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매설조건에서의 부식특성


1. 서 론

지표면의 아래에는 건물, 토목 구조물의 기초파일, 유류 및 가스의 저장을 위한 탱크 및 각종 utility의 운반을 위한 배관류 등 매우 다양한 구조물들이 매설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사회간접자본시설 성격의 것들로서 우리들의 실생활이나 산업활동을 지탱해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식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배관망이다. 파일의 경우는 일단 토양에 매설되면 부식속도가 0.4 mpy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탱크의 경우에는 최근 부식에 의한 내용물(주로 유류)의 누출이 환경문제 차원에서 문제시되고 있으나 대상설비가 지역적으로 국한되어 있어서 방식대책의 수립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1988년에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 cy)의 주도로 지하저장 탱크의 방식에 관한 연방법이 제정되어 탱크의 소유주들이 기존 및 신규의 모든 탱크를 대상으로 1998년까지 적절한 방식 조치(fiber glass cladd ing, interior lining, cathodic protect ion)를 추가하여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파일이나 탱크 등과는 달리 배관류는 매설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뿐 아니라 인구밀집지역에서 설치되는 특징으로 인해, 부식에 의한 파손은 대중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부식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본 기획에서는 배관류를 중심으로 한 지하 매설 구조물들의 부식특성을 분석하고 현재 우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기술상황과 최근의 국내외적인 연구동향들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2. 부식환경으로서 토양의 특징

2.1 비저항

여러 가지 토양이 갖는 인자들 중에서 부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비저항이다. 비저항이 높은 지역에서는 누설전류량이 적어 미주전류 (stray current)에 의한 부식의 위험도 감소할 뿐아니라 그 속에 포함되는 화학성분(그 대부분이 유해 인자임)의 량이 적기 때문에 자연부식의 위험도 적어진다고 할 수 있다. 토양 비저항은 수분 함유량에 의해 좌우되는데, 함유량이 커질수록 비저항이 낮아지기 때문에 부식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표 1).

그러나 완전히 물로 채워진 토양에서는 부식에 필요한 산소의 농도가 희박하게 되므로 부식량이 오히려 감소하게 되며, 토양에 관계없이 수분포화도가 65% 정도일 때 부식량이 최대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 토양의 pH 및 화학 성분

pH 값이 4보다 작은 산성 토양이나 지하수 속에 있는 주철이나 강철관은 자연부식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pH>4의 환경에서는 금속 표면이 Fe(OH)2의 포화용액 피막으로 싸여 있기 때문에 부식의 정도는 작으며, pH>11에서는 안정한 부동태 피막이 형성되어 부식은 무시할 수 있는 정도로 작아지게 된다. 한편 납(Pb)은 양성(amphoteric) 특성을 갖기 때문에 pH가 낮은 산성 토양에서 침식됨과 동시에, pH가 큰 알칼리성 토양에서도 심하게 자연부식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토양 및 지하수 속에 가용성 염류의 양이 증가하면 비저항이 감소하기 때문에 부식량은 증가한다.

한편, 칼슘염이나 마그네슘염은 중성 조건하에서는 불용성의 생성물을 석출하여 보호 피막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금속의 부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염화물은 금속 표면의 보호 피막을 파괴하여 부식을 조장한다. 황화물 및 기타 황 화합물도 금속에 심한 부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 산 소

산소는 부식 과정에서 중요한 산화제이므로 부식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토양 속에 산소량이 많을 때는 부식성과 부식도 증가한다. 또 산소 농도가 국부적으로 다를 경우에는 통기차 전지 혹은 통기차 마크로셀(macrocell)을 형성하여, 산소 농도가 작은 토양이나 지하수 속의 금속체가 마크로셀의 양극(anode)부가 되어 부식된다.

2.4 토양의 생물적 특성

매설 금속체는 토양이나 지하수에 서식하는 세균에 의해 부식이 촉진되는 경우가 있다.

부식에 관계하는 대표적인 세균에는 철 박테리아와 같은 호기성(aerobic)인 것과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와 같은 혐기성(anaerobic)인 것이 있다. 토양 부식성에 깊이 관계하는 것은 후자이다. 이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 (SRB: sulfate-reducing bacteria)는 통기성이 적은 pH=6∼8의 점토질 토양에서 가장 번식하기 쉽다. 이 세균의 대사 과정은 수소와 황산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식 전지의 음극(cathode)에서 수소의 분극을 감소시켜 환원반응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황화물 생성으로 양극에서의 이온화반응(산화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부식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철 부식의 경우에는 생성물로서 검은 색의 황화물이 형성된다.

