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슬란드 지열발전소 전경.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지열은 훌륭한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을 받으며 가정, 상업용, 발전 등 다양한 곳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다른 친환경 에너지와 달리 엄청난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지도 않고 24시간 안정적인 가동이 가동하다. 그러나 최근 포항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유발 원인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앞으로의 지열발전 방향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지열발전 과정

지열발전은 지하의 고온층에서 증기나 열수의 형태로 열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방식이다. 지열은 지표면의 얕은 곳에서부터 수 km 깊이의 고온의 물이나 암석(마그마) 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다. 일반적으로 자연상태에서 지열의 온도는 지하 100m 깊어질수록 평균 3°C~4°C가 높아진다. 지대와 발전 방식에 따라 수백m에서 수 km 깊이의 우물을 파기도 한다.  

우물로부터 고온의 증기를 얻으면 이것을 증기터빈으로 유도하고 고속으로 터빈을 회전시켜서 이와 직결된 발전기에 의해 전력이 생산된다. 우물로부터 분출하는 증기의 습기가 적으면 그대로 터빈에 보내는 형식으로 할 수 있으나 열수로서 분출하는 경우는 그 열을 열교환기에 보내어 물을 증발시켜 터빈으로 보낸다. 또는 물의 온도가 낮은 경우 끓는점이 더 낮은 액체를 증발시켜 터빈으로 보내기도 한다.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발전소의 규모는 작지만 경제성을 지니고 있는 점이 강점이며 소규모 분산형의 로컬에너지 자원으로서의 특색도 갖추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포항 지열발전소가 시추 과정에서 지하 암반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줘 포항 지진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열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5,000m정도의 시추가 필요하다. 직경 200~250mm의 시추는 지하 암반에 일정부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열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주입정과 생산정을 뚫어야 하며 주입정에 물을 주입해 생산정으로 증기가 배출돼야 한다. 이때 지하 암반에 공극이 없으면 증기를 생산정으로 배출할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지하 암반층에 폭발을 야기해 공극을 만들게 된다.

■ 유발지진 발생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지열발전소, 지하자원 시추, 폐수 처리 등 땅을 깊이 파서 지하수를 퍼내거나 지하에 물을 주입한 것이 원인 중 일부로 의심되는 ‘유발 지진’의 사례가 세계 곳곳에 많이 있다.

스위스에서는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한지 엿새만에 이 지역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해 지열발전소 운영이 즉각 중단됐다. 이 지진들은 모두 시추공으로부터 1km 내 거리에서 발생했고 진원의 깊이는 4∼5km로 시추공의 바닥 가까운 곳이었다. 이외에도 보다 규모가 작아 사람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수백 건의 지진이 지진계로 관측됐다.

독일에서는 2009년 8월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진앙은 발전용 관정으로부터 450m 떨어진 곳이었으며 진원의 깊이도 약 3.3km로 발전용 관정의 바닥 부분과 일치했다. 호주와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지진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지열발전 시설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더 가이저스 지열발전소(The Geysers Geothermal Field)’ 부근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발지진으로 의심되는 지진이 보고됐으며 최근 들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정(油井)에서 석유를 채굴하면서 생기는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하에 주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발지진도 늘고 있다. 미국 중부와 동부에서는 1973∼2008년 기간에는 규모 3 이상 지진 연평균 발생 건수가 21건에 불과했으나 석유 채굴이 활발해진 2009∼2013년에는 연평균 99건으로 급증, 2014년에는 659건으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유발지진으로 의심된다.

하지만 가스나 오일을 생산하기 위해 무수한 시추를 해왔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 지열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 국내 최초 지열발전소

포항 지열발전소는 국내 최초 지열발전소로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온천으로 이용하는 것 외에는 지열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이용하려 한 첫 사례다.

‘지열발전 상용화 연구개발(R&D) 사업’ 중 하나로 2010년 말 시작돼 2012년 말 시추에 들어갔다. 넥스지오, 포스코, 지질자원연구원, 건설기술원, 서울대 등이 참여했으며 총 798억원이 투입됐다. 2016년 6월 1차 설비가 완공되면 시험발전을 시작하고 2017년 12월 총 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2MW 규모의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번 사업의 계획은 2030년까지 진행되는 단·중·장기 프로젝트다.

단기적으로 2015년까지 연구과제를 성공시켜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시범보급단계에서 Doublet에서 Triplet로 확장하고 3MW급으로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중기적으로 2020년까지 상업화 추진이다. 상용보급단계로 20MW급으로 Triplet에서 Well network로 확장, 울릉도 등 타 지역 발전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한국형 지열발전 기술을 완성하는 목표다. 보급활성화단계로 200MW급으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MW급 단위 지열발전소 8~9개소를 추가로 건설해 200MW급 지열발전소를 보급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면 2030년까지 200MW 보급 시 연간 1,489GWh(가동률 85%) 발전이 가능하다. 연간 140만톤CO₂ 배출절감 효과(석탄발전대비), 연간 38만톤Toe의 석유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연간 784명의 고용유발과 3,89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릉도 지열발전에 대해서는 2011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울릉도 녹색섬 조성 종합계획 수립 연구’의 일환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울릉도의 지열자원 기초조사 결과 지온증가율은 94.3~99.2℃/km로 국내 평균 25℃/km의 약 4배로 매우 높았다. 열전도도 측정에서는 지열류량은 130~164mW/㎡로 국내 평균의 약 2.4배 높은 값을 보였다. 울릉도가 포항보다는 지열 자원 잠재성이 높게 나왔다.

■ 잘못된 정보는 자제

포항 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이번 지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원인 규명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호도된 정보 전달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수리자극 시 최대 주입 압력이 89MPa에 달하며 이는 TNT 1,000톤의 파괴력에 해당한다는 보도에 대해 주입 압력과 TNT 폭발력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TNT 1,000톤의 파괴력이 발생했으면 이미 원상 복구가 불가할 정도로 시추공이 완전히 파괴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수리자극 또는 수압파쇄 시 주입되는 물에 의해 발생하는 유발지진의 규모는 주입압력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누적 주입량과 가장 큰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이미 관련 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열정 시추 중 절단된 드릴 파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약 200톤의 힘이 지하 암반에 가해졌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200톤의 힘이 지하 암반에 가하는 (+)압력이 아니라 지하의 드릴 파이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기는 (-)압력으로 이를 마치 지하 암반에 또 다른 강한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는 이번 지진과 아무 상관없는 사안을 가지고 전혀 다른 사실로 보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 지열발전 계속돼야

하지만 이번 포항 지진으로 프로젝트의 연기 또는 취소의 가능성이 있어 국내 최초 지열발전소 건설 및 추가 증설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을 지속돼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거대 토목공사 이전에 철저한 지질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표가 아닌 지하 단층을 찾기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드릴링을 하거나 지구물리탐사를 해야 얇은 단층을 찾아낼 수 있는데 그동안 거대 토목공사를 하면서 지질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결국 지진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이트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지열발전으로 인해 유발지진이 발생하고 있지만 스위스, 아이슬란드,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도 여전히 지열발전을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