 이뤄진 정책임을 알 수 있다. 만약 공인기관의 시험 절차에 허점이 있다면 현행 등급 관련 제도 또한 커다란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등급제 창호 제도는 창호가 갖춰야할 다양한 성능 중에서 열 성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2가지 항목, 즉 열관류율과 기밀성능의 2가지 항목만을 성능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인기관의 시험 절차를 살펴보면 상기 2가지 성능 중 특히 기밀성능을 높이기 위해 비상식적인 상황을 손쉽게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기술적 예를 들면 현재 슬라이딩 창호에서의 개폐와 기밀성능은 서로 상반된 관계이다. 결국 창호의 상반된 성능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종래 슬라이딩 창문은 기밀성과 개폐성능과의 상관 절충점을 찾아 제작됨으로서 근본적인 기밀의 한계성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공정하게 슬라이딩 창의 성능을 평가하려면 개폐와 기밀성능은 동일한 제품에 대해 동시에 평가돼야 한다. 현행 제도상에서는 창호의 성능시험은 의뢰자가 제작한 시험체를 대상으로 의뢰자가 요구한 시험 항목만을 평가하고 있다. 기밀성능에 대한 시험 요구가 있을 경우 시험기관은 기밀성능 항목에 대해서만 시험성적서를 발행하면 된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 업체가 악의적으로 기밀성능을 높이기 위해 인증용 시료에는 창문을 열기 버거울 정도로 밀폐부재를 과도하게 설치해 좋은 시험 결과를 받아 우수한 등급을 획득한 뒤 실질적으로 시장에는 개폐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밀폐부재를 미흡하게 설치해 기밀성능이 낮은 창문을 내 놓아도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현행 제도의 심각한 허점이다.

불공정한 검증 환경에서 좋은 제품이 개발될 수 없다. 에너지절감을 통해 탄소 부담 문제를 해소하고 관련 기술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전시행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소비자만 이유도 모른 체 등급제 실행에 따른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도 창문 틈으로 새는 에너지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있지는 않는지, 창문 틈으로 유입되는 미세 먼지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기밀성능 시험 시 기밀성과 개폐력을 동시에 시험하고 설치된 후에도 현장에서 성능시험을 수행하는 제도가 의무적으로 시행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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