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천연가스가 도입되어 1986년 11월 평택생산기지에서의 첫 가스송출이 이루어진 이래 현재까지 약 16여 년이 지났다.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원료도입, 기화생산 및 간선망 기간사업 공급자로서 전국 공급배관망의 구축이라는 국가적 사업과 함께 다른 한 편엔 공익적이면서도 수익적 경영이라고 하는 양면적인 기업운영의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열심히 노력 매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공기업으로서 부여받은 국가적 사명이 미완인 채로, IMF로 인한 경제환란과 우리사회에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경쟁체제도입이라는 모토아래 천연가스공급의 사업 체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국내 가스산업의 하부구조인 공급설비체계에 대해 지금까지의 현황을 살펴보고, 새 천년을 맞는 전환기적 시대에 요구되어 지는 미래의 제반 설비나 신기술들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들은 경쟁력확보를 위한 설비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향후 윤택한 사회와 함께 고양될 삶에 대한 가치의식의 변화, 특히 환경 및 안전 문제 등에 대해 기술의 주안점을 두고 추진되거나 추진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일부 사내 통계 자료들을 인용하고는 있지만 본 내용은 집단의 의견이라기보다는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미리 밝혀둔다.


공급설비의 현황


본 고에서의 공급설비라 함은 넓은 의미로서 LNG의 하역, 보관 및 기화하여 수송의 전 단계까지의 공정을 수행하는 생산기지설비와 함께 기화된 천연가스를 각 지역으로 송출하는 배관 및 이를 포함하는 관로상의 설비를 모두 일컫는다. 그러나 이중에서 생산기지의 경우 저장탱크 및 기화설비, 관로상에서는 매설배관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생산기지 설비

LNG 사업의 특징중의 하나인 동고하저(冬高夏低)의 수요패턴은 총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그 턴다운율이 증폭되고, 이에 따라 많은 용량의 저장탱크를 불가피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실제 국내 LNG 사용량의 증가와 함께 저장탱크의 수효도 크게 늘어나게 되었는데, 표 1은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계획물량의 일부에는 기본적인 단위 용량으로 20만㎘의 대형설비가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화설비는 지금까지 해수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개방형 기화기 (open rack vaporizer: ORV) 및 천연가스를 태워 담수로 열교환하는 연소식기화기 (submerged vaporizer: SMV)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후자의 SMV는 기존의 평택기지에 비해 인천기지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생산비용의 상승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특성으로 인하여 해수식 개방형 기화기의 효율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급관로 설비

다음의 표 3은 1999. 8.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고압배관망 현황 및 확장 계획을 요약한 내용으로 총연장은 2,300 여 km에 이르게 된다.

한편 가스계량, 감압공급 및 밸브차단 기능을 하는 공급관리소의 경우 이미 90여 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주요 공급설비의 양적인 팽창은 LNG의 총소비의 증가와 함께 나타난 당연한 귀결이며, 수급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적절한 예비율에 의한 시설의 확보 등은 매우 긴요할 것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들


가스수급의 불안정성

공급설비의 확충 방향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말할 것도 없이 IMF 자금원조의 시대는 불안정한 외환환율의 변동 및 국내 산업의 가스수요 격감 등으로 말미암은 냉기류는 수급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주요 동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제적 환란시대가 지속될 경우의 가스 수급 문제는 take-or-pay로 특징되는 LNG 사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국내 천연가스 공급구조에서는 공급망의 투자계획에 대해 매우 불안정한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급불안정성을 방지할 수 있는 탄력적인 수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유연한 공급설비의 하부구조를 만드는데 바람직할 것이다.


가스산업의 구조개편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이라는 움직임은 공급설비확장 및 개선의 방향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되리라고 보여진다. 그 개편 방향이 단순한 자본의 민영화 내지 규모의 분할 혹은 기능의 분할 방식이든 기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역할을 도외시한 구조개편은 그 개혁의 효과가 의심될 수도 있다.


