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투데이에너지]만약 앞으로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면 무엇 때문일까? 10년 전에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나는 아마도 조금 머뭇거리다 ‘핵전쟁’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1년 전에 물었다면 나는 심사숙고 끝에 ‘AI’나 ‘인공지능 로봇’ 때문이라고 답했을 성 싶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2도’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 1900년)보다 약 1°C(도) 상승했다고 한다. 지구온도가 단지 1도 상승했지만 그 후과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세계 곳곳은 이제 4폭(폭염, 폭우, 폭한, 폭풍)이 일상화됐다. 한쪽에서는 소리 없는 어둠처럼 대륙을 삼키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또 한쪽에서는 화염지옥 같은 성난 불길이 산하대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말랑말랑해지면서 1조4,000억톤의 메탄가스들이 분출하고 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며 전문가들은 메탄가스가 기후재앙의 스모킹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구에 꼭 필요한 5대 생물(꿀벌, 플랑크톤, 곰팡이, 산호초, 박쥐) 중에 꿀벌, 플랑크톤, 산호초가 급격히 줄고 있다. 콜레라 등 과거의 유물과 같은 병들이 재발되고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돼지열병 등 새로운 질병이 죽음의 사신처럼 지구의 생물종들을 노리고 있다.

지구 자동온도조절기 역할을 하던 바다가 뜨거워지고 바닷물 속에 저장됐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지구의 온도계 수은주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금부터 각 나라가 2030년까지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5%를 감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자들은 2028~203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지구의 생체리듬이 파괴돼 인류가 더 이상 손을 써도 소용없는 회복불능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인류를 전대미문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정부는 ‘2050년 탄소제로 대한민국’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2021년부터는 ‘신기후체제’가 시작된다. 37개 선진국에만 적용했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195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모두에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내년까지 2050년을 목표 시점으로 하는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탄소제로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략, 생태계 구축에 대한 담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영국·독일·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칠레·몰디브·코스타리카 등이 탄소제로 국가를 법제화 했거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앞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2050년 탄소제로국(탄소중립국)을 기치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국으로 지구온난화에 책임 있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2050년 탄소제로 대한민국’ 비전으로 화답해야 한다. 이제는 기후악당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1.5도를 지키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수출입국, RE100 대한민국의 좌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탄소제로 대한민국은 에너지전환으로 시작되고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구축에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와 IT기술력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듯 재생에너지 기반 기술로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주도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선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수출입국’ ‘RE100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확립하고 모든 제도와 정책과 문화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

셋째 국민들의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 세계사적 흐름과 변화의 물결을 직시하고 우물안의 개구리와 같은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전환과 재생에너지 중심 산업생태계는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가 중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이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있을 수 없다. 기후위기는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탄소제로 사회를 구현함으로써만 극복할 수 있다. 그것만이 기후위기에서 인류를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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