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성 책임연구원
(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투데이에너지]지난 19일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서 기본이 되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이하 3차 에기본)’을 발표했다.

정부는 계통운영과 비용을 이유로 들어 2040년 재생에너지발전 목표를 30~35%로 하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발전용 에너지원으로써 석탄의 역할을 과감하게 축소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석탄은 신규 석탄발전소를 금지하고 경제성이 없는 노후석탄발전소는 추가로 폐지하며 운영 면에서도 세제를 개편하고 배출권 거래비용 등 환경비용을 반영하고 운영 상한 제약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석탄비중 축소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선언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석탄을 대신해야 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정부 목표치에서 10~15% 높이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정부가 아직 석탄의 시대를 끝내야할지 어떨지 망설이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석탄시대에 안녕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다.

분명 우리가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의 발전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상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변동비를 기본으로 설계돼 있는 현재 전력시장은 석탄에 너무나 유리하다. 연료비가 가장 저렴한 석탄은 가동율이 연평균 80%가 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이 보장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5대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61기의 석탄발전기 중에서 가동한지 15년 이상 된 35기의 발전기는 17년동안 용량요금만 총 24조8,765억원을 받았다. 이들의 건설비용은 13조849억원이었다. 계통한계가격이 아닌 용량요금만으로도 투자비용 회수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게다가 발전용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도 환경비용이 높은 석탄이 오히려 다른 연료들보다 낮은 요율로 부과돼 환경개선에 역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유리한 운동장에 서있는 만큼 석탄발전은 정부가 전기요금체계를 바꾸고 석탄시대가 언제 끝난다는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절대로 스스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재생에너지 전력을 자발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녹색요금제’에 반대되는 석탄발전 갈색요금제(brown price)를 만든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

여기서 제안하는 갈색요금제는 석탄화력에 대해 일정한 요율의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현행 전력시장제도가 가장 유리한 노후석탄부터 발전량에 비례해 일정 요율을 부과한다면 에너지정책 전환에 필요한 기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의 전기요금은 전기세와 부가가치세, 발전비용, 송배전 관리비용, 녹색에너지기금 등으로 구성되고 독일 역시 비슷하게 전기 도매가격에 송전비용, 재생에너지 보조금, 각종 부과금과 부가세, 전기세로 구성된다고 한다. 독일과 덴마크가 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에 빠른 시기에 도달하고 베스타스, 지멘스 같은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1,2위의 기업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체계적인 에너지전환 기금마련과 정부의 명확한 정책방향제시도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탄발전기들은 투자금 회수기간이 짧다. 때문에 그 이후에 발생된 이익의 일부가 기금으로 조성된다고 해도 발전사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발전사들 역시 조성된 기금을 재생에너지 변동성 제어, 예측하는 데 투자하거나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고효율 기술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 이익의 일부가 목적성 재원으로 바뀌는 변화가 있을 뿐이다. 소비자는 어떠한 연료로 전기가 생산됐는지를 알 수 있어 원한다면 노후석탄 화력이 생산한 전력소비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정부로서는 에너지전환을 선언했음에도 비용마련에서 골머리를 썩고 있으니 갈색요금제는 이러한 많은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서 하위권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1위권을 형성하고 그밖에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이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면, 우리는 2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번 ‘3차 에기본(안)’의 목표도 2040년 OECD 국가 평균수준에 도달하는 정도로 잡혀있지 않은가. 지금도 가속도를 내지 못하면 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져 에너지전환은 OECD 안에서도 주변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 때 우리의 주력이던 많은 산업이 구조변화의 때를 놓쳐 사양산업으로 세계무대에서 물러나는 일들이 많았다. 에너지분야에서는 이러한 실기가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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