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관련한 얘기 좀 해 보기로 한다.

30년도 넘은 얘기지만 어떤 인연으로 일본 시즈오까 산악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과 설악산, 도봉산 등에 이어 북한산(北漢山)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기억으로는 설악산을 시발점으로 하여 이들 산을 차례로 등반한 일본 산악인들의 감탄 절탄이 이만저만한게 아니었으며 수도 서울 근처에 그와 같은 명산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워하고 더구나 산마다에 있는 바위들이 자기나라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단단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산에 대한 그들의 찬탄은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다.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원효봉, 보현봉, 문수봉, 비봉등 열손가락이 모자랄만큼 수려한 봉우리를 수없이 거느린 북한산을 월탄(月灘) 박종화(朴鍾和) 선생은 청산백운첩(靑山白雲帖)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청수(淸秀)한 북한(北漢)은 마치 남(藍)물감을 끼얹은듯 하다. 뾰조룩 뾰조록 청장이 어느것 하나 버리고 나무랄 것 없이 생기가 팔팔 약동한다.

까마득한 연봉(連峰)이 바로 선듯 모로선듯 누운듯 앉은듯 병풍같이 들리있으니 풍수(風水)의 이른바 화성(火星)이요 문필(文筆)이다”

일명 삼각산(三角山)이라고도 일컫는 북한산이 요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어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라는데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국립공원 세계화를 위해 북한산 국립공원에다 카지노를 겸비한 특급호텔은 물론 팔도저잣거리를 위시한 대국민위락단지를 포함한 ‘북한산국립공원 산성마을기획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세계화 세계화하더니 이제는 멀쩡한 자연생태계까지 짓뭉개가면서 공원세계화까지 들고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안이 벙벙,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이렇게 세계화되다가는 또 무엇을 세계화하자고 들이댈지 불안감마저 생긴다.

각설하고, 국립공원이란 어떤 곳이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이란 또 어떤 곳인가?

국립공원이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한 놀이공원이 결코 아니다.

공원의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가꾸고 보존해 먼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과 추호도 훼손없는 자연, 아름다운 경관을 물려주기 위해 분별없는 개발이나 상업화를 못하도록 설정해 놓은 지역이 아니던가.

그래서 이런 곳에서는 찾아오는 이들의 안전과 교육 등을 위한 시설, 그것도 최소한의 시설외에는 짓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질 않던가.

더불어 그런것을 그렇게 잘 관리하기 위해 관리공단이란 것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호텔에다 영화관, 식당가라니 이게 무슨 아닌 밤에 홍두깨 같은 소리란 말인가.

함께 산행했던 일본인들의 감탄 절탄을 말했지만 북한산을 한두번 올라본 사람이라면 그런 발상은 감히 엄두도 못낼 발상이다.

대도시, 더구나 수도(首都)인근에 이만한 산세와 아름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는 산을 전세계 그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는 여행전문가들의 말도 들었다.

따라서 그 소중함이란 비교할 것이 없을 만큼인데 그런 곳을 마구 망쳐 놓겠다니 무엇을 위한 공원관리공단이며 세계화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해 그들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긴 하지만 언제 무슨 꿍꿍이 속이 발동하여 소문없이 뒤집어 엎을런지 모를 세상이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구촌 모든 나라들이 한결같이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더 심어 환경을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때 수도권 시민의 휴식처이며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원천이기도 한 북한산을 까뭉개고 앉아 돈이나 셈하자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개발에 세계화라니 아뿔사, 북한산 다람쥐진달래는 모두 어찌해야 좋을고….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