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배유리 기자]국내 정유시장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대 정유사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전략에 따라 국내 정유시장의 색깔도 바뀐다.
 
이들 정유사는 때론 동반자로 때론 경쟁자로 국내 정유시장의 성장을 주도한다. 이런 정유사들이 현재 정유사업에이어 비정유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고도화 시설 신•증설, 윤활유•석유화학•석유개발 등 비정유 부문의 성장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모두 다른 정유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설 투자와 신규 사업에 투자하는 등 체질변화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정유사들의 경쟁과 동반성장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사에 맞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에너지에서 4대 정유사의 서로 다른 미래 전략을 분석했다. /편집자 주

▲ SK이노베이션 울산 CLX전경.

■ SK이노베이션, 정유사로만 볼수 없다 ‘화학사업 주력’

SK이노베이션은 차별적 실적 달성의 비결로 화학사업을 꼽았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 9,636억원을 달성했다.

통상 SK이노베이션의 영업 이익 구간은 2012년에서 2015년 1조원에서 2조원 사이에서 형성돼 있었던 것에 반해 이는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의 이익 밴드에서 벗어나 1조 이상 뛰어오른 결과다.

화학사업은 선제적인 아로마틱 중심 투자와 정유사들 중 유일하게 전통 화학사업인 납사 크래커를 보유한 것, 그리고 고부가가치 화학 사업을 향한 적극적인 M&A로 실적이 뒷받침 돼 SK이노베이션의 ‘비기’가 됐다. 또한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호황 배경으로 화학사업 집중 투자를 통한 ‘화학 실적의 급격한 성장’을 주요 원인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3분기까지 화학 사업이 SK이노베이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영업이익기준 46%까지 증가했다. 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SK이노베이션을 정유사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014년 가동되기 시작한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 기업인 시노펙의 합작사인 중한석화는 SK종합화학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첫 해부터 흑자를 기록한 중한석화는 지난해 말 누적 기준 3,253억원을 SK종합화학에 안겨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SK종합화학의 영업이익이 약 7,5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중국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중한석화의 지분법 이익 1,227억원은 전체의 약 16%에 달한다.

중한석화를 필두로 중국 현지 화학사업 공략 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SK종합화학은 지난 해 본사를 중국 상해로 이전했다.

이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한석화의 성공전략을 현지에서 직접 챙기며 중국 고객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중한석화는 지난 2016년 정기보수 이후 지난해 안정적 운영을 통해 가동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역대 연간 최대 이익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최근 7,600억원 가량의 재투자를 통한 공정 개선을 결정하며 중국 내 최대 화학 기업으로의 도약 발판을 마련해 2020년까지 연 화학제품 생산량을 300만톤까지 확대하며 중국 내 고객 확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건의 M&A를 성사시킨 SK종합화학은 포장재(Packaging), 자동차(Automotive)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선언하고 올해도 고부가 화학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추가 M&A를 검토 중인것으로 확인됐다.

▲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 GS칼텍스,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성장전략
 
올해 GS칼텍스는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본수익력 향상 및 추가 수익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는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 기존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원가절감 및 수익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동안 추진해 왔던 경쟁력 개선활동을 보다 세분화해 추가적인 개선영역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GS칼텍스는 보유한 핵심기술이나 원료, 고객 등을 기반으로 유가 등 외부 환경에 따른 변동성이 큰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미래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GS칼텍스는 기존사업분야에서는 단순한 규모 확장보다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신사업은 높은 미래성장성, 낮은 손익변동성, 회사 보유 장점 활용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바이오매스 이용한 바이오 부탄올 생산

GS칼텍스는 기존에 축적된 기술 및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케미칼 및 복합소재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생물체인 바이오매스 원료 확보부터 생산기술 개발, 수요처 개발 등 상용화 기술 개발 및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6년 9월에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착공했으며 올해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데모플랜트 가동 및 스케일업 연구를 통해 사업화 검증 및 다운스트림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데모플렌트는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량생산의 상업공장에서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범단계 생산시설이다.

GS칼텍스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는 1만5,000㎡ 부지에 건설되며 연간 400톤 규모의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비식용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세계 첫 실증 사업이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국내 바이오화학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부탄올은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쓰이는 재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잉크•본드나 페인트 등에 쓰이는 점착제, 반도체 세정제, 식품•비누•화장품에 향을 주기 위해 쓰이는 착향료 또는 기타 용제의 원료로 쓰이는 등 기존 석유계 부탄올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바이오에탄올과 달리 에너지밀도가 높아 휘발유와 혼합해 사용할 때 연비 손실이 적고 엔진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GS칼텍스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와 폐농작물을 분쇄한 후 산(酸)과 혼합해 바이오당(糖)을 만들고 자체 개발한 고성능 균주가 이를 먹고 배설하는 연속 발효 및 분리 정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석유나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가 아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폐목재나 폐농작물 등 바이오매스가 흡수해 생산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GS칼텍스는 현재 추진 중인 R&D 활동들이 조기에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신규 아이템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이렇듯 GS칼텍스는 올해도 세계 최고수준의 생산경쟁력 및 지속적인 투자,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Value No.1 Energy & Chemical Partner’라는 비전을 달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현대오일뱅크, 정유•비정유부문 ‘투 트랙’

현대오일뱅크의 지난 2017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5,8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3% 늘었다.

