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우리나라는 석탄·석유 등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약 95%로 매우 높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오일쇼크와 같은 글로벌 경제·환경 상황에 따른 화석에너지 가격 변동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해 국내 에너지자급률을 높이는 방안 강구에 대한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약 70%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에너지원을 다양화해 에너지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가격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기술개발을 촉진해 새로운 비즈니스시장을 창출도 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석탄·석유 등 부존자원이 빈약하지만 수자원은 풍부하다. 과거에는 수자원은 기본적으로 취사, 농업 등에 활용이 됐으나 현재는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자원 활용 방안을 놓고 다양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즉 물은 에너지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편집자 주

■ 재생에너지 정책

우리나라는 국내 에너지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 감당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는 21세기 지구촌 최대의 난제 가운데 하나로 대부분이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므로 지구온난화와 오염 등의 문제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탈원전,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행을 위한 정부 및 지자체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사업의 의무공급비율은 매년 증가해 올해(2019년) 27% 이상이고 내년부터는 최대 비율인 30% 이상이 적용된다.

서울시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적용비율을 2018년부터 16%로 고시해 민간건물에도 적용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달성)은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로 규정하며 강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으로 태양광설비가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면서 건물의 냉·난방부하를 담당하는 열에너지의 중요성은 다소 약해졌으나 정부와 지자체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을 아무리 높여도 태양광 모듈이나 지열 천공 설치면적과 기계실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율 충족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탈원전은 힘든 길이 될 수 있다.

서울시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는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 충족이 힘든 만큼 지열과 같은 열에너지도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에너지 생산량 산정 지침’을 개정하고 신재생에너지로 12% 이상 충족 시 나머지 4%는 대체에너지(열병합발전, 상수열, 하수열, ESS(Energy Storage System))로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수열은 호소수를 제외하고도 하천수, 상·하수도, 광역상수도(원수) 등이 있으며 에너지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요처 인근에 존재한다는 것과 도시 곳곳에 이미 상·하수도 및 광역상수도 관로가 갖춰져 인프라는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표수 에너지 부존량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모든 물은 지열에너지로 분류되고 땅과 물을 가리지 않고 지열에너지로 이용하면서 수십 년간 관련기술을 쌓아왔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근처에 어마어마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해 에너지를 취득한 사례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도권에는 한강, 충청권에는 금강, 호남에는 영산강 그리고 영남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수자원이 풍부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강물을 수열원 히트펌프의 열원으로 이용하면 한강변에 위치한 공공주택, 업무용 빌딩, 상업용 빌딩 등 모든 건축물에 사용 가능하다는 보고서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표수는 크게 댐 및 저수지와 원수관로로 나눌 수 있다. 댐 및 저수지의 공급량은 1일 3,670만톤이고 원수관로는 2,000만톤으로 이를 5℃ 온도차의 열을 뽑아 쓴다고 가정해 열량을 계산하면 댐 및 저수지의 부존량은 361만9,000RT이고 원수관로는 138만1,000RT로 총 500만RT(1만7,581MW)로 절감율과 가동시간 그리고 이용률을 고려 시 연간 2,727만2,526MWh)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신고리2호기 2016년 연간 발전량(697만5,411MWh)의 3.9배인 580만9,048TOE)에 해당하는 에너지절감 및 약 1,271만톤)의 CO² 절감 효과와 동일하다.

대도시 인근의 광역상수도는 1일 830만톤이 공급되고 온도차 5℃를 기준으로 부존열량을 환산하면 57만4,000RT로 광역상수도 공급량의 70%만 활용해도 40만4,000RT로 신고리2호기 2016년 연간 발전량의 31%인 46만6,547TOE에 해당하는 에너지절감 및 약 100만톤의 CO²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댐에 저장된 원수를 공급하는 광역상수도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설치면적에 대한 큰 제약사항이 없다. 즉 광역상수도의 약 5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로 편입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적용 비율을 충족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광역상수도 자원화 사례

수도권에 공급되는 광역상수도는 팔당댐에서 보내지는 원수이다. 광역상수도를 이용한 기술은 대형관로를 따라 흐르는 원수를 수열원 히트펌프의 열원으로 이용해 건물의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난방은 대기보다 높고 냉방은 대기보다 낮은 물의 온도차를 활용하면 공기식 히트펌프보다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다.