해결방안 및 기술


제 3 생산기지의 확보

전국공급망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공급압력의 적절한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관로망의 능력에 맞는 생산기지의 확보가 병행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설비의 확충은 일정압력 유지의 관점에서 뿐 아니라 공급설비의 적정 가동율 확보의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제4, 제 5의 생산기지라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압축기지의 도입

압축기지란 최대 수요시 배관 말단부에서의 압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하여 승압하는 설비를 갖춘 관리지역을 일컫는 것으로 LNG 배관망의 공급이 아닌 압축천연가스 (PNG)의 공급인 경우 장거리 수송에 따른 압력 손실을 보상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LNG 공급구조에서도 수급의 일변화 혹은 계절변화가 큰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 압력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급관리소 집약화 설계

우리사회에 확산되는 님비(nimby) 의식으로 인해 공급관리소용 부지의 적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배관망공사 추진의 지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 기존의 가스히터 설계 개념에는 위험지역내 직화식 열교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설비 구성이 비교적 복잡하여 기기 오조작 등으로 인한 안전의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으므로, 집약(compact)형 공급 관리소의 설계개념 도입 및 추진은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집약형은 부지면적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오리피스 계량시스템이 널리 보급되면서 그 활용성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생각된다.


경영환경의 개선

공급설비의 확충은 안정적인 경영 환경으로부터 여력이 나타날 것인 바, 시급히 LNG 사업의 경영환경 개선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에너지 보급에 있어서 경쟁력이란 에너지의 가격이라면 LNG 사업의 경쟁력은 곧 가격구조에 관건이 달려있다. 특히 LNG는 특별 소비세의 분류에 묶이어 타연료와의 특소세 불평형 문제가 뒤따르며, 이를 해소하고 이에 따른 공급비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 즉 천연 가스의 수급안정은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력에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특소세 형평화 및 가격 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안정적인 수급구조를 이룰 수 있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연구개발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몇 가지 업무적으로 중요한 기술사항을 내부의 인력들이 국부적인 접근 방법으로 풀어보려는 경향을 많이 보아 왔으며, 투자의 우선순위라는 관점에서 순서가 바뀐 듯한 인상을 여러 번 경험해 왔다. 즉 국제적인 가스산업구조하에서 후발업체로서 절명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면 과감히 선진업체와의 조인트 벤쳐 설립 혹은 기업합병 등에 의한 기술수급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안정적인 배관망 운영을 위한 부가적 기술개발 노력들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설비의 안정적인 추가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자본의 형성과 기술의 뒷받침이라고 생각되며, 이러한 명제는 민영화 이후에도 성립되는 결론으로서 공급설비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기술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짚어본다.

지금까지 설비의 운영으로 나름대로의 단순 운영기술은 확보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설비의 사용시간이 경과함에 따른 설비의 건전성 여부의 진단 및 진단결과에 대한 기술적 평가 등과 관련한 기술축적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비파괴검사 기술 및 공급배관용 인텔리젼트 피깅 기술과 같은 사용 진단기술, 평가기술 및 수명예측기술 등의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가시화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기는 하나 공급설비의 관점에서 PNG 배관사업은 장차 새 천년시대에 있어서 첨예하게 부각될 수 있는 사업분야가 될 수 있다. 이때에는 LNG 사업경험과 차별되는 기술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API 강재 배관 및 방식피복 소재특성에 따른 검토 및 선정, 둘째, 부수하는 용접 및 검사 기술, 전기방식 설계 등과 관련한 기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급지점 결정과 설비배치 및 운영 등을 위한 배관망 해석기술 등이다.


공급설비 확보위한

건설·기술수요 주요과제

향후 새로운 천년에서 국내천연가스 산업은 기간에너지의 근간으로 더욱더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LNG를 중심으로한 공급구조에서의 시설 운영경험과 PNG의 도입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더욱 공급설비의 확보를 위한 건설 및 기술수요 등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한편 관련연구는 꾸준한 현장설비와 접목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설비에 응용가능한 기술들의 내재화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달성 가능한 응용기술로는 저장탱크를 비롯한 기화송출설비와 같은 생산설비에 관한 기술, 계량설비, 밸브 및 정압기지설비, 배관기술 등 배관공급설비에 관한 기술 등에 기술적 자립이 가능한 분야라고 예측되며, 이러한 기술자립의 확인 과정은 적어도 가스후발국인 동남아 지역국가를 상대로 적극적인 기술의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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