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이동오염원 대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2014년 기준, 단위: kg/대). 국립환경과학원(http://airemiss.nier.go.kr) 자료 재구성.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최근 공개된 국책연구기관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놓고 LPG가 친환경 연료로 입증돼 정부가 검토 중인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 범위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LPG차 확대로 오히려 CO, NOx, SOx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연구용역 결과가 지난 4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경유차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이번 연구에서 수송용 경유가격을 대폭 올려도 미세먼지 저감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번 연구에서 도로이동오염원의 유종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2014년 기준)을 조사한 결과 LPG가 휘발유, 경유대비 CO, NOx, SOx, PM2.5, VOC 등 전 항목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 기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CAPSS)과 환경부의 대기오염물질별 피해비용 연구결과(2015년), 미국환경보호청의 2016년 연구결과를 토대로 단위(리터)당 유종별 환경피해비용을 산정한 결과 휘발유는 601원, 경유는 1,126원, LPG는 246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LPG업계 등 LPG 옹호론자들은 LPG가 경유와 휘발유대비 가장 친환경적인 연료라고 내세우며 LPG연료사용 제한을 RV뿐만 아니라 1,600cc(아반떼급)와 2,000cc(쏘나타급) 승용차로까지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유종별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놓고 보면 LPG가 휘발유와 경유보다 대기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LPG차가 휘발유와 경유차 대수보다 각각 2배 이상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검토되고 있는 LPG연료사용제한 완화와 관련해 승용차와 RV로 좁혀 보면 LPG차의 환경성은 낮아진다.

본지가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2014년 기준 도로이동오염원의 대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를 분석해보니 승용차 부문에서 CO는 LPG가 11.317kg으로 경유와 대비해서는 약 11배 많이 배출했다. SOx와 PM2.5(미세먼지), VOC는 휘발유, 경유, LPG 모두 큰 차이가 없다. 

RV부문에서 CO는 LPG가 25.519kg으로 휘발유대비 약 3배, 경유대비 약 8배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Ox와 PM2.5, VOC는 휘발유, 경유, LPG 모두 큰 차이가 없다.

경유차 중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화물차의 경우도 CO는 LPG가 22.711kg으로 휘발유 및 경유대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Ox는 휘발유, 경유, LPG 모두 큰 차이가 없었지만 PM2.5는 경유가 LPG, 휘발유대비 각각 1.9배, VOC는 경유가 LPG보다 3.4배 많이 배출했다. 

다만 대기 중 오염물질과 반응해 2차 미세먼지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NOx(질소산화물)는 경유가 승용차, RV, 화물차 모두 휘발유 및 LPG대비 월등히 많이 배출한다. LPG도 승용차는 2.218kg, RV는 5.305kg, 화물차는 3.707kg 각각 배출해 경유보다는 훨씬 적지만 휘발유보다는 많다. LPG도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연료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IEA의 기술협력 프로그램(AMF)의 차종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서도 경유 차량은 LPG 차량보다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암모니아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LPG차량 확대 시 전체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벼룩(미세먼지)을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격이다. LPG가 결코 친환경적인 연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현안 이슈가 되다보니 대기오염물질 중 미세먼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 좀 더 종합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LPG연료사용제한이 RV뿐만 아니라 승용차로까지 대폭 완화될 경우 미세먼지가 저감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CO, NOx, SOx, VOC 등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LPG 규제 완화는 단순히 미세먼지에만 한정하지 말고 전체적인 대기오염물질 저감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 국내외 승용차의 미세먼지 배출량 비교.
이번 연구에서 미세먼지만 놓고 보면 LPG가 휘발유와 경유보다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PG(승용차, 택시, 승합차, 화물차, RV 등 전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계수를 ‘0’으로 잡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LPG에서도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기존 국내외 연구결과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배출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국내외 자동차연료별 미세먼지 배출 연구결과를 보면 지난 2005년 Euro 4 도입 이후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 부착이 일반화됐고 경유차량의 미세먼지 규제 강화로 지난 2009년 9월부터 Euro 5를 도입한 이후에는 모든 경유승용차에 미세먼지 DPF를 부착토록 해 휘발유 및 LPG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경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에서는 승용차 km당 휘발유 0.0018g, 경유 0.0021g, LPG 0.0020g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청의 연구에서는 km당 휘발유 0.001g, 경유 0.002g, LPG는 휘발유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왔다. IEA AMF 자료에는 km당 휘발유 0.006g, 경유 0.048g, LPG 0.005g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연료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자동차연료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시 휘발유와 LPG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누락돼 차종·연료별 환경성 평가 시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라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이 휘발유와 LPG 등 가스차량에 대한 미세먼지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휘발유 및 LPG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국가통계에 반영하고 LPG 등 가스차량에 대해서도 미세먼지 배출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개최된 ‘미세먼지 이대로는 안된다 II : 에너지세제개편 정책토론회’에서 “휘발유와 LPG도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데 환경부의 통계에서는 휘발유와 LPG의 미세먼지를 0으로 잡고 있는 등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유차 중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차량이 화물차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2016년 10월)에 따르면 경유차 중 화물·특수차량의 미세먼지 배출 기여율이 70% 이상이다. 경유승용차로 범위를 좁히면 경유승용차의 PM10 및 NOx 배출량은 0.8%에 불과하다. 대형화물차 1대가 배출하는 PM10 및 NOx 배출량은 각각 경유승용차의 145.25배, 260.64배에 이른다.

