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태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료전지PD

[투데이에너지]미래 에너지로 인식되는 수소에너지, 고효율 청정 발전기기인 연료전지는 조만간 우리에게 친숙해질 이름들이다.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수소경제사회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일본, 유럽에서 진행되는 R&D를 살펴보면 예측할 수 있다. 일본은 2040년 수소경제사회 진입을 목표로 정부주도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가정용 연료전지,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와 이에 따른 수소의 대량 수요에 대비해 대규모 수소 제조·저장·운송·이용 전반에 대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따른 잉여전력을 수소로 저장해 이용하는 Power to Gas 프로젝트가 실증되고 있다. 수소전기차 및 연료전지에 공급해 차량운전, 열병합 분산발전을 하는 천연가스 연계 수소에너지 그리드에 대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성장 중인 세계 연료전지 시장

2017년 국내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위축됐지만 전세계적으로 출하되는 판매물량은 2016년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현재 연료전지 기술 개발 및 시장 확대는 미국, 일본, 유럽,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미국, 일본, 유럽이, 발전용 연료전지는 미국과 한국이, 주택건물용 연료전지는 일본이 기술개발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7년 발전용 연료전지는 한국 244MW, 미국 235MW가 설치됐고 1kW 이하의 주택·건물용 연료전지는 일본에 22만3,000대가 보급됐다. 수소차의 경우 도요타, 혼다, 현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주로 미국, 일본, 유럽에 판매되고 있다. 2016년 미국 1,500대, 일본 1,800대, 독일 480대, 프랑스 185대, 한국은 162대(2017년 기준)가 운전 중이다.

최근 들어 배터리 물류운반차를 대체하는 연료전지 물류운반차 시장이 급속히 성장 중이다. 연료전지가 비싸다고 내구성이 문제가 있다는 선입견을 깨는 사례로 미국에서는 보조금 지원 없이 약 2만대가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BMW공장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료전지 물류운반차 300대가 생산라인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료전지 업계는 높은 기술 및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1,000대/년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포스코에너지는 발전용 MCFC 100MW/년, 두산은 발전용 PAFC 100MW/년, 건물용 연료전지 3,000대/년 생산설비를 확보하고 있다. 중소기업 위주로 발전용, 수송용, 건물용의 공급망 체계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전효율, 내구성, 국산화율 등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나 가격경쟁력에서 약간 뒤지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3020정책’에 따른 연료전지 R&D의 방향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16년 7.0%에서 2030년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신규설비(48.7GW)의 95% 이상을 태양광(30.8GW·63%) 및 풍력(16.5 GW·34%)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산업부에서는 3020계획의 기본방향에 기여할 수 있는 R&D를 중점 추진해 내수시장 확대를 국내산업의 육성기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3020정책 방향은 첫번째는 보급확대에 맞춰 선제적 R&D를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는 국내기업의 시장 확보 지원을 위해 보급사업, 시범사업과 연계해 국산제품의 시장확대를 위한 R&D를 지원한다.
셋째, 인프라 구축 및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산업 상생 및 공기업 연계 해외수출형 R&D를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ESS 연계, IoT 기반 O&M, 리파워링 기술개발 등 융합형 R&D를 추진해 파급산업의 동반육성을 유도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기술개발 수요처가 명확한 사업화 위주의 과제기획을 중점 추진하며 보급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산업체 위주의 R&D 투자를 확대한다.

시작단계가 TRL 5 이상의 과제를 확대하며 기초·원천기술개발을 지양하고 미래시장 주도의 차세대 R&D 를 추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R&D 방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략에 맞춰 다음과 같은 전략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첫째, 수소 연료전지의 보급 확산을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연료전지는 타 발전기술에 비해 시스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고가 부품의 국산화, 고가소재 사용 저감 기술 및 대체 소재 개발 등이 필요하다. 제품의 내구성을 경쟁 기술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고효율화 기술을 확보해 발전단가를 LNG 복합화력발전소 수준으로 낮춰야 할 것이다. 수소는 제조기술의 고효율화 및 시스템 저가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화석연료 개질 기술의 고도화와 수전해기술의 고효율화 및 대용량화가 시급하다.

