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 녹색기술센터 소장
오인환 녹색기술센터 소장

[투데이에너지] 수소경제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널 모터스(GM)이지만 이 개념은 화석연료시대의 종말을 예견한 제러미 리프킨의 2003년 저서인 ‘수소혁명’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수소경제사회는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운송/공급하여 최종적으로는 수소가 수송용, 가정용, 발전용 등 사회전반에 활용됨으로써 저탄소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러한 수소경제를 위한 활발한 움직임은 한때 쉐일오일 개발에 따른 저유가 정책에 밀려 한동안 주춤했었다가 최근 기후변화대응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다시 각광을 받게 됐다.

특히 2015년 12월 195개의 선진국과 개도국이 참여해 체결한 파리협정이 채 1년도 안된 2016년 11월에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전세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의 도입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서게 됐다. 파리협정에서는 2020년 이후 지구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에 대비해 2℃보다 낮게 제한하되 더 적극적으로는 1.5℃까지 낮추자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 수단으로 재정과 기술, 역량강화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도까지 온실가스 발생 예상치인 8억5,000만톤의 37%인 약 3억1,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례 없이 많은 국가의 참여와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 접근방법의 제시를 기반으로 파리협정 이후 인류는 바야흐로 신기후체제로 진입하게 됐다.

즉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기술적 방안으로 에너지 부문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이 필수불가결하며 이는 화석연료의 퇴조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 사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자연에너지는 공간적, 시간적으로 보급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전기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를 저장해 공급하는 기술이 개발됐으나 저가격화, 대용량화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자연에너지의 한계에 대응해 수소에너지가 기술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의 개발과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기술이 사회에 점차 접목되고 확산되면 미래에는 수소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 경제적·사회적 구조와 인프라를 갖춰 수소경제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초기에는 수소에너지 생산 단계에서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함께 사용되고 운송단계에서 전기에너지 형태의 운송과 저장이 수소에너지와 동시에 사용된다.

그러나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토대로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과 수소에너지 형태의 운송 및 저장이 확대 될 수 있다.

수소에너지는 석유화학공장에서 석유를 분해할 때 나오는 부생가스, 천연가스 등을 개질해 얻어지는 수소가스, 그리고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자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얻은 수소가스를 활용하는 에너지로서 이때 얻어진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호주, 브루나이 등 외국에서 수소를 생산해 액화수소 운반선을 통하여 일본에 수소를 공급하는 국제적 수소공급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수소에너지는 저장 및 운송에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유통수단으로서 H-ESS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얻은 수소에너지를 액체나 기체의 형태로 바꾼 후 충전시설로 운반해 저장하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자연에너지가 가지고 있던 지역적 및 시차적 에너지 수급 불안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독일은 이러한 Power-to-Gas(P2G)기술을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과제로 선정해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수소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과 보급 사이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한편 전체 수소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연료전지의 경우는 발전용 연료전지가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세계 최초로 발전용 연료전지를 상용화했으며 특히 2008년 캘리포니아 대정전을 계기로 연구개발 및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수요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 및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정책(RPS)의 시행 등 정부의 보급 촉진 정책을 통해 연료전지 발전 용량이 크게 확대됐고 두산, 포스코 및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술 및 시장 경쟁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가정용 연료전지산업의 경우 실제 제품의 상용화와 내수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본에 비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용 연료전지 국제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은 민관협력을 기반으로 가정용 연료전지 실증사업을 추진해 통합브랜드인 에너팜(Ene-Farm)을 출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초기 2009년 에너팜 가격의 약 40%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는데 이는 2014년 산업 자립단계로 진입하는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2018년 이후 누적보급대수가 23만대를 돌파했다.

또한 수송용 연료전지분야에서는 여러 국가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으나 현재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수소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가 양산이 가능한 체계를 보유한 반면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연간 1,000대의 생산설비를 갖췄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550대의 수소전기차를 출고했다. 2018년 상반기 출시한 현대 넥쏘는 도요타의 미라이에 비해 주행거리, 수소탱크 저장용량, 최대 출력 등 전반적으로 기술수준 및 효율성이 우수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인프라 및 수요대비 보조금 지원 예산의 부족으로 국내 수소 전기차 보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수소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는 수소전기차 2,000대, 수소충전소 100기를 운영하고 있으나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4만대와 수소충전소 160기를 운영할 계획에 있다.

한편 수소전기차는 이산화탄소나 오염물질 배출이 없을 뿐 아니라 미세먼지를 거르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실례로 현대 수소전기차는 1시간 운행 시 성인 40명 이상이 1시간동안 호흡하는데 필요한 공기를 정화시킬 수 있어 향후 미세먼지 대응대책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분야에서 국내 수소산업을 육성하고 향후 수소경제사회로 조기진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계적인 이행노력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관련 정책들은 단편적인 접근에 불과하며 이러한 접근방식으로는 원활한 전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소경제사회를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정비가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경제사회의 큰 그림에 대한 이해 없이는 체계적인 정비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에는 정책적 공백 영역, 법령 간 충돌 등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수소산업화와 수소경제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들이 필요하다.

첫째 수소경제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수소경제사회를 위한 국가차원의 장기 비전 및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수소에너지의 공급 및 활용에 이르는 전반적인 공급체인망을 조망하고 수소에너지가 우리나라의 에너지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위상을 예측함으로써 향후 수소경제가 우리나라의 저탄소경제 전환 및 신기후체제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업은 단일부처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추진체계를 마련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둘째 국가차원의 수소경제 비전 및 로드맵이 마련된 이후에는 수소경제에 관련된 정책 및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책과 법령간의 충돌이나 공백영역유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또한 보조금 제도 이외에 전용요금제 등과 같은 추가적인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최근 수소산업협회, H2KOREA, 수소및신에너지학회 등의 전문가들과 연계해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이 수소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해 ‘수소경제법안 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수소전기차에 대한 올해 보조금 지급예산이 240대 뿐이던 것이 추경예산을 통해 200억원이 추가로 배정함으로써 올해 예약 판매된 수소전기차 1100대에 모두 보조금을 지원해 줄 수 있게 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셋째 국민들이 수소에너지기술을 원활히 수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수소인프라 건설 및 지원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지역산업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관련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이 서로 협력해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에는 정부보조사업으로 수소충전소 건설과 운영 등의 전문적인 작업을 지자체 공무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소충전소 설치는 규제 등의 문제가 연관이 돼 있으므로 공공부문인 지자체가 주관하되 운영의 경우에는 제품의 사후관리에 해당하므로 공공보다는 민간기업에서 주도하는 방향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향후 세부 부문별 민·관간 역할분담 및 연계협력을 위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상기와 같은 대책 이외에도 현재의 연구개발 성과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RD&D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과 독일 등의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기초·원천 및 산업화 연구개발을 정비해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실증 단계에 도달한 기술에 대한 조기 상용화를 위한 지원에 주력하는 한편, 기초 및 원천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로서 알칼리 연료전지, P2G 등과 같은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역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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