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박사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투데이에너지]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행태는 변혁의 연속이다. 특히 2017년 대통령 탄핵으로 격랑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업의 기부문화와 고객의 응대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CS: Customer Satisfaction)은 서비스 전후를 가리지 않는 생애주기 관점의 TCS로 전환됐고, ‘Good for business = Good for society’라는 공식이 파괴된 지도 오래다. 기업의 기부나 자선활동 등으로 오랫동안 강조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더 이상 지속가능한(sustainable) 도구가 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제는 CSR을 넘어 기업의 공유가치창조(CSV: Creating Shared Value)가 요구되는 이유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11년 1월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How to Fix Capitalism)’라는 논문을 통해 전략적 CSR의 개념을 뛰어 넘는 CSV 개념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했다.

제목에서 보듯 5F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에 노력한 경영학의 대가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치유하는 방안으로 CSV를 제안한 것이다.

그만큼 현대 자본주의는 양극화를 비롯한 다양한 병폐가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CSV는 최근 기업지배구조와 연계해 언급되는 이익공유제와는 지향하는 바와 개념이 전혀 다름을 밝혀 둔다.

CSV의 개념은 기업활동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함축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창출 이후의 사회공헌활동과는 차원과 접근방식을 달리한다.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와 지역사회의 니즈가 만나는 곳에 사업적 가치를 창출해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모두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도시가스산업도 ‘기업에 좋은 것은 사회에도 좋다’는 슬로건에 공감했고 공급 최우선주의와 보급률 제고에 진력해 왔다(아직도 일부 시도에서는 보급률 제고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상은 국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매출량이 급감하고 수익률이 곤두박질하면서 고객과 산업 전반에 대한 근원적 반성을 요구하게 됐다.

이에 도시가스업계는 2014년 정기총회에서 도시가스산업 발전에 대한 사회적 환원과 대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100억원 규모의 도시가스 사회공헌사업계획’을 발표하고 협회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기금조성을 선포했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 구성과 협의를 통해 2015년부터 민들레카, 효율개선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가스업계의 ‘도시가스 사회공헌기금사업’은 창출된 수익을 기반으로 고객만족경영을 추구하는 전통적 CSR의 범주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업의 일부가 CSV로 진화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더 많은 진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기금사업 중에 에너지효율개선사업과 가스기기지원사업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효율개선사업은 에너지복지 사각에 놓인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한 난방에너지효율 제고 및 에너지 구입비용 저감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매년 전국 66개 사회복지기관에 단열, 창호, 보일러 교체 등 에너지효율개선 공사를 지원한다. 시공에 참여하는 기업은 에너지복지재단에서 선정하는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책임시공을 유도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가스기기지원사업은 대규모 급식과 빨래 등이 필요한 사회복지시설의 가스밥솥, 가스식기세척기, 가스빨래건조기 등을 지원해 복지시설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식과 홍보부족으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건조기는 복지시설의 구전효과로 공동주택에도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미세먼지와 장마비로 자연건조가 어려운 하절기는 물론 건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동절기에도 가스빨래건조기는 주부들과 직장인들에게 생활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가스업계 차원에서 조금이나마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고객의 사랑에 보답코자 시작한 도시가스 사회공헌기금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CSV로 거듭나고 있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하여 고객의 기쁨과 산업의 성장, 지역사회의 공유가치가 더 많이 창출돼 가스생태계가 더욱 윤택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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