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사인제’가 국내 석유유통에 영향을 준 지도 어언 8년이 된다. 그러나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한 당초 취지와는 달리 소비자보호원에서 지난 8월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오너드라이버 5백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1.9%는 폴사인제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안다고 대답한 58.1% 응답자 중에도 특정 정유사 제품만 판매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37.5% 뿐이고 47.1%의 소비자는 타회사의 휘발유도 함께 판매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정유사끼리는 서로 교환판매한다는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몇차례 보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개 정유사 체제(현재는 4개 정유사)에서 서로 나눠먹기식으로 만들어진 폴사인제는 선발 2개 업체가 63.3%의 쉐어를 차지하고 남은 3개 업체가 36.7%를 갖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소매시장인 주유소에만 적용되어 주유소는 가격결정권과 메이커 선택권도 원천적으로 봉쇄된 불공정한 제도로 주유소업계에서는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선발메이커 독점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유통질서 문란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는데 예를들면, 정제능력은 4개 메이커 모두 만만치 않고, 폴사인제하에서 후발메이커들은 주유소시장을 통해서는 판매확대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부판시장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주유소에 비해 고정경비가 거의 안드는 부판점에 현금으로 싸게 공급되는 유류제품은 가격파괴로 이어지고 선발메이커들도 이에 맞서 덤핑유를 내보내 가격파괴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회사의 기름이지만 정상적인 루트로 공급받는 기름과 비정상적인 루트로 공급받는 기름의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일부 주유소가 어쩔 수 없이 비정상적인 루트의 기름을 구입하게 되면 수평거래라는 죄목과 폴사인제 위반이라는 죄목을 고스란히 쓰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어느 특정 메이커의 폴을 달고 있는 주유소가 그 메이커의 특약점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오다 가격조건이 안맞아 같은 회사제품이지만 복수거래하는 타특약점으로부터 제품을 받았을 경우 상표권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과 또하나는 어느 특정 메이커의 폴을 달고 있는 주유소가 일부 기름을 주유기와 탱크가 같이 연결된 별도의 탱크에 타사제품을 공급받고 타사제품임을 소비자에게 분명히 인식되도록 표시하고 판매할 경우 역시 상표권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우선 앞 사례의 경우 이것은 조건교섭의 문제로서 가격차가 크다면 그 주유소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누구든지 가격차를 없애달라 시정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상표권의 침해라고 하고 상표권 행사로 거래중지를 요구하게 되면 교섭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경쟁력은 영영 가질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공급업체는 기름을 여러 루트로 공급하면서 주유소만 폴을 달고 있다고 해서 모든 교섭권도 박탈당한채 오로지 그 회사 기름만 받아 판매하라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안될 뿐만 아니라 의무는 지키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공급업체의 횡포를 묵인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표권과 당사자간에 이뤄지는 계약관계는 다르다는 것을 명시하고 휴면상태의 권리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정부측 견해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 기회에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석유산업이 건전하고 투명하게 발전될 수 있도록 폴사인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도록 권하고 싶다.

규제와 맹목적인 보호는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왜곡된 구조를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시장기능에 맡겨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돼야 하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어느 한쪽을 두둔해서는 안된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경쟁력 제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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