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력>

출생: 1955년 2월 23일생

학력: 1978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 학사, 1995년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8년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공공경제학 전공)

경력: 1982년∼1987년 산업연구원 지역2실

경력: 1987년∼1993년 산업연구원 무역정책실

경력: 현재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센터 공기업실장


최근 정부가 에너지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천연가스산업에의 경쟁도입 등 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자 이에 대한 논란이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스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해 지난 8월말 ‘LNG산업 구조개편 및 배관망 공동이용제도 연구’를 용역기관에서 완료, 정부는 현재 연구서를 검토중에 있으며 10월경에 정부의 구조개편안을 놓고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도시가스업계에서는 도시가스산업 발전대책위원회를 구성, 정부의 개편안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도시가스산업의 유통구조에 관한 연구’란 연구용역을 시행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밀레니엄시대를 맞아 관련 연구자가 생각하고 있는 도시가스산업의 경쟁촉진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가스사업은 지역독점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천연가스 보급 초기에 시장확대와 신규수요 개발의 밑바탕이 되는 지역배관망의 구축에 소요되는 대규모의 투자가 순조롭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규모의 경제를 이용할 수 있는 독점사업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전세계적으로 도시가스사업을 비롯한 천연가스산업에서 독점의 정당성에 관한 인식이 크게 바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네트워크(network)산업의 성격을 가진 가스산업에서 배관망 구축을 둘러싼 규모의 경제의 타당성에 관하여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과 네트워크시스템관리기술의 발달로 네트워크 공동이용시에 소요되는 운영·관리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독점이 불가피하다는 전통적인 견해가 크게 바뀌고 있다.

둘째는 독점 규제에서 파생되는 비효율에 대한 소비자들과 규제기관의 인식이 크게 높아져 비록 경쟁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규제된 독점(regulated monopoly)보다는 유리하다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같은 독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연료간 경쟁이라는 커다란 변혁 아래 가스산업에서도 경쟁의 물결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으로 에너지원간의 진입장벽이 완화됨에 따라 에너지간 경쟁이 격화되고 종합에너지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세계적인 추세이다. 에너지산업의 개방화·자유화로 공급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점차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에너지시장의 구조가 변화되고 있다.


시장의 힘 존중 경쟁 보호

천연가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한마디로 시장의 힘을 존중하고 경쟁을 보호하여 독점의 비효율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도시가스사업과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에서는 많은 공급자들이 존재하는 완전경쟁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다수의 소비자가 소수의 공급자들간의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가스산업에서의 경쟁도입은 시장지배의 무조건적인 금지와 규제보다는 시장지배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유효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경합적인 시장메카니즘을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도시가스사업에서의 경쟁도입에서 핵심이 되는 사안은 배관망 등 서비스 공급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설비(essential facility)를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설비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허용하여 경쟁구조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다.

만일 도시가스 배관망보유자가 가스의 판매를 겸영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급자의 설비접속을 방해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경쟁상의 문제가 발생될 여지가 없다.

다만, 배관망보유자는 배관망에 대한 독점력의 행사로부터 독점이윤을 얻기 때문에 배관망이용료에 대하여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만일 배관망보유자가 판매까지 담당하고 있다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나타나는 불공정 경쟁행위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경쟁업체가 배관망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접속거부이다. 배관망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접속거부가 수입의 감소로 직결되나 판매부문에서의 독점력 확보를 위해 이의 선택이 불가피한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배관망보유자가 경쟁기업에게 접속을 허용하되 설비이용료를 과다하게 요구하거나 독점력을 가지고 있는 배관망부문에서 경쟁이 불가피한 판매부문으로 내부적인 가격보조를 통해 판매부분에서 유리한 경쟁을 이끄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두가지 방안인 물리적인 접속거부와 가격압박 중 어느 쪽이 배관망소유자에게 유리한가는 시장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배관망·판매 사업 분리

이상의 논의는 도시가스사업에 관해 몇가지 기본적인 경쟁촉진방안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는 배관망을 중심으로 통합되어 있는 사업부문을 독점으로 남겨둘 부문과 경쟁이 가능한 부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여 후자에 대하여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도시가스사업의 경우 자연독점적 성격의 배관망사업을 판매사업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그 예이다.

