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시현 기자

[투데이에너지]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적당히’, ‘알맞게’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하다.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종종 문제를 일으키고는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애매한 단어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는 법에 삽입된다면 어떨까?

국토교통부에서는 실외기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과 수정안 모두에 실외기실 설치와 관련해 배기장치를 설치 및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배기장치 규격에 가로 0.5m, 세로 0.7m를 더한 공간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문제는 ‘가능하면’이라는 단어다.

업계에서는 ‘가능하면’이라는 애매한 단어가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능하면’이라는 단어로 설계자 및 시공자 간 기준이 모호해 입주민과 사업주체 간의 갈등이 유발될 수 있으며 향후 시장에서도 이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지킬 수 있으면 지키고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안 지켜도 된다고 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개정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법 개정의 당초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고 시장에 혼선을 야기시키는 원인을 제공할 뿐이다.

특히 이 개정안은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하절기 중 폭염 발생일수 및 열대야 지수가 증가해 에어컨 수요 및 가동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실외기 가열로 인한 추정되는 화재사고가 발생되고 있다. 에어컨이 필수가전을 자리 잡은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강화된 조치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소리는 시대에 맞는 법이다. 법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고 사회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공동생활의 기준이기에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해석 주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의미를 달리할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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