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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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된지 5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계획기간의 1차년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배출권거래제는 안정화 국면을 맞이해야 하지만 조정계수에 따른 형평성 및 시장 안정화를 위한 안전거래기반 마련 등 아직도 제도적 정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

배출권거래제는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1차 계획기간(2015~2017) 2차 계획기간(2018~2020) 3차 계획기간(2021~2023) 3차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서 1차 계획기간 운영을 통해 제도를 수정, 보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재설정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감축 목표가 달라진 만큼 배출권 할당에 대한 부담도 달라진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재설정 하고 배출량 제한을 강화했다.

이미 1차 계획기간을 거치며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러한 국가차원의 목표가 바뀌면서 여전히 업계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배출권 할당이 주어졌고 정부는 업종간 형평성 차별에 대해 고려를 하겠다는 말뿐 어떠한 시정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관련 업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 1월부터 유상할당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배출권 경매가 시작됐지만 경매가가 최고 29,950원까치 치솟으면서 일반거래시장에서도 곧 3만원대가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배출권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데는 오는 6월이 되면 2018년도 할당에 대한 정산을 해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매물품귀현상과 함께 필요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앞으로 더욱 강화될 배출량 제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명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간 거래 시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어 전날 가격 동향에 따라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는 등 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거래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서 최종 날인 전에는 모든 조건이 매일 바뀔 수밖에 없다라며 계약서는 쌍방 협의해서 작성하는건데 당연히 당사에 불리한 독소조항을 적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계약조건에 독소조항을 넣지 않을 뿐더러 날인이 안되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부족업체 입장에서 유리하게 계약서 작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격조건 물량조건을 파는 업체에서 제시하는 데로 계약이 이뤄지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덕적 해이 부분은 기업간 배출권거래 시 발생하는 부분이며 거래가격 상승 시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해도 통제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배출권시장 동향을 보면 가격은 27,000원대까지 치솟고 있는데 거래량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1기 마지막에 만원이 넘지 않도록 개입하겠다 해놓고 막판에도 치솟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는 시장 안정화 관련 조치는 없고 나몰라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한전 자회사나 다른 대기업 큰손들이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라며 시장활성화도 좋지만 먼저 시장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안전거래에 대한 기반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배출권거래는 시장기반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제도다. 시장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자율적으로 안된다면 정부가 시장이 건전하게 조성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는 최소한의 개입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업계의 요구대로 정부가 개입해야하는 선을 명확하게 지키고 정작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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