둘째, 국내시장 확보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다양한 종류 및 응용분야의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R&D를 통해 상용화까지 성공한 시스템은 수소전기차, 건물용 PEMFC, 연료전지 잠수함이 있고 부품소재로는 PEMFC용 기체확산층, 흑연 복합체 분리판, 금속 분리판, 펌프, 블로워 등 BOP(스택 외 주변장치)가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다양한 시장이 있다. 외국의 경우 연료전지를 이용한 지게차, 기차, 비상전원으로 이미 상용화돼 사용 중이며 비행기, 선박, 삼중 열병합 건물용 발전기, 전기·냉방·난방·수소 생산이 가능한 다중 열병합 연료전지 등이 현재 실증단계이다. 다양한 제품이 상용화되면 수소 연료전지 산업생태계가 강화되며 부수적으로 홍보로 인한 주민 수용성이 높아져 시장형성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셋째, 인프라 구축 및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R&D 수준은 선진국과 경쟁할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개발된 부품 및 시스템을 평가 및 장기 실증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며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성능 검증 및 인증 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부실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제품인증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을 벗어나는 과도한 규제 및 미비한 제도는 기업의 신산업 투자 의지를 꺾게 한다. 한국은 훌륭한 신제품 테스트베드라고 한다. 그러나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의 한국은 좋은 환경은 아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업의 속도는 시속 100마일인데 법의 속도는 1마일”이라며 법·제도가 지식경제가 요구하는 가속도에 동시화되지 못해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을 보다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넷째, 수소연료전지는 고에너지 밀도의 발전기로서 적용분야가 소형 휴대용 전원에서 대형 발전용 전원까지 범위가 넓기 때문에 폭 넓은 분야의 파급산업 동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연료전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수송용 수소전기차로서 현재는 승용차에 집중돼 있으나 버스, 대형 트럭, 물류 운반차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선박, 기차, 건설용 장비 등에 연료전지를 적용하면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러한 고부가가지 제품의 개발은 침체되고 있는 조선산업의 활성화, 기술 우위 선점을 통해 해외 건설용 장비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원을 구성하는 것으로 LNG 비중확대, 분산형 전원의 지속적 확대 방향이 연료전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계획에 따르면 연료전지는 2017년부터 향후 5년 동안 280MW를 설치하고 2031년까지 15년 동안 455MW를 보급하기로 돼 있다.

우리나라 연료전지 생산능력는 발전용 200MW/년, 수송용 3,000대/년으로 국산화율은 90%를 상회한다.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백금, 니켈, 불소계 전해질막 등 일부 소재를 제외하면 우리 기업에서 제조, 설치, 운영,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료전지의 장점 및 가격저감 방안

정부는 지난해 9월에 2022년까지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 30% 이상을 감축하며 ‘나쁨’일수를 70% 줄이겠다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발전분야에서는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공정률이 낮은 석탄발전소를 LNG 등으로 연료전환을 추진하고 수송분야에서는 노후경유차, 노후 건설기계 및 선박의 저공해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미세먼지 직접 배출량이 없고 간접배출의 원인인 NOx, SOx, VOCs 의 배출이 석탄, LNG 발전소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적다. 연료를 연소시키지 않고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직접 발전하기 때문에 간접배출을 유발하지 않는다. 도시 분산형 전원으로 최적의 자격을 갖춘 기술이다.

연료전지 상용화의 큰 걸림돌은 시스템 가격이 높고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전단가를 저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료전지 보급에 국내 생산능력을 100%로 활용한 사례가 없다. 소규모 주문자 생산방식으로는 가격 저감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미국에서는 연료전지 지게차를 2만대 이상 판매했고 일본에서는 가정용 연료전지를 23만대 보급해 대량생산에 의한 가격저감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정책으로 시장 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나 보급 규모 및 속도는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지는 않다.

국내 연간 생산량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면 제품의 가격저감, 산업생태계 활성화와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까지 연쇄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

최근 국내 연료전지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부적으로 국내 부품 소재 기업의 시장 철수 소식이 들리고 있다. 연료전지 보급계획도 타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R&D, 보급, 인력양성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Bloom Energy, FCE, Solid Power, 후지전기, MHPS가 국내 RPS시장을 노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Callux, ene-field 대규모 실증사업을 통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 열리고 있다. 아쉽게도 일본기업이 현지기업과 제휴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전기차 정책과 유사하게 수송용분야인 수소전기버스, 트럭, 기차시장을 선도하려는 정책을 중앙 및 지방정부 주도로 진행 중이다. 석탄을 대체할 분산발전용 연료전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에게 위기와 더불어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빠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의 연료전지산업은 국내 자체 개발, 외국 기술 도입 및 제휴를 통해 성장해왔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강화시켜 왔다. 긴 Death valley를 지나 성장 단계에 도달한 국내 연료전지산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묘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