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포항 지열발전 R&D과제에서 탈락했던 ‘넥스지오’가 6개월 뒤 ‘MW급 지열발전 상황화 기술개발’ 주관사업자 선정에 의문이 제기됐다.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의 촉발원인으로 밝혀진 지열발전사업의 주관사인 ‘넥스지오’가 사업자로 최종선정되기 불과 6개월 전인 2010년 6월에 기초단계의 지열발전 R&D과제 선정과정에서 기준점수 미달로 탈락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와 함께 당초 파일럿 수준으로 추진된 R&D과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5개월 뒤 MW급으로 변경된 사실 또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김성환 의원은 지난 18일 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 에너지기술개발 신규과제 선정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 넥스지오가 100점 만점인 평가점수에서 기준점수인 60점에도 못 미치는 종합평점 50점을 받아 이미 한 차례 탈락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김성환 의원은 “그동안 국민들은 정부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사업의 주관사인 넥스지오가 2010년 12월에야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과제에 처음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라며 “당시 지경부는 2010년 4월부터 의욕적으로 ‘200kWe급 지열발전 Pilot Plnat 구축’과제를 추진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지식경제부(장관 최경환)는 ‘2010 에너지기술개발 실행계획’ 발표 보도자료(2010.4.2.자)를 통해 ‘200kWe급 지열발전 Pilot Plnat 구축’을 7개의 주요핵심 추진기술 중 하나로 소개하며 저탄소 녹색성장 실천의 새로운 핵심수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당시 지경부는 지열발전분야에서 2015년까지 200kW급의 파일럿 단계를 거쳐 2020년 5MW급 지열발전 상용화를 위한 기반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기술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지열발전분야를 국가에너지R&D과제에 처음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에기평은 2010년 4월부터 ‘200kWe급 지열발전 Pilot Plnat 구축’를 포함한 R&D과제 공모 절차를 진행했으며 선정절차를 통해 2010년 6월 196개(중장기30, 단기166)의 과제를 최종 선정했다.  김성환 의원실이 에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당시 심사표에 의하면 ‘넥스지오 컨소시움’은 경제적 타당성 부족, 높은 해외기술 의존도, 주관기관의 수행능력(경험, 규모, 인력, 자금 등) 미흡 등이 지적돼 정량평가에서는 최저 36점을 받는 등 낙제점을 받았다.  이어 상반기에 추진했던 파일럿 수준의 지열발전 R&D과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2010년 9월 MW급 상용화 기술개발로 변경되어 추진된 경위에 대한 의문도 계속됐다.

김 의원은 “2010년 4월 당시 지경부의 발표와 자료 등의 따르면 국내 기술수준 등을 고려해 우선 2015년까지 Pilot Plnat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불과 5개월만에 갑자기 MW급으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냐”라며 “이는 마치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에 “MW급 지열발전 기술개발을 신규과제로 추진하겠다던 때는 제9차 녹새성장위원회 보고대회를 한 달 앞둔 시기로, 그때 VIP보고를 위해 작성 중이던 ‘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전략’에 해당과제를 포함시키기 위한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파일럿 수준의 과제에서도 탈락했던 ‘넥스지오 컨소시움’이 6개월 뒤인 2010년 12월 결국‘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과제의 사업수행자로 선정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이어졌다.

당시 정부가 6개월 간격으로 공모한 ‘200kWe급 지열발전 Pilot Plant 구축’ 및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과제 제안요구서와 넥스지오 측이 각각 제출한 사업계획서 그리고 각각의 심사결과를 확인한 결과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정황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된 바와 같이 2010년 6월 ‘200kW급’과제에서는 평점 50점을 받아 탈락했던 넥스지오측이 6개월 뒤에는 ‘MW급 상용화’과제 평가에서 공기업인 한국동서발전측을 제치고 종합평점 82.2점을 받아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200kW급 지열발전 Pilot Plant 구축’과제 평가당시 중요하게 고려됐던 점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 6월 당시 넥스지오측은 자금능력, 인력, 규모 등 주관기관의 사업수행능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에도 ‘MW급 상용화’과제 평가 당시에는 주관기관의 재무건전성·규모 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주관사인 넥스지오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능력에 대해 당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능력이 부족한 주관사가 무리하게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포항지진의 원인이 된 것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하게 든다”라며 “제가 지적한 부분 외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은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와는 별도로 산업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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