국책연구기관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연구용역’에 따르면 대당 PM2.5는 경유의 경우 승용차가 0.084kg, RV는 0.602kg, 화물차는 1.957kg으로 화물차가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LPG차는 대부분 승용차로 경유차 중 가장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화물차를 대체하기 힘들어 LPG연료사용 규제완화로 인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경유승용차 퇴출 공약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유차 억제는 노후 화물차 조기폐차 지원 확대 등 화물차에 집중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경유차가 대기오염물질 중 질소산화물 배출이 휘발유와 LPG대비 월등히 많다는 점은 경유차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친환경적 기술 개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기계공학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동수 창원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환경부는 경유차가 실 도로 주행 시 NOx가 인증기준치보다 약 10배 이상 과다 배출하므로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경유차의 NOx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하지만 독일 통계자료에는 경유차에 의한 PM 발생률은 1%, NOx 발생률은 10% 수준이라고 발표하고 있고 NOx의 일부가 2차 반응에 의해 스모그를 생성한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인 근거도 없어 선진국에서는 NOx를 미세먼지의 범주에 포함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그 동안 실 도로 주행에 대한 규정이 없어 폭스바겐 등 대부분 경유차들이 장치조작으로 악용한 것으로 현재는 실도로주행 시 NOx 허용규제가 2017년까지 2.1배, 2020년까지 1.5배로 확정돼 있어 경유차로 인한 NOx의 과다 배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서 경유차 실 도로 검사기준(제작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3.5톤 미만 경유차에 이 기준이 적용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포항공대 연구팀과의 산학 연구를 통해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장치의 정화 성능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고내열성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를 개발했다고 지난 1월 밝힌 바 있다.   

 

▲ 2014년 기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자료: 국립환경과학원, http://airemiss.nier.go.kr).

한편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연구에 따르면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으로 PM2.5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분야는 제조업 연소(47.91%)와 생산공정(7.75%)을 포함한 사업장이 55%에 이른다. 다음으로 비도로이동오염원 21.60%, 도로이동오염원 14.57% 순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원을 국외 영향이 30~50%(고농도 시 60%~80%), 나머지 국내배출(2013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의 경우 수도권은 경유차(29%), 전국적으로는 공장 등 사업장(41%)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경유차의 경우 전국적으로 보면 발전소(14%) 다음으로 4위(11%)다.

이처럼 국외 영향과 제조업 연소 등 사업장에 대한 미세먼지 저감이 더 시급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저감 대책은 미미하고 수송 분야, 특히 경유차 억제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업장 부문은 대기오염총량제 대상 사업장 확대(수도권), 배출총량 할당기준(수도권) 및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수도권 외 지역)을 강화하는 정도다. 국외 영향 저감대책으로는 중국 등 주변국과의 환경협력과 국내 환경기업의 중국 환경시장 진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지만 두루뭉술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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