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생산량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이후 국제 유가가 인상되고 있다.

지난 2월의 배럴당 평균유가가 10달러 내외였던 것이 현재는 14달러 내외로 거의 30% 가까이 인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작금의 국제 유가 인상은 지난 70년대나 80년대에 닥쳐왔던 오일쇼크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국제 유가 인상에 대응하는 자세마저 나태해서는 결코 안될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는 지난 한해를 IMF의 경제 관리 체제 아래서 엄청난 고통을 겪어 왔다.

환율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외환은 고갈되어 산업생산의 원동력인 에너지를 수입하는데도 산유국에 온갖 구박과 수난을 당하며 겨우 수입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그 어려웠던 외환 위기를 겨우 넘기는가 하는 때 국제 유가 인상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생겨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심각한 사태인 것만은 분명한데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거의 무신경 그 자체로 보여지고 있다.

지난 한주동안 OPEC의 석유감산 합의에 따른 국내 반응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몇 언론에서 문제점과 파장에 대한 간단한 보도만 있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당국의 대응방안이나 대응책을 찾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는 살펴 볼 수 가 없었다.

연간 9억배럴 정도의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9억달러의 외환이 더 소요되어 그만큼 국제 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것이고 여기에 원유가 인상에 따른 생산원가 인상 요인까지 합할 경우 엄청난 국제 수지악화는 물론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경쟁력 약화는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국제 유가 변동에 대응하는 자세가 이처럼 느슨 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국제 유가 변동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입김을 불어넣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제 유가의 변동 메커니즘은 우리의 의견이나 입장과는 상관 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조치도 강구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여기에다 최근들어 더욱 한심한 것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경제평가 기관들의 일방적인 논리마저 아무런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건스텐리를 주축으로한 국제평가기관들은 국제 유가 인상이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논리를 들고 나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100%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유가 변동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지금부터라도 관계당국과 관련업계는 국제 유가 인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에너지 절약에 더 한층 박차를 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유도입선의 다변화 및 개발 도입의 확충등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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