둘째는 사업의 독립적 분리가 불가능하다면 사업부문간의 부당지원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사업을 기능적으로 분리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회계적으로 분리하여 비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셋째는 독점적 성격을 띠고 있는 배관망사업은 정부가 설비이용료 등에 관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점적인 배관망사업자에게 설비공동이용 의무를 부여하거나 배관망 이용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접속가격 등 접속조건에 대하여 규제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 도시가스사업의 경우 지역별로 민간업체들에 의해 배관망 운영과 소매판매가 독점되고 있으므로 배관망의 소유, 운영과 관리를 별개의 독립회사나 자회사로 또는 회계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민간기업의 분할문제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매우 어려운 과제이므로 분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의 제공과 분할에 따른 규제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배관망회사가 분리되면 판매기능만을 가진 판매회사들은 관할지역의 배관망을 통하여 직접 소비자들에게 가스를 공급하거나 다른 지역의 배관망을 통하여 공정한 이용료를 부담하고 소비자들에게 가스를 탁송(wheeling)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로 진입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는 공정한 탁송이 가능하도록 배관망의 공동이용규칙, 탁송료율의 책정 및 지불기준에 관하여 업체간의 자율적 협의를 거치거나 규제기관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배관 공동이용제 도입 방안

배관망 공동이용제도의 도입문제는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구미제국의 경험에 따르면 배관망 공동이용을 제도화하는 방안은 당사자간의 협의를 중시하느냐 아니면 정부가 강제로 규제하느냐에 따라 몇가지 형태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방안은 시장참여자의 자발적 의사를 가장 존중하는 자율거래제도로 배관망소유자는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여분의 배관설비능력을 거래시장에서 다른 공급자들에게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둘째는 배관망 이용거래를 완전히 시장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설비보유자와 이용희망자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제도로 만일 배관망보유자가 제3자의 이용을 거부하는 경우 그 증빙책임을 져야한다.

셋째는 허가된 설비능력의 범위내에서 승인된 공급업자에게 선착순으로 배관망 이용을 허용하는 제도로 이용조건과 요율이 규제되고 수송과 판매가 분리되어 배관망보유자는 공급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유형이다.

넷째는 배관설비능력의 범위내에서 수용량이나 공급자의 수에 관계없이 일정조건을 갖춘 공급자는 누구나 배관망 이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으로 모든 설비능력의 거래가 경매 등의 방식을 통한 경쟁에 의해 이루어지는 제도이다.

어떤 방식을 이용하든 설비이용을 허용하는 기준은 판매시장에서의 경쟁구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제3자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유효경쟁이 제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반면,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공급네트워크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사업 지역배관망의 경우는 필수설비이면서 사유시설이라는 점에 유념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역배관망에 대한 공동이용의 허용은 도시가스사업자들의 지역독점 해제를 위한 전제조건이 되나 이를 강제할 경우 사적 재산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공동이용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판매시장 전국적 확대

배관망의 공동이용과 함께 판매시장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는가가 경쟁도입의 중요한 열쇠이다.

도시가스사업의 경쟁촉진을 위해 우선 가스공급권역의 광역화를 통해 일반 도시가스사업자의 지역분할 독점을 해제할 필요가 있다. 가스공급권역의 광역화는 도시가스사업의 허가시에 공급지역제한을 폐지하고 지금까지 타사업자의 공급권역으로 간주되던 지역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처음에는 인접 시·도 지역으로까지 도시가스의 공급권역을 광역화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 공급권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계별로 공급권역을 확대하는 일정을 미리 정하여 놓는다면 도시가스사업자들은 이에 맞추어 경쟁채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판매경쟁의 촉진을 위해 최종소비자들에게는 필요에 따라 도매업자, 소매업자 또는 생산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져야 한다. 지금과 같이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유효경쟁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제약되어 있다.

우선 배관망 공동이용제도의 도입과 함께 대량의 산업용 수용가들에게는 소매를 거치지 않는 가스의 직도입이 보장되어야 시장의 경합성이 촉진될 것이다. 수요가 큰 상업용 소비자들에게는 소매업체와의 자율적인 계약에 의해 가스공급을 받을 수 있는 선택적 공급계약제도를 도입하여 시장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소매경쟁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는 일률적인 요금체제의 적용이 불가피하나 소비계층별로 시험단계를 거쳐 공급업체가 다양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배관망 공동이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도·소매 판매의 구분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 하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도·소매업자와 자가사용자, 신규 생산·판매업자 등을 망라한 가스판매업자들간의 전국단위 경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가스판매업자간 경쟁도입 및 효율성의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구미제국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경쟁도입에 따른 가스공급의 안정성은 단기적으로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원리에 의해 보장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 에너지시장간의 진입장벽이 완화되면 가스판매업체들은 여러 가지 에너지서비스를 묶어서 또는 별개로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공공목적 앞세워 개편돼야

도시가스산업에서 경쟁도입의 논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실제로 천연가스시장을 효율적인 경쟁체제로 바꾸기 위한 제도의 개편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더욱이 현행 체제와 제도의 개편이 당사자들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되면 경쟁제한적인 요소는 제거되지 못한 채 경쟁도입에 따른 혼란만 가중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천연가스의 효율적·안정적 공급이라는 공공의 목적이 모든 이해관계에 우선되어 구조개편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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