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

[투데이에너지]최근 에너지네트워크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전력부문에서는 분산에너지자원의 확대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미 스마트그리드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수요반응시장, 분산자원중개시장 등과 같은 새로운 전력시장이 생기면서 프로슈머를 중심으로 하는 양방향거래가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인터넷(Internet of Energy, IoE)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산에너지자원(전기차 배터리, 태양광과 가전 등)이 그리드시스템에 통합·운영되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그리드 개념은 비단 전력산업뿐만 아니라 열부문으로도 확장돼 국내외적으로 ‘스마트 열그리드(Smart Thermal Grid, STG)’ 혹은 ‘4세대 지역난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난방 선진국가인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존 고온의 열공급방식인 3세대 지역난방으로부터 재생에너지 및 미활용열원, 축열조, 히트펌프 등을 이용한 중저열원 중심의 4세대 지역난방으로의 전환에 대한 관심과 실증사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ICT 기술을 접목한 수요와 자원의 통합적 운영과 열 프로슈머간 양방향 열거래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열그리드는 열네트워크의 최적 운영, 재생에너지 및 분산에너지자원의 확대 및 효율적 이용 그리고 소비자와의 양방향 거래 등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열그리드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혹은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연계해 논의되고 있다. 스마트 열그리드의 개념은 도시에너지시스템과의 연계, 지능형 망운전, 소비자 소통, 캐스케이드 에너지 이용, 혁신적 계획과 파이낸싱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지능형망운전은 시스템의 운영관리와 고객과의 상호 소통을 통한 열 수요공급 최적화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 우선 시스템 측면에서는 열수요 전망 고도화, 열저장 시설 최적 운영, 공급 온도 관리, 부하 이동(load shift)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용가와의 상호 소통측면에서는 스마트 미터링과 계시별요금 혹은 실시간요금제와 같은 새로운 요금체계를 통해 열자원의 가격 신호에 반응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열시장 운영도 이에 해당한다.

전통적인 지역난방 방식은 열사용가의 에너지필요(온도)와 무관하게 중앙집중식 열원시스템에서 생산된 90~140℃의 가압수 혹은 증기열을 사용가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고온수공급방식은 최종 수요처까지 열공급 과정에서 상당히 큰 열손실(10~30%)이 수반된다. 만약 이러한 고온수를 이용한 장거리열공급방식 대신 50℃ 안팎의 저온수를 이용해 난방이 가능하다면 기존 방식에서 발생하던 열손실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저열 지역난방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와 미활용에너지 이용이 보다 용이할 수 있으며 보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는 분산적인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기존의 지역난방시장은 주로 자연독점인 지역난방사업자의 비용을 회수하게 하는 서비스 원가(cost of service) 규제 하에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스마트 열그리드는 이와는 다른 보다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운영될 것이다. 다양한 열원의 연계와 독립적인 열생산자간 거래를 통해 자원활용의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며 전력산업과 유사하게 혁신적인 시장메커니즘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가 마곡지역에 구축하고자하는 4세대 지역난방시스템은 지역난방 리턴수를 이용한 중저열원 케스케이드(cascade) 난방을 실증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열그리드의 최적운영과 양방향 거래를 구현할 통합에너지플랫폼 구축도 중요한 실증 목표 중 하나다. 현재 이러한 스마트 열그리드 실증을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제도적 과제가 존재한다.

이를 테면 마이크로 열 수요예측, 리턴수 온도와 수요 변동성에 대한 대응, 필요 열량을 공급하기 위한 효율적인 배관 및 열설비 구축, 저열원 사용 시 라지오넬라균 확산 방지기술에서부터 미활용에너지나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열 인센티브 도입과 분산열원의 계통편익 평가 등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도시지역난방시스템의 모델을 구축해 이를 통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과 스마트에너지시티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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