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원 소장
안전보건공단
산업화학물질연구센터

[투데이에너지] 벌써 과거의 기억 속으로 묻혀 들어가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대형사고로 안전에 대한 불감증으로 온 국민이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됐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 사고를 살펴보면 지난 5월1일 쬎쬎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사고 발생 직후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조치와 함께 거제조선소 내 모든 작업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외부 전문기관이 안전진단을 진행했다.

특히 해당 작업장에 대해 정부가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86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안전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부산고용노동청은 위반 사항 중 443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고 과태료 5억2,000만원을 부과했으며 또 작업중지 8건, 크레인 4대 등 장비 사용중지 12대, 시정조치 635건 등도 조치했다.

감독결과 일부 크레인에 대한 안전인증 미실시와 추락방지 미조치, 사업장 내 용접작업 시 화재예방 미조치 등 안전상의 조치 위반 등을 대거 적발했다. 또한 원청 안전·보건관리자 업무 미전담과 협력업체 안전·보건관리자 미선임 등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안전진단과 후속 조치를 통해 위험요인이 제거된 작업장과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현장을 재점검했으며 이후 안전이 확인된 지역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여기에 덧붙여 해당 기업은 작업 재개 첫날 안전 의식을 재확립하기위해 협력회사를 포함한 조선소 내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결의대회까지 개최했다.

문제는 엄청난 인명피해 이후 안전에 대한 다짐과 정부의 특별감독기간 관리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또 발생해 모든 노력을 무색케하고 말았다.

해당 조선소에서 크레인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옥외 공조시설의 발끝막이판 설치를 위해 용접작업을 하던 중 용접불꽃이 냉각탑 아래 PVC필터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안전의식이 전반적으로 결여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곳곳에서 발생한다. 5월22일에는 석촌동 지하철9호선 공사장에서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같은 날 남양주시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또한 화학사고를 살펴보면 5월22일 쬎쬎케미칼 여수공장의 자일렌 가스누출로 현장 근로자 11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며칠 후 폭발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4월21일 00오일 울산공장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자수는 9만656명이고 사망자수는 1,777명이다. 이는 하루에 249명이 다치거나 질병이 걸리고 약 5명이 사망하는 수치다.

또한 경제적 손실액(직접+간접비용)을 환산하면 약 21조4,000억원 정도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약 5%에 해당된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주로 사회적 취약계층인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 습관 그리고 행동양식 등과 연관돼 있어 어느 한 곳에 집중한다 해도 단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

즉 어떠한 제도나 대책도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지 못한다.

산업재해 예방도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 또는 사업주의 안전의식이다.

어느 조직이든 최고경영자나 사업주의 인명존중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의식과 관심이 없이는 산업재해 감소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안전은 생명을 지키는 것이며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업무 중 가장 고귀하다. 최고경영자와 사업주는 우리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보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생명을 지키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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