국내 4사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한 셈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호조는 일회성이 아니라 최근 몇년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2014년 1,428억원, 2015년 3,320억원, 2016년 5,248억원 등으로 상승곡선을 잇고 있다.

올해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 부문을 확대해 사업다각화에 나서 2020년까지 비정유 부문에서 영업이익 4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정유사업 확대

현대오일뱅크는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합작을 통해 비정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오고 있다.

지난 2012년 일본 코스모오일과 합작해 설립한 현대코스모 제 2공장을 가동했다. 제 2공장 가동을 통해 현대코스모의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은 연산 142만톤으로 확대 됐다.

2014년에는 연산 70만톤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준공했다.

윤활기유는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원료로 생산되며 자동차용, 선박용, 산업용 윤활유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2016년 11월에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 혼잡 자일렌 공장이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준공한 이 공장은 연산 120만톤의 혼합자일렌과 100만톤의 경질 납사를 생산할 수 있다. 혼합자일렌은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다. 경질납사 또한 석유화학사에 공급돼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쓰인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자체 생산 함으로써 얻는 수입 대체 효과는 약 1조원에 이른다.

OCI와 합작한 현대오씨아이의 제철화학 사업도 시험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오씨아이는 연산 15만톤 규모의 카본블랙 생산공장을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인근 산업단지에 건설 중이다. 카본블랙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슬러리 오일과 제철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을 가공해 만들어진다. 주로 타이어, 고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와 프린터 잉크의 원료로 쓰인다.

이렇듯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비정유사업 외에도 석유화학, 해외에너지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해 2020년까지 영업이익 40%가량을 비정유 분야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유 설비 고도화로 효율성 높여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사업에서 설비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를 단순 정제 설비에 투입하면 40%정도가 벙커C유와 같은 잔사유로 남는다.

통상 잔사유는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잔사유를 고도화 설비에 투입하면 고부가 가치 경질유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단순 정제 설비에서 발생하는 40%의 잔사유를 거의 전량 재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현재 업계 최고인 39.1%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고도화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40%대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고도화 비율이 40%를 넘으면 원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벙커C유를 수입, 고도화 설비에 직접 투입해 값비싼 경질유제품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원가를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장 운영을 최적화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셸과 미국 남부 멕시코만산 원유 200만배럴을 도입하기로 계약하는 등 원유 수입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관계자는 “계약당시 기준으로 운임료 등을 고려할 때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배럴당 1달러 정도 싸 원유 수입처 다변화 차원에서 도입을 결정했다”라며 “경제성이 있으면 수입량을 계속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 S-OIL 울산공장 제2 아로마틱 콤플렉스 전경.

■ S-OIL, 정유사업 강화 및 화학사업 확대

S-OIL은 지난해 8월 ‘비전 2025’ 선포식을 열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존경받는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도약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따라 올해 S-OIL은 △정유사업의 강화 △화학사업 확대 △신규미래성장동력 확충 등 3가지 전략을 이행할 계획이다.

현재 S-OIL은 석유화학에 5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다운스트림(RUC&ODC)프로젝트로 이름 붙은  이 사업은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S-OIL의 RUC&ODC 프로젝트는 부가가치가 낮은 잔사유를 원료로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시설(Residue Upgrading Complex)과 연산 40만4,000톤의 폴리프로필린(PP), 연산 30만톤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Olefin Downstream Complex)을 함께 건설한다.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은 원유에서 가스, 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잔사유를 처리해 프로필렌, 휘발유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잔사유(Residue) 탈황시설, 분해공정 등 첨단 고도화시설을 통해 휘발유와 옥탄가 향상제(MTBE)를 생산한다.

S-OIL은 같은 양의 원유를 투입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돼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것으로 전망했다.

RUC는 석유화학의 원료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게된다. 동시에 건설되는 레핀다운스트림시설(ODC)은 RUC시설에서 생산되는 프로필렌을 원료로 투입한다.

이 시설은 연산 40만5,000톤의 폴리프로필렌(PP)과 연산 30만톤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한다. S-OIL은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분야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기여할것으로 전망했다.

S-OIL의 관계자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전통적인 증질유 분해시설보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프로필렌유분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최신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최신 중질유 분해시설이 가동되면 더욱 우수한 수익성과 안정적인 운영 확보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