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투데이에너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많은 기사, 댓글, 분석이 있었다. 수 많은 기사 중에서 필자의 시선을 끄는 것은 트럼프의 결정에 찬성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유회사, 석유화학회사, 발전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오히려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16년 전인 2001년 석유재벌가문 출신인 부시대통령은 당선 즉시 1997년에 어렵게 합의한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필자는 그 과정을 목격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다. 필자는 ‘무엇이 이처럼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한다고 하는 정치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표명하게 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필자는 2017년은 2001년으로부터 16년이 지났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 것처럼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 그 원인이라 생각한다. 미국기업들은 그 동안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전세계적인 흐름이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메가 트렌드라 판단해 새로운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바꿔 놓았기 때문에 탈퇴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전력회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 전력의 회장 닉 아킨스는 자신의 발전회사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대비 44%가 감소했고 이미 저탄소 발전회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회사 전략은 소비자의 청정 전력에 대한 요구, 사업의 위험 최소화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 그리고 셰일가스와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 등으로 생존을 위한 변화의 결과라 했다.

미국의 에너지 전문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낸 석탄회사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취한다. 석탄발전이 점차 쇠퇴하고 있는 현상은 환경규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논리, 즉 석탄이 발전원료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파리협정을 성공적으로 탈퇴한다면 석탄산업은 명맥을 유지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 그리고 미국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의 명문이 없고 잘못된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교토의정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중국 등 온실가스 다배출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 미국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하에 미국 상원에서 95대0이라는 만장일치로 통과된 ‘하겔-버드 결의서’에 잘 나타나 있었다.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지 않았어도 교토의정서는 상원에서 비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파리협정의 가장 큰 매력은 195개 당사국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 이를 이행하는 것이며, 거기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인도네시아, 멕시코, 그리고 한국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에 있다. 다시 말해 미국 등 선진국 일부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미국의 탈퇴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것이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5차 보고서에서는 그 동안 의견이 분분했던 기후변화의 존재와 인간의 경제활동이 그 원인이라는 논쟁사항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있다. 즉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인류의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며 인간의 경제활동에 따른 온실가스의 배출로 이러한 기후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존재와 원인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광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강력한 친환경, 저탄소형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침체된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 경제도 새로운 국제경제체제에 대응해 조속히 저탄소형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에너지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세제 개편, 에너지절약과 친환경 생활 유도를 위한 에너지 가격 현실화, 그리고 혁신적인 에너지·환경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세상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시각에서만 정책을 결정하고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될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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