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에너지수요관리 항목은 빠진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수요관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진단사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전력예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짐에 따라 정부는 대대적인 에너지진단을 통해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적극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업계는 에너지진단사업을 비롯해 ESCO사업에 이르기까지 약 1조원대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8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시장 규모는 더욱 축소됐다. 그동안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다수 들어선 여파로 전력예비율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에너지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후순위가 된 적이 없었으나 실질적인 이행의지는 결여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국가 에너지안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에너지진단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본지는 한국에너지공단을 시작으로 총 10회에 걸쳐 기획연재를 한다. /편집자주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에너지진단사업단은 기본에 충실한 것만이 진단 역량강화의 핵심이라고 보고 오로지 진단만을 실시하고 있다”

백두인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에너지진단사업단 단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명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협회가 있다. 대부분의 진단기관들은 진단단가가 인건비를 따라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지만 협회가 일정부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함에 따라 아무래도 조금 더 유연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백 단장의 설명이다.

백두인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에너지진단사업단 단장.
백두인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에너지진단사업단 단장.

백 단장은 “협회는 오로지 진단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할 수 있고 또 인력의 이탈이 없다보니 그동안의 기술력이 차곡차곡 쌓여서 실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진단은 사례별 대응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랜시간 근무할수록 우수한 인재가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백 단장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진단 우수기관으로 평가 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너지진단사업단을 통해 에너지기술인협회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에너지진단사업단은 ‘에너지진단전문기관 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 ‘A 등급’을 받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에너지진단전문기관 평가는 에너지진단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진단품질 향상을 위해 에너지공단이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도부터는 ‘에너지진단 등급제’가 적용돼 기관 평가 결과 기관의 진단실적 및 성과별로 나눠 A1~A5, B, C등급을, 미흡한 기관에는 D등급, 실적이 없는 E등급까지 세분화해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평가기준은 에너지진단운용규정 제14조(진단기관평가)에 명시된 항목에 대한 계량평가를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진단보고서평가(50%) △진단수행 평가(25%) △개선 이행률(10%) △의무진단 실적(5%) △고객만족도(10%) 등을 바탕으로 종합평가를 한다.

백 단장은 “에너지기술인협회는 지난 2010년 5월 2종 진단기관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우수진단기관’으로 선정돼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라며 “2014년도에 1종 진단전문기관으로 변경하면서 진단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등급제 도입 첫 해인 2015년 평가에서는 에너지진단기술 ‘A등급’ 중 최우수 진단기관으로 선정돼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해 의미를 더했다. 이어 2016년도와 2017년도, 2018년에도 잇따라 최우수등급인 A등급을 받은 것이다.

백 단장은 “4년 연속 최우수 A등급 평가를 받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이렇듯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눈팔지 않고 진단사업만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력의 이탈이 적다보니 사례별 진단능력이 축적되고 이로 인해서 사업단만의 특화된 진단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사업단은 현재 1종등록업체로 총 4팀을 운영하고 있다.

백 단장은 “2종은 기존 진단인력이 5인 이상 유지되면 되지만 산업체 진단을 B, C급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주를 하는데 제한적이다”라며 “그러나 1종이 되려면 인력이 10인 이상이 돼야 하고 장비 역시 2종보다 2배 정도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진단 건수도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최대 8주까지 소요되는데 B급, C급의 경우 2주에서 3주 정도 소요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C급이 2주, B급이 3주, A1급이 4주인 것처럼 A5급까지 등급별로 1주씩 인력들의 의무 투입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4팀이 쉴틈 없이 순환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연간 80건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백 단장은 “소속 인력들이 열심히 해주는 덕분에 사업단은 연간 약 70여개 정도의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라며 “그중 60여개는 일반, 10여개는 공공기관의 진단을 수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진단에 대해서 백 단장은 더욱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공공기관진단 시 건축물에너지평가사 자격증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고급인력들을 대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 단장은 “우리 사업단의 가장 큰 강점은 크로스체킹이다”라며 “산업체든 건물이든 진단을 하고 사무실에 복귀를 하면 다같이 모여 진단작업과 관련 자체 발표회를 갖는다”고 말했다.

발표회 배경에 대해 백 단장은 “진단작업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상호 몰랐던 부분에 대해 공유하고 다음 진단을 나갈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유하는 차원”이라며 “이는 아이템발굴을 비롯해 기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사업단에서 실시한 진단을 바탕으로 한 에너지효율화 이행실적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백 단장은 자부했다. 이는 최상의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적의 에너지절약 컨설팅을 진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 단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진단에만 집중하고 진단기술을 진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에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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