그 예로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에 3,000RT 규모의 광역상수도를 이용한 수열 히트펌프가 설치·운전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에 적용된 광역상수도 수열 히트펌프는 냉방 시 히트펌프 응축기에서 발생된 열을 원수에 버리고(냉각탑 역할) 난방 시 원수가 가지는 열을 히트펌프 증발기를 통해 흡수해 실내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변에 관경 800mm의 광역 1단계 분지관로가 설치돼 있고 관 갱생 후 20년간 5만톤/일의 원수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 전체 부하의 10%에 해당되는 3,000RT 히트펌프를 사용해 냉·난방에 사용하고 있다.

값싼 심야전력으로 수축열조를 구축해 운영하면 연간 운영비 절감, 히트펌프의 효율 증가, CO² 발생량을 저감시킬 수 있다. 현재 냉온수기 사용 운전비대비 14억원을 절감하고 있으며 축열조 설치에 대한 투자비 회수기간은 3년 이내다.

이러한 실증을 토대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서울시, 서울에너지공사는 함께 ‘수도권광역상수도를 활용한 수열 냉·난방’ 보급 확대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국내외 적용사례

이미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지열에 하천수, 호소수, 해수 등을 포함시켜 그 영역을 넓히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제고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광역상수도 이용 지열에너지시스템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3,000RT급 냉·난방 설비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보급의 시발점을 마련했다. 이는 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있으며 전기나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약 20∼5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해외 사례로 미국 뉴욕주 코넬대학교가 대표적인 현장이다. 현재 코넬대학교는 인근 댐의 물을 이용해 학교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열원인 호수를 이용해 대학 전체의 냉·난방을 담당하는 사례를 이미 2000년 초반에 완성해 운용하고 이를 지열발전 등과 융복합으로 발전시켜 스마트에너지그리드를 구성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연간 10억원의 냉·난방비용을 절감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성을 구현하고 있다.

기타 해외사례로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 엑스포’의 경우 인근 하천수를 활용한 지열시스템을 통해 전시장 전체의 냉·난방을 해결했다. 일본 하코자키지구의 스미다는 하천수를 이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업무용 건물과 주택 등에 공급하며 적극적으로 수열원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활성화 방안

2017년 12월21일 국무총리 주재 21차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호소수(소양강댐 냉수)를 신재생에너지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최종 결론이 났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후속조치는 1년이 다 지난 현시점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우리나라는 현행 법률상 해수만을 제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호소수, 하천수, 상·하수도, 광역상수도(원수)와 관련된 열원의 범위 확대 문제는 여러 기관 및 업계 등의 이해관계로 오랜 시간 관철시키지 못한 해묵은 과제이다.

탈원전 및 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물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 편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학계, 산업계, 정치권의 다양한 반대의견이 지속적으로 표출됨에 따라 수열에너지에 해수열 외에 담수열 추가 요구는 산업부 담당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당장 상위법을 고치기 어렵다면 시행규칙을 바꾸는 선에서 수열원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규칙’의 지열에너지 설비는 ‘물, 지하수 및 지하의 열 등을 온도차를 변환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로 정의돼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지침’에서 물(호소수, 하천수, 상·하수도, 원수)을 이용한 지열시공 방법을 추가적으로 명시하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효율 높은 수열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지침’에는 수직밀폐형, 지중수평형, 에너지파일형, 스탠딩컬럼웰형 등 지중열교환기 시공방법 4가지만 명시하고 있으며 지하수, 지표수의 활용은 제외돼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나라는 건물 냉·난방에 전체 에너지의 25%를 사용하고 있다. 비용도 엄청나지만 에너지 자원의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30년까지의 지열 보급계획을 수립, 국가별로 건물 냉난방에너지의 20~60%까지를 지열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의무화제도, 그린홈 100만호제도, 시설원예사업 등 다양한 정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참여가 없으면 에너지절감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광역상수도 관로망을 구축하고 이를 공급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스펙트럼의 확대를 통해 국가에너지 계획에 적극 부응할 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시장의 고용증대와 기술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킬 것이 확실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에너지 다소비 대형건물의 광역상수도 열원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 도입을 적극 권장함과 동시에 적절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민간부문으로의 보급 확산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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