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맹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기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엔이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대표 지표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문가들이 설정한 400ppm 마지노선을 넘고 2018년에는 407.8ppm을 기록하는 등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전 보다 150%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방출이 계속된다면 금세기 말 지구 대기의 기온 상승은 지난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이 목표로 하고 있는 2°C를 훨씬 넘는 3.2℃를 웃돌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극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온난화가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진행돼 지난 30년간 여름철 북극 빙설면적은 반으로 감소하고 빙설량도 3/4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아가 2040년 북극해의 여름은 얼음이 없는 바다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북극해는 보통 2~3m 두꺼운 결빙으로 덮여 있으나 여름철에는 해빙으로 해로가 열린다. 북극해의 해빙과 항로 개설로 북극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전략 요충지로서 뿐만 아니라 자원개발과 수산업, 북극해항로 개발 등 경제협력 요충지로서의 중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지질조사 보고서에서 세계 미발견 전통 석유자원량의 13%, 천연가스 부존자원량의 30%가 북극해에 부존된 것으로 평가된 바 있으며 러시아는 북극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량은 35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량은 북극지역이 전체의 50%를 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동북아시아국가들의 유럽까지 화물선 수송기간이 일개월 이상 소요되는 데 비해 북극항로는 16일 이상 단축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선적사의 경우 이미 북극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푸틴대통령의 북극해 개발을 위한 야심찬 계획에 따라 북극에서의 주도권은 러시아가 행사하고 있다. 이미 북극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의 탐사와 채굴을 하고 있다. 개발 활동 지원을 위해 유럽 대서양에서 러시아 북극해연안, 태평양 배링해 연안까지의 북극항로에 40여척의 쇄빙선을 운영해오고 있다.

쇄빙선의 경우 자원탐사 및 채굴 지원, 냉동수산물 및 콘테이너 운반 등을 위해 3m 수준의 쇄빙 능력이 필요하며 연료교체, 장기간 항해기간도 고려돼야 한다. 이에 따라 대형 원자력추진 쇄빙선을 건조 운영해오고 있으며 앞으로 추가 건조도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추진 쇄빙선은 2만톤급 러시아의 레닌호로 1959년부터 30년간 운영됐다. 이후 1975년부터 두 개의 원자로(전기출력 5만4,000kW)가 장착된 6개의 대형 쇄빙선이 진수됐으며 여름철 북극점 여행객의 수송도 담당해왔다. 1990년 이후 2척의 쇄빙선이 매년 북극점 수송을 해오고 있으며 2019년에는 6월부터 8월까지 5회를 수행했다.

러시아의 원자력추진 쇄빙선 운영경험은 2019년 기준 400년에 이른다. 북극항로의 연간 8,000만톤 화물 운송과 아시아와 유럽 간의 화물수송 증가가 전망됨에 따라 지난 4월 푸틴대통령은 오는 2035년까지 13척의 대형 쇄빙선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극지개발 에너지지원 목적으로 해양부유원전도 개발해 올해 말부터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첫번 해양부유원전은 2개의 원자로를 탑재하고 있다. 북극해 동쪽 지역의 추코카(Chukotka) 반도의 페백(Pevek)타운에 정박해 퇴역 예정인 빌리비노(Bilibino) 원전의 전력 공급을 대체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원전수출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며 해양부유원전도 수출 전략으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수단과 해양부유원전 건설을 포함한 원자력협력을 논의한 바 있으며 10월에는 러시아와 필리핀간의 정상회의에서 필리핀으로의 해양부유원전 공급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한 바도 있다.

해양부유원전은 중국도 관심이 많다. 향후 10년 동안 20척의 해양부유원전 건조를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최초 해양부유원전이 오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건조 중에 있다. 국내에도 쇄빙선 건조 경험이 있으며 수출용으로 해양부유원전 개발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극연안 8개국은 북극이사회를 결성해 북극지역의 기후 및 생태계 변화 및 환경보호, 자원 개발, 북극 항로 이용 등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옵서버국으로 가입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북극 연구에 참여한 지 20년이 됐다. 북극에서의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극에 대한 중요성 인식 제고와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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