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윤 한국가스안전공사 시설연구실 실장
최근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서의 잇따른 폭발사고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대형 플랜트 산업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대형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시의 그 피해범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보유 플랜트와 그 생산량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설비의 사용기간은 20~30년 이상 된 노후 플랜트가 대부분(6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국가적인 관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진단 및 검사 방법은 각 장치별 위험도에 따른 정량적인 위험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시간개념의 주기적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 실효성과 생산 효율에서 후진국형 검사기법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대형사고 발생시마다 검사와 점검을 강화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중해 규제 강화에 의한 산업현장의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울러 극심해지는 국제적인 경쟁으로 인해 공정·설비의 세분화와 생산효율 증대를 위해 고온·고압의 열악한 환경에서 운전하는 저장탱크, 압력용기, 반응기 및 배관 등의 장치류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비들이 언제 그 수명이 다하게 될지, 정확하게 언제 보수 또는 교체를 해야할지, 파손이 됐을 경우 그 위험성은 얼마나 될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shutdown시의 불필요한 교체를 배제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도모할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비전(vision)에 근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각 설비별 위험도를 순위별로 평가한 후, 이에 따른 진단 및 검사 계획을 수립하는 RBI 기술이다.

이 기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중의 하나로서 위험설비가 산재해 있는 플랜트내에서 언제, 어느 부위에, 무엇을, 어떻게 검사해야 이 장치들의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 분석(risk analysis)을 이용해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 요구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 및 플랜트 유지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 RBI의 기본 개념

RBI는 기존의 시간(time)에 기초한 검사와는 달리 개개의 설비와 관련된 risk를 사고 확률(likelihood of failure: LOF)과 피해 결과(consequence of failure: COF)에 의한 측정 가능한 손실비용(Risk = LOF × COF)으로 계량화해 잠재적으로 위험도(risk)가 높은 설비에 초점을 집중해 검사 및 보수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각 기기들의 파손위험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진단·감시시스템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사고발생 확률을 줄임과 동시에 경비절감 및 생산성 향상의 3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특정 검사활동의 수행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는 수단(Tool)과 검사계획 수립을 위한 의사결정 경영수단(Decision making management tool)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RBI 기술은 기존의 PHA(공정 위험성 분석), PSM(공정안전관리) 및 QRA(정량적 위험성평가)를 바탕 도출됐으며 QRA기법이 피해범위의 평가에 중점을 두는 반면 RBI는 파손확률에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설비에 대한 QRA가 준비돼 있다면 RBI 프로그램은 이로부터 많은 부분을 이용할 수 있다. QRA와 RBI 평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보는 △일반적인 데이터 △인구밀도 △발화원 △기상정보 △확산거리 △증기운의 상태적인 확률이다.

RBI 평가절차에는 API 510, API 653 및 API 570 등의 코드 외에도 ASME의 각종 검사 절차들이 참고됐다. 또한 최근 API 581 BRD의 제정으로 이와 관련된 기존의 ASME 및 API 코드에도 위험성 평가의 내용이 개정 반영됐다.

또한 RBI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FFS(Fitness-for-Service, 사용적정성 평가)기법이 연계되어 진다. FFS 절차에서는 열화속도가 보수적으로 계산된다. 그리고 기기가 견딜 수 있는 손상의 정도가 계산되며 예상되는 파손이 발생하기 전에 차기 검사일을 계획하게 된다. 차기 검사 시마다 실제 열화속도를 좀더 명확하게 정의하고 열화속도에 맞추어 검사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즉 RBI 평가는 기계적 파손과 관련된 파괴역학 전공자와 재료 또는 부식공학 전공자, 공정전반에 대한 오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전공자가 하나의 그룹으로 이루어진 첨단의 진단·평가 기술이다.

■ 해외의 RBI 기술개발 동향

미국에서의 API-RBI는 1993년을 시작으로 1995년에는 Phase 1인 정성적인 평가절차가 완성됐으며 1997년에는 Phase 2인 준정량적 평가방법이 개발됐다. 마지막해인 1999년에 비로소 Phase 3인 정량적인 평가절차가 모두 완성돼 2000년 5월에 API 581(Risk-Based Inspection Base Resource Document)이 발간됐다. 따라서 미국내에서는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에서는RBI 평가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에서는 미국 API의 RBI와 유사한 절차서 개발을 유럽연합 공동으로 시행했다. 일명 RIMAP(Risk Based Inspection and Maintenance Procedures for European Industry) Project(GROWTH Project GRD1-2000-25852 RIMAP)는 2001년 3월에 시작돼 2005년 3월에 완료될 예정이며 총 48개월에 걸쳐 ‘위험성 기반의 의사결정 기술개발을 위해 유럽공동체 및 다른 국가들의 현장 작업개선을 위한 요구조건을 수용해 보다 진일보된 진단 및 유지관리 절차서와 Program 개발’에 그 목적을 두고 진행중에 있다.

