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LNG터미널.
보령 LNG터미널.

[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지난해 초 산업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개별요금제 도입’을 수립하고 개별요금제 도입의지를 내비친 뒤 논란이 과열되면서 개별요금제는 관련업계의 뜨거운감자로 떠올랐다.

개별요금제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이고 평균요금제 계약기간이 남은 발전사들은 개별요금제를 적용받은 발전사대비 가격경쟁상 반강제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가스공사가 개별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가스공사가 판매자 위치에서 다른 공급자들과 가격경쟁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가스공사의 도입물량이 많아 수급안정화 측면에서도 직도입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선 시행 후 보완’ 방침에 따라 우선 개별요금제를 시행하고 발전사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별요금제를 오는 2022년부터 적용하기로 사실상 결정됐지만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가스공사의 항해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가격 사전 공개·원안보다 협상기간 단축
가스공사가 마련한 LNG 개별요금제 개선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급신청 이전에 가격정보를 공개해 달라는 일부 발전사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의 잠재수요자들에게 가격을 포함한 시장정보 등 관련정보를 모두 제공해 줄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가격정보를 사전제공함으로써 고객사들은 직도입 물량과의 가격비교 등 결정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라며 “가스공사가 쌓아온 인프라, 경험, 신뢰도 등 모든 조건을 고려하면 가스공사 도입한 물량의 가격이 경쟁력이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전사들의 개별요금제와 직도입간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배타적 협상기간도 종전 6개월에서 4개월로, 협상 철회기간은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시켰다.

또한 전력예비율이 낮아지는 동계, 하계에 각각 90일, 60일을 설정했던 추가약정 신청기한도 전면 폐지했다. 공급신청 기한이 제한적인 경우 전력 피크기간의 안전정인 발전운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발전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발전소 준공 지연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희망 공급개시 시점을 최대 1년 이내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 고객사가 유연하게 공급시점을 설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만 가스공사는 기존에 맺어져있는 평균요금제 계약은 개별요금제로 전환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개별요금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일부 발전사들과의 협의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현재 개별요금제 개선안은 2022년 1월 이후의 신규, 계약만료 발전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계약의 전환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평균요금제 적용 물량 좌초자산 문제 야기
조성봉 숭실대학교 교수는 기존 평균요금제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발전사들의 가격경쟁력 저하, 보유물량의 ‘좌초자산’화 문제가 우려된다며 관련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가스공사가 기존계약에 개별요금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할 때 계약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배려하고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하는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라며 “직도입을 선택하지 않고 가스공사를 신뢰한 고객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상도덕적으로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즉 평균요금제를 적용받는 기존 계약을 맺은 발전사들이 남은 계약기간 동안 개별요금제를 적용받은 발전사들 대비 가격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

조 교수는 개별요금제 도입시 기존 평균요금제 적용 LNG 물량은 ‘좌초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좌초자산은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로 인해 갑작스럽게 가치가 떨어진 자산을 의미한다.

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좌초자산이 발생했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 문제의 경우 발전사 입장에서는 외부의 환경변화로 인해 좌초자산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가스공사 등 이해당사자가 공동으로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그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있는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 때문에 개별요금제를 적용하더라도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발전용 LNG 가격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가스공사는 가정용 LNG는 정책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용 LNG로 수익을 보전하는 ‘교차보조’ 형태를 띄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개별요금제를 적용하더라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천연가스 시장, 전력시장, 집단에너지, 도시가스 등 에너지 업계에 미치는 개별요금제의 파급력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력시장에서의 급전순위, SMP 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검토해야하고 기존 평균요금제 계약 발전사들의 좌초자산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정부와 가스공사는 LNG 가격, 제반비용, 인프라 사용비용, 원가산정 기준 등 개별요금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시행방안을 제시해야한다”라며 “가정용 도시가스 운영시 발생하는 교차보조 문제와 다양한 가스도입 채널을 개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급관리·가격 안정화 효과 커
반대측에서 제기하는 평균요금제 역차별 문제와는 별개로 공급안정화, 경제성 측면에서 개별요금제가 가지는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스공사는 공급안정화 측면에서 보면 가스공사가 보유한 설비는 직도입사의 개별 설비보다 훨씬 큰 규모이기 때문에 공급안정화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비축의무가 없는 개별직수입과는 달리 가스공사는 연간 수요량의 약 7일분의 비축의무가 있어 사업자간 공동저장, 탄력적인 저장탱크 운영 등 효율적인 수급관리 수단 활용이 가능하다.

발전사들의 선택권을 늘리는 측면에서도 이익이다. 과거에는 고객사들이 직접 직수입을 추진하는 방안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가스공사가 개별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났다.

또한 직도입이 어려운 소규모 발전사들의 경우에는 가스공사의 개별요금제를 통해 전력시장에서의 발전단가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다.

기존 평균요금제 적용 발전사들에게도 이득인데 개별요금제 계약사가 가스공사 시설을 이용하게 됨에 따라 가스공사의 설비효율이 증가되고 이는 평균요금제 적용 발전사들의 공급비 인하로 이어진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개별요금제 자체는 경제적인 측면, 수급안정화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라며 “아직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발전공기업, 민간발전협회, 집단에너지협회 등 관련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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