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에너지] 기자는 해마다 명절 이외에도 충남 태안에 계시는 장인어른의 밭일을 도우러 처가에 내려간다. 올해도 6월 초에 처가에 내려가 마늘 캐는 일을 도울 예정이었지만 비가 오지 않아 마늘 줄기가 말라비틀어지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1주일 일찍 부랴부랴 처가에서 마늘을 캐고 왔다.

요즘 야외를 다니다보면 밭의 작물들이 바짝 말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뭄과 폭염이 심각하다.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2~3일 정도 일찍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가뭄이 자주 발생해 물 스트레스가 높은(물이 극히 부족한) 국가이다. 국토교통부와 K-water가 지난 3월 ‘제25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발간한 ‘물과 미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1,453m³로 129위다.

이렇게 물이 부족한데 상수도 요금이 저렴해 국민들의 물 절약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가구당 공공요금 지출액 중 월평균 상수도요금은 1만3,264원, 전기요금은 4만6,187원, 대중교통비는 5만9,363원으로 상대적으로 ‘물 값’이 타 공공재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또 상수도관의 노후화로 한 해(2014년 기준) 동안 수돗물 누수량이 팔당호의 2.7배인 6억9,000만톤에 이른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6,059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물이 부족하면 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에너지와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 발전소는 물이 없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인류에게 가장 핵심적인 식량, 에너지, 물은 상호 연관돼 있다는 이른바 ‘FEW(Food/Energy/Water) Nexus’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다.

세계은행은 ‘High and Dry 보고서(2016년)’를 통해 물 관리에 실패한 국가는 205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물 관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래서 물 관리에 있어 물재이용 기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재이용은 하수를 버리지 않고 다시 정화해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세계에서 기후변화와 가뭄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호주의 경우 40여 년 전부터 물재이용 산업을 키워왔다.

우리나라도 물재이용에 주목하고 기술개발 및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한 부분이 많다. 정부는 이번 가뭄과 관련해 중장기 대책으로 2030년 하수처리수 재이용 목표를 연간 7억5,000만톤으로 설정했다.

정부가 물재이용에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처럼 물을 수입하는 국가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 절약을 유도하고 노후 상하수도 시설 등을 개선하기 위한 상하수도요금 현실화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더 나아가 물재이용, 하수처리 등 물 산업을 적극 육성해 세계 물 산업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뭄 속에서 물 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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