현재 유럽권에서는 36개 Membership Partner와 Observer로서는 약 10개 이상의 기관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또한 본 RIMAP Project는 인터넷 Web상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해 Membership 대상기관 및 Observer 기관에서는 ID 및 Password를 부여 받고서 직접 입력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 한국형 KGS-RBI 개발 배경

국내에서는 2002년부터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최초로 정량적 평기기법을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시설연구실에서는 ‘첨단가스안전기술개발’과제의 세부 과제로 ‘위험등급에 따른 진단기술(RBI) 개발’이라는 연구과제를 선정해 5년간에 걸친 장기과제로 채택했다.

미국의 DNV 컨설팅사 및 Shell Global Solution사의 해외 전문가 초빙 세미나 및 국제 워크삽 등을 수차례 개최하여 국내 엔지니어와 현장 종사자들에게 적극적인 홍보와 기술교육을 실시했다. 2002년 개발 초기에는 한국형 RBI 기술개발을 위하여 현장 플랜트를 보유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여천NCC(주), 현대엔지니어링(주), LG화학(주), LG정유(주))와 학계(중앙대, 성균관대) 및 연구소(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의 산·학·연 협정을 체결했다. 즉 국내 기술력에 의해 개발되는 RBI 기술의 현장 접목과 함께 전문가들의 기탄없는 평가를 통해 해외 우수 RBI 프로그램과 겨루어 손색이 없는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었다.

또한 해외의 우수 프로그램을 구입하여 한국형 RB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벤치마킹을 실시했으며 2002년 12월에는 유럽연합 공동체 연구인 RIMAP 프로젝트에 Observer 자격을 취득해 과제 참가 협정을 체결하고 유럽에서 진행중인 RBI 관련 자료를 수집해 한국형 RBI 기술개발에 크게 활용하고 있다.

각종 해외 RBI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해외 선진 기술력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였으며, 국내·외 학술대회에 수차례 발표해 그 기술력을 널리 알리게 됐다.

초창기 5년 계획하에 개발 예정이었던 한국형 RBI 프로그램을 1년 6개월만에 정유플랜트 전용으로 정량적 RBI 프로그램을 조기 완성해 2003년 6월에는 특허출원 및 정보통신부 프로그램 등록(KGS-RBITM)을 완료했다.

정성적인 평가의 경우, 한글판으로 만들어 현장의 작업 종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때 개발된 KGS-RBI 프로그램은 API 581 코드를 근거로 했으며 그 완성도 측면에서 신뢰성을 구축하기 위해 외국의 전문 컨설팅사로부터 RBI 기술용역을 수행한 경험을 가진 국내 굴지의 정유업체인 L사의 CDU 플랜트에 2003년 8월부터 3개월간 KGS-RBI를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장 종사자들로부터는 각 평가 모듈의 완성도 및 세부사항 구현에서 해외 프로그램보다 더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2003년 9월에는 네덜란드 Shell Global Solution사에서 개발한 ‘Corrosion Loop 기술’을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공동으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 2개소에 ‘Corrosion Loop’를 구축함과 동시에 Workshop을 개최하여 선진 전문기술 습득에도 크게 기여했다.

따라서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는 이러한 해외 선진 기술습득을 통해 향후 RBI 평가기술에 접목시켜 보다 나은 양질의 안전서비스를 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 향후전망

RBI 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플랜트 산업에서의 안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하는 필연의 첨단 진단 평가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지관리비와 생산비용의 절대적인 절감을 도모함은 물론 안전에 대한 투자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4위의 석유 소비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각 플랜트에 동일한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적용될 수는 없는 처지다.

한국 실정에 적합한 Data Base와 사용이력에 부합함은 물론 현장 종사자들에게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한글화로 이뤄진 평가방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RBI 기술은 서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전문가 그룹에 의한 지식기반 기술 사업이기 때문에 결코 단순한 S/W의 운영에 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위험성 평가와 관련된 국내의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정부산하의 유관기관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RBI와 FFS의 연계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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