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에너지정책 방향을 설정하면서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 외에도 경제성과 효율적인 면에서 우수성이 입증된 풍력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반면 산간지대에 조성해야 하는 풍력발전단지가 환경을 훼손하고 주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됨에 따라 인허가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내 풍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환경부와 산림청의 인허가 규제완화 노력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많다풍력발전기 외에도 블레이드, 타워 등 각종 기자재 생산을 담당했던 기업들도 그 숫자가 대폭 줄어든 상황인데다가 남아있는 기업들 조차 해외 수출 품목 이외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설치사업이나 발전단지 조성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대형 풍력발전기 제조업은 2010년부터 하나 둘씩 풍력사업부문을 정리하거나 R&D 및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업계의 이같은 결정은 이에 향후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허가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정책적으로 풍력발전단지 확대 계획을 추진하더라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한 개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산지관리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환경영향평가법 등 약 20여개의 관련 법규 및 세부지침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를 다 완료하더라도 주민민원에 부딪히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것이다.

국내 한 풍력기업의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규정한 각종 인허가를 어렵게 통과하더라도 지역주민의 민원에 부딪혀 기존 계획보다 축소되는 일은 둘째치더라도 원래 목표로 했던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된 적이 지난 몇 년간 단 한번도 없었다라며 민원인 측에서 제기하는 각종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없다는 조사결과 등을 제출하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주민을 위한 보상책을 마련해도 각종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경우가 많으며 막상 지자체나 정부 관계자는 모든 문제해결을 업계에 떠맡기다 보니 부담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또한 사실 정부든 지자체든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엄격한 설치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업체는 이를 준수해가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애당초 민원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다보니 인허가 문제 해결은 진척이 되지 않고 마치 풍력사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인허가제도인 마냥 오해까지 하게 된다라며 대국민 수용성을 기업 혼자의 힘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이 부분을 정부에 도움을 요구했지만 진척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친환경에너지 확보정책 이행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도 민원 문제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확보가 급하다는 업계의 입장과 환경파괴와 주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지역주민 입장 모두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북도 산하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풍력발전단지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보상책을 제시해도 거부하는 민원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순 없다라며 정부나 도 차원에서는 객관적으로 입증되거나 우려되는 피해가 아닌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일 경우 업계의 입장을 들어주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주민들은 단순히 한두번 왔다갔다 하는 방문이 아닌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다는 각종 피해들을 제기하고 있어 사업허가를 확정하기가 정말 난감한 경우가 많다보니 지자체 입장에서도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에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운용데이터 확보도 늦어지고 국내에 설치되는 풍력발전단지의 경제성 상승도 늦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풍력발전단지는 단순히 용량규모를 높이는 것만으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단순한 제조기술(하드웨어)뿐만이 아닌 기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설치하기 위한 빅데이터 공학기술(소프트웨어) 육성이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풍력발전단지 설치가 원활하지 않다보니 업체별로 이런 데이터기술을 확보하고 단지운용 효율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베스타스, GE, 지멘스 등 해외 선진업체는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기술 등 소프트웨어기술을 융합해 설비효율성 제고 및 차별화된 가치제공을 진행하고 있는 등 국내 풍력터빈 제조사와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크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인허가로 인한 풍력설치가 지연될 경우 지속적인 발전단지 조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운용 데이터 확보도 늦어져 국내 풍력발전산업의 경제성 상승과 산업 성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한 풍력전문가는 국내기업들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우수한 풍력발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해외 선진 제조사들과 같이 풍황, 지형별 최적입지 등의 노하우를 담은 빅데이터 구축 및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설비 효율성 및 운영기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으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풍력산업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라며 더 큰 문제는 풍력발전단지를 확대해나가면서 발전기 외에도 블레이드, 타워 등 각종 기자재와 부품업체들의 트랙레코드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것인데 현재의 각종 민원문제로 인한 인허가 지연 상황에선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정책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풍력에너지원에 대한 대국민 수용성 확대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우선은 사업초기부터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정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집중해야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초부터 추진 중인 지역주민들의 풍력사업 지분참여시 가중치를 추가하는 제도와 같이 지역주민들에게 필요성과 당위성을 넘어 이익도 공유시킬 수 있는 풍력사업 방식이 확대되고 안정화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점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한 풍력전문가는 단순히 사업초기부터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를 통해 풍력사업이 왜 필요한지, 어떤 도움이 되는 지 등을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서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필요할때마다 협약을 통해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통해 필요한 역할을 주고 받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풍력사업을 추진하는 방식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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