이 박테리아의 위험성은 토양의 산화환원(redox) 전위를 측정하여 판정한다. 산화환원전위는 백금 등의 불활성 금속 전극과 기준 전극을 토양 속에 설치하고 두 전극사이의 전위차를 측정하여 구한다.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는 강한 환원성 환경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산화환원전위가 낮은 경우가 부식을 일으키기 쉬운 조건이 된다.

표 2에 토양의 산화환원 전위와 황산염 환원 박테리아에 의한 부식성과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2.5 토양의 부식성 평가법

부식환경으로서의 토양의 부식성을 평가할 때, 지금까지는 토양의 비저항이 부식의 지배적 인자라는 점에서 부식성을 비저항만을 가지고 판단해 왔으나, 근래에는 토양의 여러 인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토양의 부식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에서는 수분함량, 황화물, 염화물 등의 부식을 유발하는 인자들 뿐 아니라 총알칼리도 등의 부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는 인자들까지도 고려되고 있어서 토양의 부식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 평가기법은 이미 ANSI 21.5 및 AWWA C105에서 표 3과 같은 방법으로 토양의 부식성을 평가해서 방식 조치의 판단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닥타일 주철관 협회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JDPA-Z-2005에서 채용하고 있다. 표 3의 평가지수 산정시 황화물이 존재하고 산화환원 전위가 낮을 때는 pH범위에 대하여 각각 3점을 가산하며, 합계 점수가 10점 이산인 경우에는 부식성 토양이라고 판정하고 방식 조치를 실시한다.


3. 매설금속 부식의 특징

토양속에 매설된 금속의 부식은 부식공학에서 주로 취급되는 액상 또는 기상에서의 부식양상과 비교하여 구분되는 특징을 갖는다.

주로 지하에 매설되어 사용되는 금속 재료에서 관찰될 수 있는 부식의 유형을 그림 1에 도식적으로 나타내었다. 부식은 일반적으로 직류 전기 철도나 전기 방식 설비와 같은 인위적인 전기 설비에서의 미주 전류에 기인하는 전기부식과, 전기적 원인들 없이 자연 상태에서 생기는 자연 부식으로 크게 나뉜다.


3.1 전기 부식 (전식)

매설된 금속이 전기적인 원인에 의해 부식되는 현상을 전기 부식이라 한다. 매설된 금속 구조물과 토양이라는 주변 환경을 생각해 볼 때에, 토양으로 유입된 전류가 가장 흐르기 쉬운(전기 저항이 작은) 경로는 저항이 작은 금속 구조물이다. 따라서 토양으로 유입된 전류는 거의 모두가 금속 구조물로 유입되는데, 이처럼 유입된 전류에 의해 발생하는 부식을 전기 부식이라고 한다.

부식현상을 전기화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양극반응과 음극반응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양극반응의 결과인 부식은 전류가 금속으로부터 전해질로 유출되는 곳에서 발생하며, 반대로 음극반응은 전류가 전해질로부터 금속으로 유입되는 곳에서 일어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전류의 방향에 따라 양극반응과 음극반응이 발생하는 위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으로부터 전기부식은 물론 전기방식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류가 유출되는 지점에서는 부식이 발생하며, 전류가 유입되는 곳은 음극화 되어 방식된다는 점이다. 전기 방식을 음극방식(cathodic pro tection)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구조물을 음극화함으로써 양극반응은 억제되고 음극반응만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전류를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전류의 유출이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부식이 진행된다.

매설 구조물의 전기부식은 유입되는 전류원에 따라 지하철 미주 전류에 의한 전기 부식과 인접한 음극방식체로부터의 간섭에 의한 전기부식 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전력공급용 송변전선으로부터의 교류유도에 의한 부식 및 간섭현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류에 의한 부식은 직류에 비해 훨씬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 동 및 납에 있어서 교류전류에 의한 부식속도는 직류전류의 경우에 비교하여 1%이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수십%에 달한다고 한다. 동의 경우, 자연부식에 비해 교류전류 크기가 20 mA/cm2이상이 되면 부식이 증대되는데 저전류 밀도의 교류는 부식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교류전류는 주로 전력선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식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안전이라는 관점에서의 대책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철 차고 등에서는 레일이 차고 실내나 배관류 등의 저접지 구조물과 전기적으로 접촉하는 경우가 있고, 이 때에는 국소적으로 수십∼수백[A]의 큰 누설전류가 생기는 일이 있다.

이와 같이 큰 전류에 의한 전식은 매우 단시간에 설비 장해를 주기 때문에 이상 전식이라 부른다.

이상 전식에 관여하는 전류값은 매우 크기 때문에 부식뿐만이 아니라 그 전류 경로에서는 불꽃, 발열과 같은 문제를 낳는 경우도 있다.

또한 차고 건물이나 그에 접속되어 있는 배관류 등에는 레일의 대지전압이 더해지기 때문에 감전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상 전식은 단시간에 큰 장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레일이 저접지 구조물과 전기적으로 접속되는 설비를 금하고 있다.

한편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언급한 지하철에서의 미주전류와 간섭 등의 영향이 심각한 편이며 이들에 대해서는 4회째의 연재에서 심도있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3.2 자연부식

이상에서 설명한 전기부식외에 토양에서도 수용액에서와 같은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부식을 외부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부식과 구별하기 위해 “자연부식”이라고 한다면 여기서 자연부식이란 부식의 특별한 유형은 아니고 전기부식 이외의 부식을 총칭하는 말이다.

토양에 매설된 강관의 경우, 강관 주변의 토양은 지하수나 여러 가지 물질에 의해 전해액과 마찬가지로 전기를 통하기 쉬운 상태 즉 전해질로 되어있다.

전자 전도체인매설 금속 구조물과 이온 전도체인 토양이 접촉하는 경우(폐쇄 회로 형성)에는 부식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금속의 표면은 현미경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식이 진행되는 양극부와 전자가 소모되는 음극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육안관찰에 의해서는 부식부와 부식되지 않는 부위를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처럼 양극부와 음극부가 미세하게 분포된 국부 전지에 의해 진행되는 부식을 미크로셀 부식(micro cell corrosion)이라 한다. 토양에서의 자연부식은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미크로셀 부식보다는 마크로셀 부식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상대적으로 전위가 천한 부분(양극 부위)과 전위가 귀한 부분(음극 부위)이 명확히 구분되는 마크로셀(거시적 전지)을 형성하여 양극 부위에서 부식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식은 동일한 금속이 상이한 전위값을 갖게되는 환경에 걸쳐 매설되어 있는 경우나, 동일한 환경에서 상이한 전위를 나타내는 금속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마크로셀 부식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 미크로셀 부식과 달리 양극부와 음극부가 명확히 분리되어 있다.


② 양극의 부식은 양극의 면적에 비해 음극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크면 빠르게 진행되며, 부식 속도는 거의 [음극면적/양극면적]의 비에 비례한다.


매설 배관에서 관찰되는 마크로셀 부식의 대표적인 타입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콘크리트/토양 마크로셀 부식: 콘크리트 속의 철은 부동태화하여 귀한 전위를 보이는 음극이 되고, 토양 속의 철은 천한 전위이기 때문에 양극이 되어 부식이 촉진된다.

(2) 통기차 부식 (산소농도전지 부식): 산소농도가 높은 부위의 배관은 산소전극(음극)이 되고 농도가 낮은 부위의 배관은 양극이 되어 마크로셀을 형성한다.

(3) 이종금속 부식: 상이한 두 종류의 금속이 전기적으로 접촉되면 전위가 귀한 금속이 음극이 되고, 천한 금속이 양극이 되어 부식된다.


미크로셀에 의한 자연부식 이외에도, 매설된 금속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한 부식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미생물 유도 부식현상은 비교적 접근방법이나 해석기술의 어려움 때문에 주목되어지지 않은 경향이 있으나 미생물유도 부식은 실제 배관환경에서 볼 수 있는 주요 부식양상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앞으로 이 분야는 전문가들의 특별한 연구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보다 자세한 관련 내용은 당 연구실에서 기고한 한국부식학회 연구논문집을 참조하기 바란다.


4. 전기부식과 자연부식의 판별법

매설된 구조물에 부식이 발생하였을 경우 부식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서 조치도 역시 이러한 원인 파악에 근거하여 수립되어야만 한다. 전기부식과 자연부식은 뚜렷이 구분되는 몇 가지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실시할 수 있는 판별법은 외관관찰, 화학적, 전기적 조사법 등이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언급한 ‘방식기술 강좌’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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